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 손 들어준 법원 “건설적 해결책 찾아라”

동아일보

입력 2020-02-20 03:00 수정 2020-02-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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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웅 쏘카대표 등 1심서 무죄
“쏘카-이용자 초단기 승합차 렌트, 출시전 정부와 협의등 적법 절차”
택시업계 “총파업등 전면전” 격앙… ‘타다금지법’ 등 곳곳에 난관 산적


이재웅 쏘카 대표(왼쪽)와 박재욱 VCNC 대표가 19일 무죄 판결을 받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승차 공유가 자본주의,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막론하고 전 세계적으로 진통을 겪으며 다양한 모습으로 수용되고 있다. 택시 등 모빌리티 산업의 주체들이 규제 당국과 함께 건설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19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여객자동차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타다 측 대표 2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박상구 부장판사가 내놓은 설명이다. 사회적 합의가 어려운 한국에서 모빌리티 사업을 하기 위해 타다 측이 허용 범위를 실험했고 이 실험은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뜻이다.

타다의 모기업인 쏘카의 이재웅 대표와 타다 운영사인 VCNC의 박재욱 대표는 박 부장판사가 이 같은 내용을 낭독하는 동안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재판부는 “타다 서비스에서 성립하는 승합차 임대차계약은 ‘초단기 승합차 임대차(렌트)’로 인정되고, 여객자동차법상 ‘허가받지 않은 유상 여객운송’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날 판결은 단순히 타다가 ‘유사 불법 택시’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을 넘어서 기존 산업을 넘어서는 혁신 산업이 출현했을 때 한국 사회가 취해야 할 태도까지 담았다는 점에서 스타트업 업계의 환영을 받았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는 “시장의 판단이 아니라 한 집단의 자의적 해석에 의해 혁신 산업에 제동을 거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이번 판결이 규제혁신의 계기가 되고, 기술력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들이 성장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성준 차차크리에이션 대표는 “만약 유죄가 났다면 대한민국에서 혁신적 기업들은 엄청난 좌절을 겪었을 것”이라며 안도했다.

재판부가 현행법 해석을 통해 타다 측의 손을 들어줬지만 정부와 국회가 타다의 사업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은 여전해 타다 서비스가 뿌리내리기까지 만만치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차량 대여 시간을 6시간 이상으로 늘리는 등 운행 방식을 엄격히 하는 대신 현재와 같은 서비스를 하려면 택시면허를 사도록 한 여객자동차법 개정안(일명 ‘타다 금지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택시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어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들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타다 금지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려던 여당은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가 차후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법원의 판결 취지대로라면 타다 금지법 강행이 어려운 분위기지만 총선을 앞두고 택시업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국회 법사위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타다의 사업을 제한하는 내용은 빼고 플랫폼 사업 제도화 부분만 통과시키는 방안 등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여객자동차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1심 판결에 따른 (법의) 수정 보완 요구는 충분히 논의해볼 수 있다. 정부와 당과 긴밀히 협의해 운수사업법의 2월 임시국회 통과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택시업계는 이날 총파업 등 모든 방안을 동원해 전면전을 불사하겠다며 반발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4개 단체는 공동 성명을 내고 “(법원이) 타다의 명백한 유사 택시영업에 대해 면죄부를 줬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타다는 검찰의 항소 여부, 정치권 논의를 지켜보면서 투자 유치를 통한 사업 확장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쏘카는 4월부터 타다를 독립 법인으로 분리해 안정적 투자유치를 위한 환경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타다는 4대 보험, 연차휴가, 퇴직금 등을 받지 못하는 타다 드라이버의 복지 향상책을 강화하며 우호적 여론 형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타다는 1심 판결 후 입장문을 통해 “더 많은 이동약자의 편익을 확장하고, 더 많은 드라이버가 행복하게 일하고, 더 많은 택시와 상생이 가능한 플랫폼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유근형 noel@donga.com·박상준·신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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