‘옷’ 협찬받아 잘나가는 모나미153

정민지기자

입력 2017-12-14 03:00 수정 2017-12-14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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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던킨도너츠-아이돌 빅뱅 등… 볼펜에 자사 디자인 입히는 ‘협업’
추억 마케팅에 한정판 희소성도… 문구업계 불황속 성장세 이끌어


육각형 흰 몸통에 검은색 머리. 단순한 디자인이라 조금만 변화를 줘도 상대적으로 더 신선한 느낌을 준다. 기존의 153볼펜과 베네피트, 현대자동차, 나뚜루와 협업해 재탄생한 153볼펜들(왼쪽부터). 모나미 제공
올해 초 SPC그룹의 던킨도너츠 마케팅 담당자가 경기 용인시에 있는 모나미 본사를 찾아왔다. 모나미 153볼펜과 컬래버레이션(협업)을 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던킨도너츠의 제안은 이랬다. 색깔이 다른 볼펜 몸통, 덮개, 볼펜심을 취향대로 조합할 수 있는 ‘153볼펜 디아이와이(DIY) 세트’를 던킨도너츠에서 팔자는 것이었다. 입맛대로 골라 먹는 도너츠와 ‘개인 맞춤형’ 볼펜을 함께 팔면 윈윈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논리였다.

두 기업이 3개월간 디자인해 내놓은 153볼펜 세트는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었다. 던킨도너츠는 도넛을 8000원 이상 사면 2000원짜리 153볼펜 1세트를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볼펜 세트는 대부분 매장에서 1, 2주 만에 매진됐다. 특히 대학가에서 불티나듯 팔렸다. 던킨도너츠 관계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득템했다’는 글이 많이 올라왔다”고 했다.

모나미 153볼펜은 1963년에 첫 출시돼 올해 54세가 됐다. 흰색 육각형 몸통과 검은색 심 덮개라는 단순한 디자인에 가격은 개당 300원에 불과하다. ‘옛날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한데 오히려 다른 기업들로부터 ‘컬래버레이션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지난해 인기 아이돌그룹 빅뱅의 콘서트 기념 한정판 153볼펜을 선보인 것을 필두로 달콤커피, 루이까또즈, G마켓·디즈니, 베네피트, 현대자동차, 락앤락 등이 모나미와 협업한 곳들이다. 업종을 가리지 않고 ‘구애’를 해오고 있는 셈이다.

이유가 뭘까. 신동호 모나미 마케팅팀장은 “전혀 안 어울릴 것 같은 기업끼리 컬래버레이션을 해야 소비자에게 새로운 느낌을 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어른들은 누구나 153볼펜에 추억이 있다. 또 불황일수록 소소한 것에서 기쁨을 느끼는 경향이 있어 인기를 더 얻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해진 물량이 소진되면 못 구하는 ‘한정판’이라는 것도 매력 포인트다. 고가제품이 아니어서 소비자로서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선택이기도 하다.

모나미로서도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으로 얻는 게 있다. 자칫 시대에 뒤떨어져 보일 수 있는 장수 브랜드의 이미지를 젊게 하고 고객층을 넓히는 데 효과가 크다고 보고 있다. 직접적인 매출 증대보다는 무형의 효과가 작지 않다는 것이다. 프리미엄 문구류 제품군을 확대하는 데도 도움이 되고 있다. 모나미는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과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등의 콘셉트 스토어에서도 각인 서비스 등을 선보이며 젊은 고객 확보를 시도하고 있다.

이미지 개선 효과는 실적으로 이어진다. 모나미 문구류 매출액은 2014년 997억 원까지 떨어졌다가 2015년부터 소폭이지만 오르고 있다. 지난해 문구류 매출액은 1015억 원이었고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문구업계 관계자는 “문구업계 불황 속에서 문구류 매출이 오른 기업은 모나미가 거의 유일하다”고 했다.

모나미는 소비자의 사랑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최근 본사 인근에 모나미 기술을 한눈에 보여주는 ‘모나미 랩’(가제) 공간을 조성하고 있다. 또 중국, 태국 등 아시아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정민지 기자 jm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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