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연장’ 다시 수면위로… 재계 반발 극복 최대 변수

송혜미 기자

입력 2020-02-12 03:00 수정 2020-02-12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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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고용연장 검토할때 됐다”
정부, 日 계속고용제도 벤치마킹… 全기업에 계속고용 의무화 추진
기업-사회에 미치는 파장 커… 고용부는 신중… ‘총선용’ 지적도


지난해 9월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법무부 등이 참여한 범부처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는 ‘인구구조 변화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핵심 내용 중 하나가 2022년에 ‘계속고용제도’ 도입 여부를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11일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고용 연장’은 논의의 시작을 알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계속고용제도란 기업에 정년 이후에도 근로자를 계속 고용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제도다. 정부는 제도 도입을 검토하면서 일본의 계속고용제도를 모델로 삼았다. 일본에선 △정년 이후 근로자 재고용 △65세로 정년 연장 △정년 폐지 중 하나를 적용해 65세까지 고령 근로자를 계속 고용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 역시 한국처럼 정년이 60세이지만, 이 제도를 도입해 사실상 65세로 연장했다. 일본에선 규모에 상관없이 모든 기업에 계속고용 의무가 적용된다.

정부는 저출산 고령화로 일할 수 있는 인구가 줄어들고, 고령자 빈곤문제가 심각한 만큼 계속고용제도 도입을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 제도가 시행돼 일본처럼 정년이 연장되면 고령 근로자의 노동시장 참여를 이끌 수 있다. 2033년까지 65세로 늘어나는 국민연금 수급 연령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으로 계속고용제도 도입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정년 연장이나 다름없다는 걸 감안할 때 기업과 사회에 상당한 파장이 불가피하다. 충분한 준비 없이 밀어붙여선 안 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 대통령의 발언이 ‘총선용’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다.

주무부처인 고용부도 신중한 모습이다. 당장 계속고용 의무화를 논의하기에는 조금 이르다는 분위기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난해 인구정책 TF에서 2022년을 언급한 건 이때 계속고용제도 방안을 마련해 도입 여부를 논의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아직 계속고용 도입과 관련한 실태조사도 시작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초 11일 고용부 업무보고에도 관련 내용은 없었다. 전날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업무보고 사전브리핑에서 계속고용과 관련해 “정년 이후 계속고용이 자율적으로 확산되도록 계속고용장려금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확대하겠다”는 내용만 소개했다. 이는 정년이 지난 근로자를 자율적으로 계속 고용하는 기업에 지원금을 주는 제도다. 올해부터 시행이지만 아직 세부적인 내용이 확정되지 않았다. 자율적인 계속고용을 이끌기 위한 제도도 아직 정비가 되지 않은 만큼 의무화를 논의하기엔 성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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