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으로 진행 환자 크게 느는데… 전문 의료인력 부족 애태워”

대구=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 전주영 기자

입력 2020-03-16 03:00 수정 2020-03-1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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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이진한 기자 대구 병원 르포


대구로 향하는 간호사들 11일 서울 국립중앙의료원 간호사들이 대구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을 향해 출발하는 버스 안에서 정기현 의료원장(오른쪽 뒷모습)의 격려사를 듣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 제공
11일 대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1층 로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담 병원으로 팽팽한 긴장이 감도는 이곳에 갑자기 함성과 박수가 터졌다. 함성 사이로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코로나19 치료 지원을 위해 대구로 온 국립중앙의료원 간호사 23명이었다.


○ 백의(白衣)의 용사(勇士)들

대구지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한 건 맞지만 아직도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경증환자 전담치료시설)에는 5171명(15일 기준)의 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다. 현장의 의료 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이 때문에 전국 각지에서 자원한 의료진이 계속 대구로 오고 있다.

대구동산병원 중환자실은 동산병원 간호사들을 주축으로 해서 서울아산병원과 고려대구로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국립중앙의료원 간호사 16명이 함께 근무하고 있다. 남성일 대구동산병원 기획실장은 “중환자가 늘어나고 있어서 전문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며 고마워했다. 이들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간호 인력은 크게 부족하다. 이 병원 일반병동은 한 병동당 50∼60명의 코로나19 환자를 간호사 3명씩 교대로 책임지고 있다. 간호사들은 환자를 보는 틈틈이 청소하고 식사도 나르느라 쉴 틈이 없다. 중증이 아니어도 거동이 힘든 환자에게는 직접 음식도 떠먹여 준다. 중환자실 근무 경력이 많은 김수련 세브란스병원 간호사는 “세브란스에서는 환자 1명당 간호사 3명 정도가 담당하는데, 지금 여기선 간호사 0.5명이 맡고 있어 마치 전쟁 같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보통 간호사들은 하루 3교대로 일하지만, 이곳에서는 두 시간마다 방호복을 갈아입느라 수시로 교대를 해야 한다. 방호복을 벗어도 제대로 한숨 돌리지 못한 채 언제 다시 투입될지 긴장해야 한다.


○ 중증환자 증가로 현장은 ‘초긴장’

의료봉사 인력들 “파이팅” 3일부터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봉사를 하고 있는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간호사들이 병원 로비에서 힘차게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대구=이진한 기자 likeday@donga.com
10일 이 병원 5층 중환자실에서는 레벨D 방호복으로 무장한 의사들이 여러 개의 호스를 연결하느라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대한중환자의학회의 지원 속에 서울에서 자원 봉사 온 의사 6명과 이 병원 의료진이 상태가 악화된 중환자에게 에크모(ECMO·인공심폐기)를 달아 가동한 것. 중환자 진료에 필요한 제반 장비는 보건의료 비정부기구(NGO)인 글로벌케어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원했다.

호흡이 힘든 환자에게 에크모는 꼭 필요하지만 대당 8000만 원의 고가인 데다 당장 장비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대구동산병원은 기존에 보유한 한 대에 인근 2차병원에서 빌린 한 대를 더해 총 두 대를 가동하고 있다. 갈수록 중증 환자가 늘어나 타 지역 병원까지 에크모를 빌릴 수 있는지 수소문하고 있다. 하지만 대구의 코로나19 전담 병원마다 에크모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어 여의치 않다.

대한중환자의학회에서 파견된 김제형 고려대안산병원 중환자의학과 교수는 “대구 지역의 확진자 수는 잦아들고 있지만 고령, 기저질환 등의 위험 요인이 있는 환자 중에서 중증으로 진행하는 환자는 크게 늘고 있다”며 “코로나19 사망률을 줄이려면 적절한 중환자 진료 체계 구축 및 유지를 위한 지원이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중증환자가 늘어나자 대구동산병원은 기존에 3개에 불과했던 중환자 병상을 10개로 늘렸다. 중환자 담당 의사들은 하루 12시간 이상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의료진의 필사적인 노력 덕에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진급’하는 환자들도 나오고 있다. 병원의 희망은 중증환자 병상을 더 늘리고, 고령 치매 환자를 위한 요양병원 형태의 병상도 20개 정도 만드는 것. 이를 위해서는 의료 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 걸림돌이다.


○ 생활치료센터에서도 방심은 금물

“싫어, 싫어, 절대로 안 할 거야.”

13일 오전 날카로운 소리가 경주시 대구경북 2생활치료센터의 허공을 갈랐다. 퇴소를 앞두고 검체 채취를 받던 정신지체 환자가 검사를 거부하며 이리저리 피했다. 부모가 양팔을 붙잡고 20분간 실랑이를 벌인 끝에 겨우 검사가 이뤄졌다.

오후에는 한 할머니가 열이 나기 시작했다. X선 검사에서 폐렴 소견이 나오자 이곳에 파견 중인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119 소방본부 관계자들은 일제히 긴장했다. 의료진과 상의해 긴박하게 포항으로 이송했다.

2일 문을 연 2생활치료센터는 대부분 무증상 환자가 들어온다. 처음에 234명이 입소해 지금은 180여 명이 있다. 무증상 또는 경증이라고 해서 느긋한 상황은 아니다. 오히려 증상이 확실한 환자들에 비해 불안해하거나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특히 퇴소를 앞두고 하는 2차 검사에서 종종 양성이 나와 분노를 터뜨리는 환자들이 있다. 이들을 달래고 보듬는 것도 모두 의료진의 몫이다. 개소 이후 공중보건의 6명, 간호사 10명, 간호조무사 9명, 방사선사 1명이 12시간씩 교대근무를 하느라 피로가 잔뜩 쌓여 있다.

이곳에서 의료 봉사 중인 이경남 수간호사(52)는 “환자 상태 파악이 쉽지 않아 힘들지만 환자들이 퇴소한 뒤 전화를 걸어 ‘까다롭게 굴어 미안하다’, ‘고생했다’고 하면 다시 힘이 난다”고 말했다.

▼ 본보 이진한 기자 열흘 의료봉사 마쳐 ▼

대구지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는 조금씩 꺾이는 분위기다. 하지만 현장 의료진의 사투는 계속되고 있다. 본보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도 5일부터 14일까지 계명대 대구동산병원과 경북 경주시 생활치료센터 등에서 의료봉사를 했다. 이 기자는 15일부터 2주간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대구=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전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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