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大 벤처CEO들 “후배에게 창업 노하우 전수합니다”

박재명 기자

입력 2020-02-20 03:00 수정 2020-02-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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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열린 ‘KU 캠퍼스 최고경영자(CEO) 홈커밍데이’에서 이병현 스테이즈 대표가 후배 창업팀에 창업 노하우를 강연하고 있다. 고려대는 매년 1, 2차례 선배 기업가의 홈커밍데이 행사를 연다. 고려대 제공
최근 전국 대학들이 학생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뛰고 있다. 학생들의 창업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창업 실적이 대학의 역량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로 떠오른 탓이다. 정부가 창업 지원을 강화한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대학가 분위기에서 고려대의 창업 지원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고려대는 지난해 3월 개교 이후 처음으로 공과대 출신인 정진택 총장 체제를 출범시키며 ‘창업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1999년부터 고려대 내 학생 창업을 책임지고 있는 창업지원단의 지원 성과 역시 최근 속속 결실을 맺고 있다.


○ 고려대 ‘학생사장’ 40명, 원동력은 창업경진대회

고려대는 흔히 ‘문과가 더 강한 대학’이란 인상이 있지만 창업 분야에서도 큰 성과를 내고 있다. 2019년 대학정보공시에 따르면 창업에 나선 고려대 재학생은 2018년 현재 40명에 달한다. 전국 대학 가운데 3위다.

이들 학생 창업 기업이 고용한 직원 수는 전국 대학 가운데 가장 많은 49명. 기존 일반 기업들과 비교하면 적을 수 있지만 학생들이 만들어낸 일자리라 향후 성장 가능성은 더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려대 학내 창업의 핵심은 ‘크림슨 창업지원단’이다. 이곳은 1999년 창업보육센터로 시작해 2018년 연구부총장 산하 기관으로 바뀌었다. 크림슨 창업지원단은 매 학기 ‘캠퍼스 최고경영자(CEO) 창업경진대회’를 연다. 2007년 이후 23회째를 맞는 이 대회에는 학교 내에서 창업 수업을 들은 팀 가운데 평균 25개 팀이 참여한다. 수상 팀은 상금 500만 원과 함께 창업 아이템을 시제품으로 만들 기회를 얻는다.

이렇게 발굴한 고려대 창업팀은 외부 창업경진대회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한 ‘대학 학생 창업 유망 300개 팀’ 가운데 고려대는 15개 팀이 선정됐다. 수도권 대학 중 1위다.

고려대 학생 창업팀 가운데 인공지능(AI)에 기반한 학과 정보 맵을 내놓은 ‘잡쇼퍼’팀이 제3회 서울혁신챌린지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해 상금 2억 원을 받기도 했다.


○ 어제의 학생이 오늘은 멘토

끈끈한 선후배 관계 역시 고려대 학생 창업의 장점으로 꼽힌다. 고려대는 선배 스타트업 창업자들로 구성된 ‘크림슨 창업멘토단’을 위촉해 학생들의 창업 자문을 돕는다. 매년 홈커밍데이 행사를 열고 선배들이 후배들의 창업에 도움을 준다. 고려대 관계자는 “어제까지 창업 수업을 듣던 학생이 학교로 돌아와 멘토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2014년 ㈜스테이즈를 창업한 이병현 대표(33)다. 스테이즈는 대학가 원룸을 중개하고 20, 30대의 취향에 맞는 방을 개발해 공급하는 기업이다.

고려대 영문과 출신인 이 대표는 2013년 이 아이템을 떠올렸다. 2014년 창업한 이후엔 1년 6개월 정도 고려대 내부 사무실을 운영했다. 창업 활동비 5000만 원도 지원받았다. 지금은 67억 원의 외부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이 됐다. 이 대표는 “지난해부터 크림슨 창업멘토단이 되어 후배들을 만나고 있다”며 “주로 창업 초기에 어려움이 많은데 이 과정을 어떻게 넘겨야 할지 자문해준다”고 말했다. 이렇게 후배 자문에 나서는 고려대 선배 스타트업 창업자 수는 50명에 달한다.

○ 학교는 ‘창업 커리큘럼’으로 측면 지원


고려대는 학교 차원에서 학생 창업 지원을 위한 교과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2학기부터 복수전공과 비슷한 ‘기술창업 융합전공’을 새로 개설했다. 공과대 7개 학과, 경영학과, 컴퓨터학과 등 9개 학과가 참여해 ‘캠퍼스 CEO’ ‘벤처경영’ 등 창업 관련 교과목을 편성한 과정을 운영한다. 이 전공 과정을 통해 학생들의 머릿속에 떠오른 아이디어와 기술을 바로 제품 및 서비스로 전환하는 게 목표다.

고려대는 학생들의 창업 지원도 지금보다 강화할 방침이다. 현재 고려대는 기술사업화촉진펀드 등 전문투자조직을 통해 204억 원의 교내 투자재원을 만들었다. 이 자금으로 교내 창업기업 1곳에 최대 1억 원의 사업화 자금을 지원해준다. 고려대 관계자는 “학교 안에서 스타트업 기업을 육성할 수 있도록 좀 더 체계적인 창업 프로세스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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