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십 코드’ 2018년 도입 이후… 입김 세진 국민연금, 주총서 ‘NO’ 늘었다

허동준 기자

입력 2020-02-06 03:00 수정 2020-02-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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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CEO스코어, 2017년 vs 2019년 분석
반대비율 2년 새 4.6%P 증가… ‘이사-감사 보상 거부’ 29%로 최고
주식매수 선택권-이사선임 뒤이어… 유진그룹 안건 비토 56% 달해
올 주총 기관투자가 활동반경 커져 기업경영 국민연금에 휘둘릴 우려




2018년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 이후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의 반대 의결권 행사가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개 회사 측 안건대로 통과되긴 했지만 한진그룹의 경우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이 불발되기도 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반대가 때로 적절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최근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 등 국민연금의 경영 개입 우려가 커지고 있어 정부의 입김이 세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위원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이다.


○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후 찬성 줄고 반대 늘어

5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는 국민연금이 지난해 정기 및 임시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한 577개사의 안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총 626회 주총에서 4139건의 안건이 다뤄졌다고 밝혔다.

전체 안건 중 국민연금은 682건(16.48%)에 반대한 것으로 집계됐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기 전인 2017년 반대율 11.85%에 비해 4.63%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찬성 비율은 87.34%에서 83.11%로 4.23%포인트 떨어졌다.

안건별로는 ‘이사 및 감사의 보상’(28.98%)에 반대표가 가장 많았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이사보수 한도가 경영성과 대비 과다하다는 이유 등으로 대한항공과 아모레퍼시픽, 롯데쇼핑 등에서 줄줄이 반대 의견을 냈다. 이어 △주식매수 선택권의 부여(15.87%) △이사, 감사 및 감사위원회 위원의 선임(15.38%) △정관 변경(15.32%) 등의 순이었다. 2년 전에는 정관변경 안건에 대한 반대 비중이 가장 높았다.

그룹별로는 유진그룹(55.56%)에 이어 아모레퍼시픽(43.75%), 태광(42.86%), 삼천리(37.5%), KCC·SM·넷마블(각 36.36%) 순으로 반대 비중이 높았다

실제로 지난해 3월 국민연금은 아모레퍼시픽그룹 계열사 주주총회에서 안건 총 16건 중 7건과 관련해 반대표를 던졌다. 주로 사내외 이사 선임에 대해 ‘독립성 훼손’이나 ‘과도한 겸임’ 등을 이유로 반대한 것이다. 사외이사 후보였던 엄영호 연세대 교수의 경우 재선임인 데다 서경배 회장과 연세대 동문인 점 등으로 독립성 훼손 지적이 있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이사의 장기 연임 등에 대해 국민연금의 독립성 훼손 우려가 있었지만 그렇다고 전문성이 덜한 이사를 매번 새로 선임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 올해 더 막강해진 국민연금

재계에서는 특히 올해 주총에서 기관투자가의 활동 반경이 더욱 넓어지는 만큼 기업 경영이 국민연금에 휘둘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앞서 문재인 정부의 ‘공정경제’ 정책 일환으로 추진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은 이달 초 시행됐다. 이 개정안은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투자자들이 경영 참여를 선언하지 않아도 상장사에 대해 정관 변경을 추진하거나 일부 임원의 해임을 더 쉽게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또 지난해 12월 국민연금 최고 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국민연금이 법원 판결과 상관없이 기업 가치를 훼손했다고 판단한 기업들에 대해 이사 해임 등을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 가이드라인을 의결한 바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관계자는 “지난해 국민연금의 반대의결권 행사가 늘어났는데도 실제 부결된 건수는 21건에 지나지 않았다”며 “이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이 전체 주주의 이해와 동떨어지고 주주가치 제고에도 부합하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주장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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