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자랑 없는 LG디자인 더 끌려”

신동진기자

입력 2017-04-21 03:00 수정 2017-04-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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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 디자인 어워드 大賞 받은 LG 노창호-박성희 상무

노창호 LG전자 상무(왼쪽)와 박성희 LG하우시스 상무가 17일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에서 목마 형태의 ‘밀라노 디자인 어워드’ 대상 트로피를 앞에 두고 활짝 웃고 있다. LG그룹 제공
‘세계 디자이너들의 축제’ 이탈리아 밀라노 디자인 위크를 찾은 관람객들은 ‘태양의 벽’이란 조형물 앞에서 신기한 경험을 했다. 태양처럼 강한 빛을 내는데도 눈이 부시거나 뜨겁지 않았다. 너비 16.5m, 높이 6.5m의 이 거대한 벽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조명 3만 개가 사용됐다. 태양의 벽을 설치한 주인공은 한국의 LG였다. LG는 4∼9일(현지 시간) 열린 이 전시회에서 국내 기업 최초로 ‘밀라노 디자인 어워드 대상’을 받았다.

17일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에서 만난 노창호 LG전자 디자인센터장(상무·54)과 박성희 LG하우시스 디자인센터장(상무·여·50)은 이 전시에서 ‘인간 중심’의 LG 디자인 철학을 성공적으로 알렸다고 자부했다. 두 사람은 일본의 도쿠진 요시오카 디자이너(50)와 협업해 태양의 벽을 설치했다. 노 상무는 “편안한 표정으로 자연스럽게 벽 쪽으로 다가가는 사람들을 보고 ‘전시가 성공했구나’라고 느꼈다”고 했다.

이번 전시는 빛 자체보다 빛이 있는 공간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OLED 기술력을 과시하기보다는 사람들이 그 빛을 보고 어떤 느낌을 가질지에 더 신경을 썼다는 뜻이다.

LG는 인간(고객) 중심 디자인을 고집했다. 1984년 금성사에 입사한 노 상무도 33년째 ‘삶의 스토리를 빚는 디자인’을 핵심 철학으로 삼고 있다. LG전자가 1990년대부터 내세운 ‘유저 퍼스트(User First)’ 기조에 따라 고객을 불편하게 하는 기술 과시형 디자인은 아예 멀리했다. 태양빛과 가까우면서도 눈부시지 않은 OLED 라이팅도 이런 디자인 철학에서 탄생한 것이다. LG가 글로벌 박람회에서 계열사별 제품 홍보 대신 그룹 차원의 디자인 철학을 알리는 데 주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람회가 열린 밀라노 토르토나 지역은 쇠락한 공장지대에 디자이너들이 들어와 경제가 회복된 곳이다. LG의 디자인 철학을 풀어낼 적소였다.

박 상무는 “LG의 인간중심 철학이 미래에는 더 각광받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레드닷, IF, IDEA 등 국제 공모전에서 50여 차례 수상한 LG하우시스 디자인부문의 핵심 인재다. 박 상무는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AI)에 대한 기대감 못지않게 기술에 대한 불안감도 크다. 소비자들이 인간만의 가치에 집중하게 하는 배경”이라고 말했다. SPA(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가 인기를 얻는 것도 사람들이 겉치레보다 제품의 본질을 찾고 있어서라고 분석했다.

이번 전시회의 아이콘이었던 ‘의자’도 인간에 대한 배려를 지향하는 LG 스타일이 반영된 결과였다. 의자는 모든 시대상과 삶을 반영하는 오브제이기 때문이다. 관람객들은 OLED 사이니지를 사용해 만든 ‘미래의 감각 의자’에 앉아 LG가 만들 따뜻한 미래상을 감상했다. 박 상무는 “인간을 위한 디자인이란 말은 다른 기업도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LG가 70년간 걸어온 길만큼 증명할 회사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도쿠진 디자이너는 공상과학의 약자 ‘SF’를 ‘Senses of the Future(미래의 감각)’라는 전혀 다른 타이틀로 재해석했다. LG의 모든 전자소재, 건자재를 검토한 끝에 OLED 디스플레이, OLED 라이팅, 하이막스(인조대리석) 등 단 세 가지만 골라 작업했다.

노 상무와 박 상무에게도 ‘LG’를 풀어 달라고 했다. 둘에게서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LG는 라이프 이즈 굿(Life is Good)이죠!”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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