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많던 따이공 어디로 갔나”…신종 코로나에 면세점 매출 최대 45% ‘뚝’

뉴스1

입력 2020-02-07 09:51 수정 2020-02-07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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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면세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 작업을 하기 위해 방역업체 직원들이 면세점으로 들어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12번째 환자가 방문했던 것으로 확인된 신라면세점 서울점은 지난 2일부터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2020.2.3/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5일 서울중앙우체국에 붙은 안내문. © 뉴스1/정혜민 기자

“중국 따이공(代工·보따리상)들이 지금 한국에서 마스크를 사지, 화장품을 사겠어요?”

한 면세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면세업계의 표정이 어둡다. 춘제(春節·중국설)를 맞아 고향에 간 따이공들의 발길이 면세점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어 매출이 크게 감소했다.

중국인, 특히 중국 보따리상에 의존해 성장해온 국내 면세점들은 신종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일부 매장은 우한 폐렴 확진자가 다녀간 이후 영업을 임시 중단했고 시내면세점 대부분은 영업시간을 단축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면세점들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45%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춘제 기간 매출이 줄어들 것을 예상했지만 신종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지금쯤 춘제 이전 매출을 회복했을 것”이라며 “지금은 춘제 때 감소한 매출 수준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 역시 “중국 정부가 해외 단체 관광을 전면 금지하면서 따이공들도 움직임이 자유롭지는 않은 것 같다”며 “화장품을 사던 따이공들이 지금은 마스크 거래에 몰두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 5일 오후 단일 매장으로는 최대 매출을 자랑하는 롯데면세점 소공점을 둘러본 결과 따이공이 이전보다 확연히 줄어들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따이공이 전혀 자취를 감춘 것은 아니지만 예전처럼 줄을 서서 화장품을 떼가는 진풍경은 없었다.

국내 면세점은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이후 매출의 대부분을 따이공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 정부에서 중국 단체 관광객에 한국 방문 비자를 발급하지 않으면서 ‘유커’(游客·주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뜻함)의 발길이 끊겼기 때문이다.

따이공이 사라진 이유는 우선 중국 대부분 지방정부가 춘제 연휴를 9일까지 연장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고향으로 돌아간 따이공들이 중국에 계속 머물러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화장품 대신 지금 중국에서 비싸게 팔리는 마스크 판매에 따이공들이 집중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심지어 서울중앙우체국에는 “중국행 발송 우편물이 급증했다”라는 안내문이 붙을 정도다.

우체국 직원은 “3일과 4일 이틀간 중국에 마스크를 보내는 중국인 고객이 정말 많았다”고 말했다. 국제우편(EMS) 발송센터를 운영하는 A씨는 “공항 인근 EMS업체들에는 지금 중국행 발송 물량이 처리 가능한 한도를 넘을 정도로 몰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주요 고객인 따이공의 발길이 뜸해진 데다 ‘신종 코로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주요 면세점들은 운영 시간을 단축했다. 롯데·신라아이파크·신세계·현대면세점은 최소 2시간에서 최대 3시간까지 하루 운영 시간을 줄였다.

신라면세점 서울점과 제주점, 롯데면세점 제주점은 우한 폐렴 확진자가 다녀간 사실이 확인되면서 2일부터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이들 매장은 7일 재개점할 예정이지만 휴업으로 인한 매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 면세점 매출은 대부분 시내면세점에서 창출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라면세점의 경우 2018년 국내 전체 면세점 매출(3조2487억원) 중 75%(2조4410억원)가 시내면세점인 서울점과 제주점에서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16번째 확진 환자가 추가로 발생한 4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대량으로 구매한 마스크를 가방에 옮겨 담고 있다. 2020.2.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당분간 중국인들의 입국이 제한되면서 따이공 역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4일부터는 제주 무사증 입국제도를 일시 중단했고 중국 후베이성 여권 소지자와 14일 이내 후베이성을 방문한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제한하는 ‘제한적 입국금지’ 조치가 발효됐다.

대한의사협회 등에서는 중국 전 지역에서 오는 외국인의 입국을 제한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어 따이공들의 활동이 더 어려워질 가능성도 남아있다. 또 중국이 비상상황인 만큼 중국 내 화장품 수요 자체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오는 20일 서울 동대문에 새 면세점 매장을 여는 현대백화점면세점 역시 표정이 어둡다. 동대문점은 현대백화점면세점의 두 번째 매장으로 지난해 말 두산이 면세점 사업을 포기하면서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인수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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