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식 ‘현금살포’ 필요할까…학계 “생계곤란 국민부터 지원을”

뉴스1

입력 2020-03-19 11:17 수정 2020-03-1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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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인 1명당 1000달러(약 124만원)의 수표를 지급하는 ‘헬리콥터 머니’ 카드를 꺼내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기 침체가 우려되자 헬리콥터가 지상에 전시 구호품을 뿌리듯 국민들에게 현금을 대규모로 쏟아붇겠다는 것이다.

트럼프식 현금 살포가 우리나라에서도 먹힐까. 학계는 현금을 일괄 뿌리는 것보다는 당장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국민을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코로나19 여파로 우리 경제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달을 경우엔 현금 지원책도 ‘최후의 보루’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세계 강타한 코로나19…美, 천문학적 부양책 추진

19일 로이터·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은 경기 부양을 위한 대규모 유동성 공급 계획을 밝힌 상태다. 영국은 300억파운드(약 45조원)의 자금 공급 계획 발표에 이어 3300억파운드(약 496조원)의 대출 보증과 소기업·자영업자 대상의 200억파운드(약 31조원) 규모 재정 지원 정책을 내놨다. 프랑스는 450억유로(약 62조원)의 경기 부양책을, 스페인은 2000억유로(약 274조원)의 긴급지출 계획을 속속 발표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트럼프 정부의 천문학적 경기 부양책이다. 로이터는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인들에게 2주 내 1000달러 수표를 지급할 계획으로, 1조달러(약 1235조원)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지난 17일 “미국인들은 지금 현금이 필요하고, 대통령도 현금을 주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부유층을 제외한다고는 했지만 일시적으로 시민 모두에게 일회성 현금을 지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는 보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1969년 경기부양책으로 지목한 ‘헬리콥터 머니’를 연상케한다. 헬리콥터에서 예상치 못한 1000달러가 뚝 떨어지면 시민들의 소비가 자극된다는 아이디어다. 현재 경제학계에서 ‘헬리콥터 머니’는 이자율이 0%에 수렴하고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택하는 ‘끝판격’ 경기 부양책으로 통한다.

실제 15일(현지시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기준 금리를 0%대로 낮췄다. 코로나19가 유행하며 금융은 물론 생산·소비·수출 등 경제 전반이 급속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은 한계에 부딪쳤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민간소비 척도인 소비자심리지수도 고꾸라졌다. 미시건 대학이 발표한 미국 소비자심리지수(CSI)는 지난 2월 101.0에서 3월초 95.9로 5.0% 떨어졌다.

◇학계 “트럼프식 지원책은 비장의 카드…생계곤란 국민이 먼저”

미국보다 한달가량 앞서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올해 1월 104.2에서 2월 96.9로 7.0% 하락했다.

이에 국회는 전날(17일)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일자리 관련 예산이 줄었고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대구·경북지역과 소상공인 지원 예산은 확대됐다. 이번 추경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정부안 수준인 41.2%가 유지됐다.

학계에선 더욱 과감한 정책이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트럼프식 현금 지원책은 우리나라에서도 최후의 선택지 중 하나라는 관측이다.

최창곤 전북대 경제학과 교수는 <뉴스1>과 통화에서 “우리나라 소비자 구매력이 크게 감소하면서 경기가 심각하게 위축돼있어 더욱 공격적인 재정정책을 펼쳐도 좋을 것”이라며 “미국식 현금 지원책을 우리나라에서도 고려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 경제가 매우 위중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연호 충북대 경제학과 교수도 “재정적으로 여력이 있고 수요가 있다면 지원 규모를 확대해도 좋다고 본다”며 “국가의 채무 증가에 대해선 신중해야 하지만 딱히 채무비율 40%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금 지원도 최악의 경우에 대비한 ‘비장의 카드’로 남겨둘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관건은 정책에 따른 실질적인 효과다. 학계에선 전국민에게 현금을 무차별적으로 살포하는 정책에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 사태로 가장 어려운 생계형 소상공인이나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에 대한 선별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불특정 다수의 국민을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어 “일반 국민들이 돈이 없어서 못쓰는 게 아니고 코로나 때문에 활동이 위축돼 안쓰는 상황이라, 이들에게 현금을 지원한다고 해도 기대했던 경기 부양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임시소득의 경우 한계소비성향(새로 증가한 소득 중에서 소비에 쓰인 비율)이 ‘제로’에 가깝다”며 “정책의 효과는 미미하고 세금을 내는 국민들만 더 힘들어지는 부정적인 면이 크다”고 주장했다.

최병대 한양대 행정학과 명예교수는 “당장 일거리가 끊겨 고통 받는 비정규직과 일용직 근로자들을 중심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효율적”이라며 “다만 대상자를 가려내는데 지나치게 많은 행정비용이 투입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부가 기준을 정해 대상자에게 우선적으로 지원한 뒤, 추후 부정 수급자에게 패널티를 물리는 식의 정책을 펼치면 신속한 지원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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