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적격대출 올해도 조기소진…안심전환대출 후폭풍

뉴스1

입력 2020-02-18 06:12 수정 2020-02-18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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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한 은행에서 시민들이 대출상담을 받고 있다. © News1

올해 들어 1분기(1~3월) 적격대출이 한 달 만에 조기 소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선 지난해 정부의 20조원 규모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시행으로 주택금융공사(이하 주금공)의 재원 마련이 녹록지 않아 지난해에 비해 한도가 크게 줄어든 데다, 은행 입장에선 적격대출의 수익성이 떨어져 적극적으로 판매할 유인이 적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적격대출은 장기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의 재원 공급을 위해 유동화에 적합하도록 사전에 정해진 조건을 충족하는 대출을 말한다. 은행이 자체 대출보다 낮은 이율로 주담대를 판매하면 주금공은 은행 주담대를 기초자산으로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해 재원을 마련한다. 소득제한이 없으면서도 주택 가격이 9억원 이하면 이용할 수 있는 등 요건이 까다롭지 않아 대표적인 정책 모기지로 꼽힌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새해 첫 영업일인 2일부터 적격대출 판매에 나섰던 우리은행은 약 1개월 만인 2월 5일 한도(1분기) 소진으로 판매를 중단했다. 같은 날부터 적격대출을 판매해온 기업은행도 현재 한도 소진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나은행은 지난 3일부터 적격대출인 ‘KEB하나 유동화적격 모기지론’과 ‘KEB하나 금리고정형 적격대출’을 판매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아직 소진되지는 않았지만 배정받은 액수가 적어서 고객이 몰리면 하루 만에도 중단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의 경우 아직 적격대출 판매 계획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은행 관계자는 “판매할 수 있는 한도가 작아 (판매) 시기나 여부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적격대출 담당자들에 따르면 지난해 총 10조원 규모였던 적격대출 한도는 올해 9조원으로 1조원 줄었다. 그나마 대부분은 하반기에 배정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적격대출 규모가 대폭 줄었는데, 지난해 20조원 넘게 공급한 안심전환대출의 재원을 마련한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주금공은 지난해 9월 출시한 최저 연 1%대(고정금리)의 안심전환대출 재원 마련을 위해 이달까지 MBS 20조원 어치를 순차적으로 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적격대출 재원을 마련할 MBS 발행이 여의치 않은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주금공의 MBS 발행액은 28조1000억원으로 2018년보다 3조3000억원(13.3%) 늘었다. 또 주금공은 지난 2016년 적격대출 한도가 조기소진됐을 때 추가 한도를 공급했으나 지난해에는 11월 말 각 은행의 4분기 적격대출 한도가 조기소진됐음에도 추가 공급하지 않았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 봤을 때 정책 모기지인 적격대출은 규모가 작을 뿐만 아니라 수익성이 크지 않다”며 “적극적으로 나서거나 서둘러 판매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안심전환대출로 내 집 마련을 위해 정책모기지를 이용해야하는 이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작 실거주를 위해 적격대출이 필요한 이들이 정부의 선심성 대출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주금공은 올해 하반기 적격대출 한도를 더늘려서 배분할 계획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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