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교사에 ‘보직-담임’ 못 떠넘긴다

최예나 기자 , 김수연 기자

입력 2020-02-12 03:00 수정 2020-02-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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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청 ‘원칙적 금지’ 공문
과중한 보직-불리한 업무 배정 금지… 불가피한 담임 배정도 동의 구해야
기피 보직 1순위 생활지도부장 등… 일선학교 새학기 앞두고 ‘구인’ 비상


서울시교육청이 기간제 교사에게 생활지도부장 같은 기피 보직이나 담임을 떠맡기는 것을 금지하기로 했다. 정교사들이 기피하는 업무를 상대적 약자인 기간제 교사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맡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새 학기를 앞두고 기피 보직과 담임을 맡을 교사를 찾지 못해 이달에 오는 기간제 교사나 신임 교사에게 배정하려던 학교들은 비상이 걸렸다.

서울시교육청은 11일 각 학교에 ‘기간제 교사에게 책임이 무거운 감독 업무를 하는 보직교사로 임용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정규 교사에 비해 불리하게 업무를 배정하지 않도록 권장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또 이를 계약제 교원 운영지침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기간제 교사가 보직을 맡는 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담임도 정규직 교사에게 우선 배정하고 학기 중 공석이 되면 정규직인 부담임 교사가 승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불가피하게 기간제 교사에게 담임을 배정하는 경우 숙련도를 고려해 최소 2년 이상 경력을 가진 1년 이상 계약자나 담임 업무 희망자에게 배정해야 한다.

공문을 받아든 학교들은 울상이다. 교장, 교감이 사정을 해도 생활지도부장과 담임을 맡겠다는 정교사가 많지 않아서다. 특히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업무를 담당하는 생활지도부장은 학폭 처리 문제로 학부모가 민원이나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아서 수업 시간을 줄여준다고 해도 기피 보직 1순위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관내 학교에서 기간제 교사 52명이 보직을 맡았는데, 그중 생활지도부장이 25명이었다. 담임교사 역시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등 업무가 많아 기피한다. 지난해 전국 기간제 교사 4만9977명 중 절반(49.9%)이 담임을 맡았다.

서울 A고 교장은 “해당 업무를 맡으면 민원에 시달리니 보직 수당(월 7만 원)과 담임 수당(13만 원)이 유인책이 못 된다”며 “해마다 맡을 사람을 못 찾다 보니 기간제 교사에게 부탁하는 건데 그들이 느꼈을 위화감은 이해하지만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기간제 교사 중 커리어를 위해 보직이나 담임을 원하는 경우도 있으니 이런 경우에는 맡겨도 된다”고 말했다.

기간제 교사들은 일단 환영하면서도 학교 현장에서 얼마나 지켜질지 의문스럽다는 반응이다. 기간제 교사 B 씨는 “강제 조항이 아닌 만큼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보직이나 담임을 맡지 않으면 계약이 안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거절할 수 있는 기간제 교사는 많지 않다”고 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기간제 교사의 육아휴직도 허용했다. 남녀 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적용한 것이다. 유산과 사산, 임신 검진 휴가도 특별휴가에 포함됐다. 병가도 1주일밖에 쓸 수 없었던 것을 정규교사처럼 최대 60일까지 가능하게 바꿨다.

최예나 yena@donga.com·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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