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연장 검토할 때 됐다” 文대통령 발언 후폭풍…야당 비판에 기업 반발까지

김지현기자 , 한상준기자

입력 2020-02-12 17:25 수정 2020-02-1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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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일자리 정책과 관련, “올해는 일자리에서 반등을 넘어 국민들께 확실한 변화를 체감하는 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고용 연장에 대해서도 본격적으로 검토를 시작할 때가 됐다”고 밝히면서 정년 연장이 총선을 앞두고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선거를 두 달 남겨둔 시점에서 대통령이 사실상의 정년 연장 카드를 꺼내든데 대해 야당은 ‘총선용 공약’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에 청와대와 여당은 “총선 전에 이뤄지지 않을 일”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재계에선 “일하는 시간은 줄이고 임금은 늘리라더니, 이제 청년에 이어 노인 일자리도 늘리라는 것이냐”는 불만이 이어졌다.

자유한국당 김성원 대변인은 12일 논평을 내고 “문 대통령이 ‘어르신 고용연장’ 발언 직후 총선용 매표발언, 청년층 일자리 부족 사태 심화, 기업 부담 가중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우려 등의 비판적 지적이 줄을 잇고 있다”고 했다. 같은 당 박용찬 대변인도 논평에서 “노동부는 (고용 연장이) ‘정년 연장’과 다른 개념이라지만, 당장 재계를 중심으로 위험하고도 설익은 발언이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당의 비판에 대해 청와대는 “총선 전 결론이 날 사안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날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고용 연장을) 처음 언급한 것도 아니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공감대는 이미 있다”며 “고용 연장을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은 만큼 단시일 내에 결론이 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는 앞서 지난해 9월 ‘인구구조 변화 대응방안’을 발표하고 2022년 이후 ‘계속고용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업에 60세 정년 이후 일정 연령까지 고용 연장 의무를 부과하되 재고용·정년연장 등 다양한 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한 제도다.

문제는 기업의 반발이다. 현 정권에서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면서 이미 기업에 가중된 부담이 만만치 않은 상황. 이 때문에 청와대는 정년 연장을 위한 논의를 어떤 형태로 시작해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국내에서 고용하기 점점 어려운 상황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다”며 “기업 현실에 맞게 유연하게 인력운영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실질적인 고용확대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청와대가 선거를 앞두고 장년층 이상이 민감하게 받아들일 정년연장 카드를 꺼내든 점에 주목하고 있다. 역대 연령별 투표율에서 가장 높은 60~70대를 공략한 발언이 아니냐는 시선이다. 20대 총선 20대 투표율은 52.7%, 60대는 71.7%, 70대는 73.3%였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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