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밀린 日조선업 왜?…설계인력 퇴출 ‘자충수’

뉴스1

입력 2020-02-17 10:26 수정 2020-02-17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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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 LNG운반선.(삼성중공업 제공)© 뉴스1

 일본 조선산업은 왜 한국에 밀리게 됐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과거 2차례 일본 조선업 구조정때 핵심 설계인력이 많이 이탈해서다. 특히 1988년에 단행한 2차 구조조정에서 핵심 인력을 산업에서 퇴출시키고, 그 자리를 제대로 채우지 못했던 점이 뼈아팠다.

17일 한국은행 경남본부의 ‘조선업 전망과 향후 발전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조선업의 쇠락은 설계인력 부족 때문으로 분석됐다.

일본은 70년대 초 석유파동으로 인한 불황으로 첫 조선업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후 일본 조선업은 한국의 무서운 추격과 1985년 플라자합의로 엔화 강세기조가 나타나면서 수출경쟁력이 크게 약화됐다.

결국 일본은 1988년 전후로 조선업 2차 구조조정을 단행하게 된다.

2차 구조조정을 통해 5000GT(총톤수) 이상 건조능력을 가진 조선소 44개사가 26개사로 재편됐다.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을 제조할 수 있는 대형 도크도 73기에서 47기로 줄었다. 이같은 과정을 통해 일본의 조선 건조능력은 603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 에서 460만CGT로 줄게 됐다.

2차 구조조정의 핵심은 인적구조조정이었는데 설계와 연구개발(R&D)인력은 대거 산업에서 퇴출됐다. 이는 기술적 발전의 동력을 스스로 차단한 결과로 이어져 한국과의 격차가 벌어지게 된 빌미게 됐다.

이후 일본 조선업은 설계변경이 필요없는 표준선박이 주력으로 자리잡았다. 표준선박 위주의 수주는 설계비용을 줄일 수 있어 가격 경쟁력과 생산능력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2000년대부터 중국 등의 선박 수요가 폭발하면서 대형화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기술력이 요구되기 시작했다. 많은 설계인력을 퇴출시킨 일본 조선업은 이같은 추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은 LNG(액화천연가스) 최대 수입국 중 하나여서 이를 싣고 오는 LNG운반선이 많이 필요한데 한국에 비해 설계 인력이 많이 부족해 건조를 제대로 못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일본 조선업을 보면 한국도 구조조정시 설계인력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현재 선박 연료가 달라지고 추진엔진이 달라지는 등 선박기술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일본의 설계인력이 사실상 거의 없어 적응을 못하고 있다”며 “부족한 설계인력 한계가 새로운 개발을 이끌어내지 못해 세계 조선업의 경쟁무대에서 도태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영향에 일부 일본 조선사들은 조선사업의 일부를 포기하고 있다. JMU(Japan Marine United)는 신조선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한다고 밝혔고, 미쓰비시 중공업도 LNG선 사업을 접고 여객선에만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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