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 기대수명, 세계 처음 90세 넘는다

조은아기자 , 김윤종기자

입력 2017-02-23 03:00 수정 2017-02-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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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 OECD 35개국 분석


10여 년 뒤 태어나는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이 선진국 중에서 가장 높을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은 ‘넘기 힘든 벽’으로 알려졌던 90세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됐다.

영국 임피리얼칼리지런던과 세계보건기구(WHO)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의 기대수명을 분석한 논문을 21일(현지 시간) 영국 의학저널 랜싯에 발표했다. 기대수명은 사람이 몇 년을 더 살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추산치다.

논문에 따르면 2030년 여성 출생자를 기준으로 기대수명이 90세를 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했다.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은 90.82세로 예상됐으며, 프랑스(88.55세) 일본(88.41세) 스페인(88.07세) 스위스(87.70세) 등이 뒤를 이었다.

2030년 출생하는 남성의 기대수명도 한국이 84.07세로 세계 최고였다. 이어 호주(84.00세), 스위스(83.95세), 캐나다(83.89세), 네덜란드(83.69세) 순이었다.

한국인 남녀 모두 기대수명 증가 속도가 빠르다. 2010년 출생한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여성과 남성이 각각 84.23세, 77.11세였다. 20년간 기대수명 증가폭은 여성이 6.59세로 조사 대상국 중 가장 컸다. 남성도 기대수명이 같은 기간 6.96세 늘어 헝가리(7.53세)에 이어 두 번째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연구를 맡은 마지드 에자티 임피리얼칼리지런던 교수는 90.82세로 나온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에 대해 “과학계는 한때 인간 평균수명이 90세를 돌파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봤지만 장벽이 깨지고 있다. 한국인의 장수 비결은 보편적 의료 보장은 물론 유년기 양질의 영양 섭취와 새로운 의학지식에 대한 관심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한국인 기대수명의 증가세에 놀라워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장수 국가인 일본을 따라잡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인의 기대수명 증가는 ‘건강한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과 관련이 있다. 이삼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화대책기획단장은 “‘어차피 앞으로 오래 살 것 같으니 이왕 사는 거 건강하게 살자’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고령사회에 대비해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고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려는 사람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에선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이 더욱 두드러졌다. 하지만 여성의 기대수명이 한국 남성보다 6.75세 높은 건 과거 통상적인 연구 결과와 비슷했다. 이 단장은 “생물학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6, 7세 더 살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고 했다.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이 유일하게 90세를 넘는 원인을 뚜렷하게 말하기 힘들다는 전문가들도 있다. 정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인만 유독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장수할 수 있는 유전적 특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선진국에 비해 짧은 시간 내에 경제가 발전하고 의료환경이 빠르게 개선돼 기대수명이 늘어난 지금까지의 추세가 미래에도 반영된 것 같다”고 풀이했다.

일각에선 한국 여성이 오래 사는 비결에 대해 건강에 대한 관심을 꼽기도 한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국 여성들이 선진국에 비해 심각한 성차별을 겪고 양성평등지수가 낮은 환경에서도 장수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건강에 많은 관심을 갖고 병이 나기 전에 꾸준히 건강을 관리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조은아 achim@donga.com·김윤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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