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도의 생각대로 로봇이 움직이는 날도 올 것”

김상훈 기자

입력 2020-02-15 03:00 수정 2020-02-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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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학을 말하다]<2> ‘로봇 수술’ 어디까지 진화할까

사실 지금도 로봇 수술이 시행되고 있다. 국내에서 사용 중인 수술용 로봇은 어림잡아 70여 대. 게다가 국내의 로봇 수술 실적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17년에는 국내 기업이 수술용 로봇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로봇 수술은 비교적 ‘가벼운’ 질병에서부터 시작했다. 심장이나 폐 질환, 혹은 난치성 암에는 아직도 로봇 수술을 시도하지 않는다. 지나치게 복잡한 질병은 여전히 의사가 메스를 들어야 한다. 로봇 수술의 한계인 셈이다.

하지만 로봇 수술의 적용 범위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전립샘 또는 신장, 방광 등의 암에 대해서는 이미 로봇 수술이 널리 시행되고 있다. 앞으로도 적용 범위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로봇 수술이 진화하고 있는 것. 로봇 수술은 앞으로 얼마나 더 진화할까.


○본격 로봇 의학 시대 개막

의학자들은 향후 5∼10년 이내에 수술용 로봇 기술이 크게 발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과거에는 환자의 몸에 여러 개의 구멍을 뚫고 내시경을 넣은 뒤 로봇으로 수술했다. 최근에는 그 구멍의 개수를 한 개까지로 줄였다.

앞으로는 몸에 전혀 구멍을 내지 않는 로봇 수술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입이나 코, 항문 등으로 로봇을 집어넣는다. 그 로봇이 장기 수술도 할 수 있다. 초보적 수준의 이런 수술은 이미 여러 국가에서 시행 중이다. 의학자들은 10년 후 이런 수술이 국내에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로봇을 몸 안에 삽입해 수술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는 손톱 크기의 로봇을 삽입해 질병을 치료하는 동물 실험이 진행되는 수준이다. 삽입된 로봇의 자기장을 이용해 몸 바깥에서 컨트롤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이 성공하면 그 다음 단계는 더욱 드라마틱하다. 일단 나노 기술을 활용해 로봇의 크기가 육안으로 식별할 수 없는 수준까지 작아진다. 그 로봇은 혈관으로 들어가 혈액을 채취하고, DNA와 단백질 합성, 유전체 조작까지 시도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의 나노 로봇 수술은 아직까지는 구상 단계다.

로봇 기술이 발달하면 이른바 ‘무인 수술실’이 생겨날 수도 있다. 의사는 수술실 밖의 콘솔(조종 공간)에서 로봇을 컨트롤한다. 수술 보조 인력도 따로 필요 없다.

실제로 미국의 한 병원에서 이런 형태의 무인 수술실이 시험적으로 운영되기도 했다. 물론 이 또한 임상 시험 단계다. 로봇 수술이 더 활성화하면 무인 수술실이 우리 주변에 실제로 등장할 수도 있다. 일단 기술적 측면에서는 지금 당장도 가능하다. 다만 비용과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 이 모든 조건이 갖춰질 경우 국내에서도 10년 이내에 무인 수술실을 운영하는 병원이 나올 수도 있다.

인공 지능 기술의 발달로 로봇이 자율적으로 수술하는 날도 올 것으로 의학자들은 기대한다. 혹은 집도의가 생각하는 대로 로봇이 척척 움직이면서 수술을 하는 풍경도 만들어질 수 있다. 더불어 혈관이나 간과 같은 장기를 인공으로 만드는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시뮬레이션으로 최적의 수술 방법 찾아낼 것

최근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장비를 갖춘 수술실도 늘어나고 있다. 수술을 하면서 직접 고해상도의 영상을 촬영하고, 바로 그 영상을 활용해 수술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수술의 안전도를 높이고 수술 부위를 최소화하고 있다.

다만 이런 방식의 수술이 아직까지 보편적이지는 않다. 비용의 문제가 크다. 하지만 의학자들은 10년 이내에 이런 방식의 수술이 보편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형광 물질을 이용해 수술 도중에 조직에 혈액이 잘 공급되고 있는지, 장기의 상태는 어떤지 등을 파악하는 수술도 일부에서 시행되고 있다. 이런 기술을 ‘형광 영상 유도 수술’이라고 하는데, 국내에서도 관련 임상 시험이 진행 중이다.

이처럼 영상 기술과 로봇 기술이 융합되면 훨씬 안전하고 정확하게 수술을 할 수 있게 된다. 가령 암 수술을 할 때 지금은 육안으로 암 세포와 주변 조직을 구분해야 한다. 하지만 두 기술을 접목시키면 화면에 암 세포는 빨간색, 노란색은 암 주변 조직, 초록색은 정상 조직으로 표시된다. 수술이 훨씬 정확해지는 것. 이 기술도 일부 시행 중이다.

미래에는 더 정밀하게 고난도 수술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수술의 경우 한 번의 실수로 환자의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 사전에 정밀하게 시뮬레이션 수술을 할 수 있다면 수술 성공률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가상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하면 가능하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실제 환자 치료에 적용할 단계가 아니다. 현재는 주로 의대생의 교육용으로 활용된다.

교육생은 가상증강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고글을 쓴다. 환자의 몸 상태와 똑같은 3차원 인체가 화면에 뜬다. 수술에 필요한 이미지와 데이터가 속속 화면에 뜬다. 교육생이 팔을 휘저으면 내비게이션 장치를 장착한 로봇이 수술할 부위를 찾아내 메스를 댄다.

시뮬레이션은 3차원(3D) 컴퓨터 게임과 비슷하다. 시뮬레이션 결과가 좋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면 리셋 버튼을 눌러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몇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쳐 최적의 수술 방법이 도출된다. 이 수술 과정은 저장 장치에 기록된다.

이 시뮬레이션 기술은 현재 수술 데이터를 확보하고 미래 의사들의 수술 능력을 증대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20여 년 후에는 실제 환자 수술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의학자들은 전망한다. 이 경우 미리 저장해 놓은 데이터에 따라 수술이 이뤄지기 때문에 성공률과 안전성 두 가지를 모두 높일 수 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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