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업종-연차 불문… 산업계 ‘구조조정 칼바람’

지민구 기자

입력 2020-02-25 03:00 수정 2020-02-2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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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전자서 발전-정유 등으로 확산
에쓰오일, 창사후 첫 희망퇴직
두산重, 45세이상 명퇴신청 받아
유통-여행-항공 업계도 비상… “코로나 장기화땐 규모 더 커질것”



국내 산업계에 대규모 감원 칼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기업 규모, 업종, 근무 연차와 상관없이 곳곳이 구조조정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 경기 침체로 경영난을 겪은 기업들이 연초부터 본격적으로 긴축 경영에 돌입한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력 감축 규모가 더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24일 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나 디스플레이 같은 일부 업종에서 진행했던 기업별 인력 감축 기조가 발전·정유·에너지·유통·항공업계 등 모든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 경영난 기업 본격 감원

세계 발전 시장의 침체 속에 탈(脫)석탄과 탈원전 등 정부의 급격한 에너지 정책 변화로 6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본 두산중공업은 20일부터 만 45세 이상 기술·사무직 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2014년 12월에 만 52세 이상 사무직 직원에게만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감원 대상이 훨씬 넓어진 것이다. 조건에 맞는 인원은 2600여 명으로 전체 직원 6000여 명 중 40%가 넘는다. 두산중공업 안팎에선 올해 상반기(1∼6월) 중 1000명 이상이 회사를 떠날 것으로 보고 있다.

평균 1억 원의 고액 연봉으로 ‘꿈의 직장’으로 불리던 에쓰오일도 1976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할 예정이다. 만 50세 이상 부장급 직원들이 대상으로 알려졌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2016년 대비 30% 수준으로 줄어드는 등 경영 환경이 악화하자 회사가 다급하게 비용 절감에 나선 것”이라며 “구조조정의 무풍지대가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태양광 소재인 폴리실리콘 시장의 국내 1위 생산 업체인 OCI는 20일부터 국내 생산을 중단해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 OCI 관계자는 “희망퇴직 등에 대해선 아직 확정된 것이 없지만 인력 운용 방안에 대해 노사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영업이익률이 50%를 웃돌며 우량 기업으로 꼽혔던 액정표시장치(LCD) 기판유리 생산 업체 코닝정밀소재도 실적 악화로 지난달부터 희망퇴직 접수를 시작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발전, 정유, 에너지, 디스플레이 등 업종을 불문하고 기업들이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는 것은 각 산업계의 밸류체인(가치사슬)이 무너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감도 안 오는 비상 경제 상황”이라고 말했다.


○ “코로나19 장기화 시 추가 감원 태풍”

산업계는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실적 악화가 현실화할 경우 다른 업종에서도 추가 감원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소비심리에 영향을 받는 유통·항공·여행업계가 대표적이다. 이미 코로나19 사태와 무관하게 롯데쇼핑은 최근 대형 마트 및 슈퍼 200여 곳을 정리하는 대대적인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유통업계선 코로나19의 영향이 더해지며 협력업체를 포함해 수천 명의 인력 감축 조치가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탑승객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항공업계는 무급휴직, 임금 반납 등의 자구책을 마련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인력 구조조정 방안까지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여행업계 1위인 하나투어도 다음 달부터 주3일 근무제를 통해 인건비 절감에 나선다. 재계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수출 규제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코로나19 사태까지 확산되면서 올해는 유례없는 구조조정 태풍이 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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