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극복 모금액 910억원… “꼭 필요한 곳에 소중히 쓰겠습니다”

황태훈 기자

입력 2020-03-31 03:00 수정 2020-03-31 10:18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나눔, 다시 희망으로 -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코로나19 구호키트 243만점 전달… 대구경북 안전취약계층 19만명에
지역 사랑상품권 긴급 지원 계획
“재난-재해 누구나 피해자 될수 있어… 민간차원 상시적 재난기금 마련 절실
기부금 사용처 투명하게 공개해야”


김정희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사무총장은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기금을 모으고 구호물품을 보내느라 50여일간 직원들과 쉼 없이 일했다”며 “재난을 수습하는 것은 물론 그 이후의 복지까지 챙기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각종 재해, 재난이 발생했을 때 지원하는 일 못지않게 재난 이후 복지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재해, 재난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김정희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사무총장(57)은 “사회적 재난에 피해 입은 이들의 재난 이후의 삶을 도와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25일 서울 마포구의 희망브리지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50일 넘도록 성금을 모으고 전국에 구호 물품을 전달하느라 쉴 틈이 없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 국민이 피해자가 됐다. 이제 재해와 재난은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기에 일상화된 재난에 개개인이 유비무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이 보내온 성금 역시 소중하게 사용해야 한다”며 “꼭 필요한 곳에 구호물품을 보내고 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코로나19와 관련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희망브리지는 재난 피해 이웃의 빠른 일상생활 복귀에 중점을 두고 성금 모금과 구호활동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구호키트를 지방자치단체의 요청을 받는 대로 24시간 지원 중이다. 중국 우한 귀국 교민 격리시설, 자가격리자 및 생활지원센터, 재난취약계층, 의료진 구호 등에 총 243만 점의 구호물품을 지원했다. 또 코로나19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대구경북 지역의 안전취약계층인 기초생활수급자와 법정 차상위계층 약 19만 명에게 국민성금으로 마련한 지역사랑상품권을 긴급 지원할 예정이다.”

―코로나19를 이겨내기 위한 성금이 줄을 잇고 있다던데….

“26일 현재 개인, 기업 등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국민성금 모금액은 910억8000만 원(실입금액 기준)이다. 이는 희망브리지가 최근 10년간 자연재해, 사회재난 피해 이웃을 돕기 위한 성금 모금액 중 최고다.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하는 국민들의 따뜻한 온정을 피부로 느꼈다.”

기부 대열에는 배우, 스포츠스타 등 유명인들은 물론 일곱 살 꼬마부터 80대 어르신까지 다양한 직업과 연령층이 참여했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금일봉을 전달했고, 청와대 비서실과 경호처, 국가정보원, 행정안전부 등도 십시일반 성금을 쾌척했다. 기업들도 앞 다퉈 기부에 나서고 있다. 삼성그룹이 300억 원, 현대차그룹과 포스코, 경기도가 각각 50억 원, 아산재단, 미래에셋, 넷마블, 엔씨소프트가 각각 20억 원, 신협중앙회가 15억 원, 현대중공업이 12억 원, 두산, 신세계, CJ, 하나금융그룹, 한화, 아람코코리아, 한국투자증권, DB손해보험, 새마을금고중앙회 등이 각각 10억 원을 기부했다. 또 ‘힘내세요 대구’를 비롯해 질병관리본부 전화번호인 ‘1339’를 빌려 익명으로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 사람들도 많았다.


―최근 자연재해와 재난이 잦아지는 분위기인데….


“2000년대까지만 해도 태풍과 홍수 피해가 반복되면서 이재민의 피해가 컸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후 변화로 인해 폭염과 슈퍼태풍, 한파, 미세먼지 습격이 이어지며 재난이 일상화되고 있다. 여기에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코로나19같이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병으로 전 세계가 충격에 빠지는 등 재난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이들 재난은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대규모 재난이 발생할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는 만큼 사전에 구호 계획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개인이나 국가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재난이 발생하면 정부는 한정된 정부 예산으로 기본적 구호와 피해 복구에 중점을 둔다. 문제는 ‘국민들이 국가가 모든 것을 다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데 있다. 미국이나 유럽을 보더라도 재난 피해자들에게 정부가 모든 것을 다해주지 못한다. 재난 상황은 갑자기 발생하고 긴급한 지원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민간 차원에서도 상시적인 재난기금 마련이 절실하다. 국가 위기 상황에서는 국민 모두가 합심해서 참고 이겨내야 한다. 평상시에도 희망브리지 같은 재해구호단체가 중심이 돼 재난기금을 모으고 피해 주민을 돕는 시스템을 강화했으면 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구 경북 지역의 코로나19 피해가 크지만 수도권도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한정된 자원을 국민 스스로 아끼고, 나누고, 공동체를 되살릴 연대가 절실하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개인과 법인의 기부금은 모두 12조9500만 원. 기부금 시장은 기부 문화 확산과 기업들의 활발한 사회공헌활동에 힘입어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재해구호와 관련된 기금은 전체 기부금 중에 0.1% 수준에 불과하다.

