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손놓고 개점휴업… 1호 인터넷은행 ‘케이뱅크의 위기’

김자현 기자

입력 2020-02-14 03:00 수정 2020-02-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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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규제완화 인터넷은행법 무산… 자본금 바닥나 대출 대부분 중단
3개월 늦게 출발한 카카오뱅크… 가입자수-수신액 10배가량 앞서
새 주주물색-우회증자 등 거론속… 임시국회 통과만 손꼽아 기다려


“케이뱅크 대출 안 나와서 다른 데서 받았어요.”

13일 대출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둘러보니 케이뱅크 대출에 관한 소비자들의 불만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시중은행에 비해 낮은 금리의 대출상품이 있다고 해서 기다리는데 도무지 대출 중단이 풀릴 기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날 케이뱅크 홈페이지에는 직장인K대출 등 신용대출 5개에 모두 ‘일시중단’ 딱지가 붙어 있었다.

출범 3년을 눈앞에 둔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여신 기능이 사실상 중단돼 ‘식물은행’ 상태에 몰렸다. 지나치게 엄격한 대주주 적격성 기준의 문턱을 넘지 못해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법을 다룰 이달 임시국회가 케이뱅크 정상화 여부를 가릴 마지막 분기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국회만 바라보는 케이뱅크


2017년 4월 출범한 케이뱅크는 2주 만에 가입자 2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출범 초만 해도 순항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후 대출을 늘리는 과정에서 신규 자금을 수혈하지 못해 자본금이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급기야 지난해 4월부터 대출영업이 중단되기 시작했다.

당초 케이뱅크 주주들은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제한하는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한 ‘인터넷은행특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KT가 대주주로 올라서고 이를 중심으로 약 59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증자)할 계획이었다.

2018년 특별법이 통과됐지만 이번엔 대주주 자격이 발목을 잡았다. KT가 과거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 때문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KT가 자금을 대지 못하자 다른 주주들도 증자에 참여하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 케이뱅크는 이후 몇 차례 재무적투자자(FI)를 끌어들여 증자에 나서기도 했지만 미봉책에 불과했다.

지난해 말 공정거래법 위반을 대주주 적격성 심사 결격 사유에서 제외하는 ‘인터넷은행특례법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숨통이 트이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일부 의원이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라며 반발해 통과가 무산됐다.

케이뱅크는 이달 임시국회에 사활을 걸고 있다. 만약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플랜 B를 가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새 주주를 찾거나 KT의 계열사를 통해 우회적으로 증자를 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 ‘케뱅’ 주춤한 사이 ‘카뱅’ 쑥쑥

케이뱅크가 개점휴업 상태에 빠진 사이 3개월 늦게 출범한 2호 인터넷 전문은행 카카오뱅크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출범 당시 각각 2500억 원, 3000억 원으로 출발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자본금은 현재 각각 5051억 원과 1조8255억 원으로 벌어졌다. 지난해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가입자 수는 1154만 명으로 케이뱅크(120만 명)의 10배에 이른다.

케이뱅크가 상대적으로 혁신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있다. 카카오뱅크가 26주 적금, 모임통장 등 내놓는 상품마다 인기몰이를 한 반면 케이뱅크의 상품들은 기존 제도권 은행과 큰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핀테크 업계의 강자 ‘토스’도 지난해 제3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으면서 경쟁 상대도 늘어났다.

남주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해 개정안 통과는 필요해 보인다”며 “다만 케이뱅크 역시 공정거래법 준수 서약 등을 통해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고 기존 은행업과 차별화된 혁신을 하려는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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