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삭감 동의서에 반강제로 사인했어요”…‘코로나19’에 근로현장도 몸살

뉴시스

입력 2020-02-26 11:59 수정 2020-02-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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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경영난에 자발적 고통분담 나선 노조도 있지만
일방적 통보로 임금삭감 등 노동현장에 부정적 영향
"당장 다음달 월급 줄면 대출받아 가계 꾸려야 할판"
정부 보조금 주는데도 "감염돼 격리되면 연차 소진"


“회사 측에서 코로나 때문에 매출이 줄었다고 임금을 삭감하겠다며 동의서에 사인하라고 합니다. 상황 좋을 땐 성과급 한번 안줘놓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회사의 경영난이 심각해지자 고통분담에 나선 노조 등 근로자들이 있는 반면, 이처럼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임금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근로자가 있는 등 노동현장에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대기업들은 코로나19 확산세로 재택근무, 근로시간 단축 등 직원 보호와 안전을 위해 선제적 대응을 해가고 있지만 근로환경이 취약한 일부 중소기업에서 이 같은 일들이 암암리에 벌어지고 있어 관할 당국의 관리·감독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여행·숙박 업체 한 곳은 지난 이달 초 일부 비정규직 근무자 해고에 이어 최근 전 임직원들에게 일괄 일주일간 무급휴가를 부여하고 월급 30% 삭감 계획을 밝혔다. 임금 감소로 당장 생계에 부담이 생기는 직원들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동의서에 사인을 했다.

이 기업 회사원 A씨는 “코로나 여파로 인한 회사의 어려움은 잘 알고 있지만, 노조가 없어서 그런지 사측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통보했다”면서 “임원, 관리자급뿐 아니라 사실상 최저임금 수준인 일반 대리, 사원급까지 임금을 깎는 다는 것에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사과 직원이 임금 삭감 동의서에 사인이 없다면 노동청 등에 고발 당할 수 있어 진행하는 절차라며 사인을 안해도 된다고 얘기하고 있자만, 동참 안했다간 나중에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 싶어 사인했다”면서 “당장 3월 월급이 30% 줄어들면 대출을 받아 가계를 꾸려야 한다”고 푸념했다.

감원 및 임금 문제 뿐 아니라 코로나 감염 등으로 휴직도 개인 연차를 소진하라는 방침을 정한 직장도 있다.

한 중소기업 직장인 B씨는“회사 규정상 코로나에 감염돼 격리조치 될 경우 우선 연차부터 소진된다며 건강에 각별의 유의하라는 주문을 받았다”면서 “대기업 다니는 친구는 이미 재택근무를 실시했고, 발병시 유급 휴가를 준다는 얘기를 듣고 회사에 대한 정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정부는 기업에 단협이나 취업규칙에 해당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자들에게 유급병가를 줄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 코로나19로 입원 또는 격리된 근로자에게 유급휴가를 준 사업주에게 보조금을 주고 있는데도, 무급휴가도 아닌 개인 연차를 소진하라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코로나19로 인해 생명·안전, 임금 및 노동조건 등에서 직접적 영향을 받는 노동자에 대한 지원 대책이 전무하다는 판단하에 ‘산업 현장 피해 조사’에 나선다. 실태조사는 ▲코로나19로 인한 영향 ▲조업 단축 여부 ▲휴업 여부 ▲휴업수당 수준 ▲휴직 여부 ▲감원 여부 ▲임금체불 여부 ▲임금삭감 여부 ▲재택근무 시행 여부 ▲안전조치 종류 ▲정부에 바라는 요구사항 등 11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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