김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해 “재난성금이 긴급 모금 성격이다 보니 재난의 규모와 피해 상황 등에 따라 기금 모금의 편차가 크다. 특히 재난 피해에 대해 개인의 감내보다 국가의 책임을 묻는 인식이 강해 기부가 줄어드는 게 아쉽다”고 지적했다. 또 마스크 대란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KF94 마스크는 환자나 의료진이 사용하고 나머지 일반인은 천 마스크 등 대용을 사용하면 된다. 꼭 필요한 사람이 사용하도록 배려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 등 성숙한 국민의식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구호 기금이나 물품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모든 구호행정은 투명해야 한다. 기부금과 구호품이 어떻게 쓰였는지를 공개해야 한다. 단순히 기부금을 나눠 현금으로 주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 국민성금은 세금이 아닌 재난 시 피해자를 위로하는 성격이다. 예컨대 성금을 쓰더라도 지역 거점 식당을 정해 일정 기간 취약계층에 식사를 제공하도록 배려하는 게 좋다. 지역 상권에도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재난 이후 지역공동체를 살리자(레질리언스·Resilience·회복탄력성)’는 것이다.”

―희망브리지의 살림을 총괄하며 국민에게 바라는 점은….

“희망브리지는 1961년 전국 신문사와 방송사, 사회단체가 재난 피해 이웃을 돕기 위해 설립돼 59년을 이어왔다. 그러나 현재 회원은 1만 명에 불과하다. 재난이 수시로 찾아오는 상황에서 국민적인 관심이 절실하다. 회비의 적고 많음을 떠나 전 국민이 재해구호의 일원이 된다는 생각으로 희망브리지에 참여해주길 소망한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가운데 북한은 피해상황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북한 재난 시 어떤 대책이 있나.


“북한은 전염병 대응이 매우 취약한 것으로 알고 있다. 희망브리지는 필요할 경우 구호물품을 즉각 지원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 마스크부터 비타민까지… ‘맞춤형’ 구호키트 제작 ▼

김정희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사무총장은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기금을 모으고 구호물품을 보내느라 50여일간 직원들과 쉼 없이 일했다”며 “재난을 수습하는 것은 물론 그 이후의 복지까지 챙기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마스크부터 비타민 제품까지.’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의료진과 민간단체, 개인 등에게 지급되는 구호키트가 다양화되고 있다.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는 삼성, 현대차그룹, 신세계 등 대기업과 SM 엔터테인먼트 등 다수의 기업의 후원을 받아 ‘맞춤형’ 구호키트를 제작해 전국으로 보내고 있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키트는 △개인위생용품 △자가격리자용 식품 △생활치료센터 입소자용 생필품 △의료진 응원용품 등으로 다채롭다.

개인위생용품은 마스크, 항균살균 스프레이, 보호복을 담아 코로나19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재난취약계층, 자가격리자, 의료진 등에게 지원하고 있다. 자가격리자를 위해선 삼계탕, 컵밥, 즉석죽, 컵라면, 생수 등 실내에서 불편함 없이 생활할 수 있는 제품들을 전달하고 있다. 생활치료센터 입소자용 키트에는 코로나19 경증환자들을 위한 치약, 칫솔, 샴푸, 물티슈, 생리용품, 화장지 등 생필품 세트를 담았다.

희망브리지는 24일 삼성과 함께 코로나19 확진자를 치료하고 있는 전국의 의료진을 위해 건강키트 1만6000세트를 마련했다. 대구 경북을 비롯해 경남, 부산, 서울, 경기, 충남, 제주 등 16개 시·도에 위치한 코로나19 지정 병원 78곳에서 근무 중인 의료진 1만3670명에게 전달했다. 의료진 구호키트는 홍삼정 1박스와 비타민C, 프로바이오틱스 등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제품들로 구성했다. 잔여물량 2330세트는 희망브리지 파주 재해구호물류센터에 보관한 뒤 추가 요청이 있을 때 배송하기로 했다.

홍선화 희망브리지 대외협력실장은 “이번 구호활동은 전국의 격리병동 음압병실에서 밤낮으로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이 건강해야 국민의 건강도 지킬 수 있다는 생각에서 기획됐다”고 말했다.

김정희 희망브리지 사무총장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뒤 지금까지 2만 트럭 분량의 물품 366억 원을 지원했다”며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될 것을 대비해 앞으로도 다양한 구호 키트를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