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송현동 땅’ 팔며 조현아 흔적 지우기

뉴시스

입력 2020-02-06 15:50 수정 2020-02-0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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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송현동 땅 등 매각키로
호텔·레저 부문 자산 매각 결정에
7일 한진칼 이사회 결의 내용도 촉각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유휴자산인 송현동 부지와 비주력사업 왕산마리나 매각에 나선다. 이를 통해 조 회장은 대한항공의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는 한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흔적 지우기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오는 3월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조 전 부사장은 현재 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지만, 만약 경영 일선에 돌아온다면 호텔사업을 택할 것으로 예상돼 왔다. 조 전 부사장과 관련이 깊은 사업 부문의 자산 처분에 나서면서, 복귀 가능성도 뿌리 뽑으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항공은 6일 이사회를 열고 송현동 소재 대한항공 소유 토지(3만6642㎡) 및 건물(605㎡) 매각과 인천시 중구 을왕동 소재 왕산마리나 운영사인 ㈜왕산레저개발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송현동 부지와 왕산레저개발은 모두 조 전 부사장이 두각을 드러낸 호텔·레저사업 부문과 관련이 깊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 2008년 2900억원 상당을 내고 송현동 부지를 매입했다. 이듬해에는 7성급 한옥호텔을 짓고 복합문화센터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같은 ‘송현동 드림’은 조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당시 칼호텔네트워크 대표로서 앞장섰다. 조 전 부사장은 특히 항공과 호텔은 뗄 수 없는 사업이라며 두 사업의 시너지를 기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시 학교 반경 200m 내에는 관광호텔을 세울 수 없다는 법으로 호텔 건립 계획이 유보됐고, 2014년 조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이 터지면서 아예 물거품이 되는 듯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호텔이 포함되지 않은 문화융합센터 대신 복합문화센터 조성이란 대안을 택했다. 그러면서도 호텔 건립을 포기하겠다는 발표는 없어, 여지를 남겨뒀다는 평이 나왔다.

왕산레저개발은 아예 조 전 부사장이 2011년 설립 당시 대표이사를 맡아 대한항공 자본금 60억원을 출자해 만든 회사다. 왕산레저개발은 지난 2016년 준공된 해양레저시설인 용유왕산마리나의 운영사로, 현재 대한항공이 10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날 대한항공 이사회에서 지배구조 투명화 관련 안건 외에는 송현동 부지, 왕산마리나 만 매각에 나서겠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만약 7일 한진칼 이사회에서도 호텔 사업 정리와 관련된 내용이 거론되면, 조 전 부사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란 관측이다.

현재 한진칼은 칼호텔네트워크를 관리하고 있다. 칼호텔네트워크는 특히 조 전 부사장과 관련도가 높은 계열사다. 조 전 부사장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로서 그룹 호텔사업을 이끌었다. 지난 2018년 3월 경영복귀를 시도했을 당시 칼호텔네트워크 사장 자리를 택했다.더구나 칼호텔네트워크는 지난 2015년부터 5년째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KCGI도 지난해부터 한진 측에 “수익성이 나지 않는 호텔 사업을 정리하라”며 압박해 왔다.

아울러 조 회장은 송현동 부지 등 매각으로 조 전 부사장, KCGI, 반도건설로 구성된 이른바 ‘3자 연합’의 명분까지 약화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KCGI가 줄곧 대한항공의 부채비율 등을 지적하며 송현동 부지 및 수익성 낮은 사업 매각을 요구해왔는데, 이를 수용하면서 ‘약점’을 줄이게 됐다. 한편 대한항공은 연내 매각 완료를 목표로 주간사 선정 및 매각공고 등 관련한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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