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이윤화의 오늘 뭐 먹지?]착한 가격에 푸짐한 ‘붕장어국수’
이윤화 레스토랑가이드 다이어리알 대표
입력 2020-02-05 03:00 수정 2020-02-05 04:45
작은수산시장의 붕장어국수. 이윤화 씨 제공
와인 공부를 하다가 알게 된 프랑스어 베레종(v´eraison)은 인상적이었다. 사전을 찾아보면 ‘과일의 성숙’이라고 나오는데 포도로 말하자면 청포도가 익어 붉은 포도가 돼가는 순간을 연상할 수 있다. 우리네 인생에 비유하자면 터닝포인트가 아닐까 한다.서울 삼각지 ‘작은수산시장’의 채성태 대표는 젊은 날 유도라는 격한 운동을 하다가 요리로 인생의 베레종을 맞았다. 그가 택한 종목은 바다생선 요리. 포도가 성숙해도 포도나무의 기본 성질과 품종은 바뀔 수 없듯 그의 요리에는 늘 운동선수다운 승부가 따랐다.
그의 외식업계 데뷔 종목은 전복이었다. 전복이 지금처럼 흔하지 않았던 시절, 삼계탕용 닭에 생전복을 과감하게 듬뿍 넣어 푹 고아 끓여 내왔다. 그리고 통쾌하게 말했다. 닭살이나 전복살은 남겨도 좋으나 국물만은 다 먹어달라고. 문득 불도장이 떠올랐다. 닭, 오리는 기본이고 건해삼 건전복 상어지느러미 등 30여 가지 식재료가 들어가고 이에 맞게 굽거나 찌거나 하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려 완성되는 중국의 보양식인 불도장은 결국 여러 귀한 재료는 주방솥 바닥에 있고 고객 앞에는 한 그릇의 국물만 내보이게 된다.
불도장처럼 채 대표는 전복과 닭을 우려낸 국물을 보약처럼 먹게 했던 해천탕을 탄생시켜 주목을 받았다. 이후 그는 바다생선으로 만들 수 있는 ‘한 그릇 음식’에 줄곧 몰두했다. 초덮밥은 초밥 위에 두툼한 생선이 올라간 일본풍 덮밥이다. 초덮밥의 생선회가 꽤 넉넉해 초덮밥 한 그릇을 놓고 술잔을 기울이는 이들도 적잖게 있을 정도다.
최근에는 붕장어(아나고) 사랑에 푹 빠졌다. 해안가를 따라 도는 여행을 즐기다가 해변의 향토음식을 보고 떠오른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 민물장어가 매끈하게 빠진 ‘차도남’이라면 붕장어는 마치 ‘차도녀’에게 늘 차이기만 하는 덩치 큰 순정남 같은 느낌이다.
유도 선수 출신인 채 대표는 아무래도 바닷장어인 붕장어가 그와 어울리는 ‘의리의 장어’라고 본 듯하다. 붕장어를 푹 고아내면 튼실하지만 다소 징그럽던 생김새는 이내 부드러운 생선살로 무너져 내린다. 여기에 된장과 연한 배추를 넣어 한 번 더 푹 끓여준다. 그 뒤 마른 국수를 넣는다. 건면에서 나오는 전분도 어느새 붕장어탕으로 스며들어 부드럽고 걸쭉한 질감을 더하고 국수는 붕장어탕과 일체가 돼 한 그릇이 된다. 붕장어국수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붕장어튀김은 세상 부드러운 바삭 친구다.
만드는 노력과 붕장어국수의 푸짐함에 비해 요즘 식대치곤 비싸지 않아 이유를 물으니 인근 군인들이 생각났단다. 국방부 인근이라 젊은 군인들이 점심시간에 많이 오가는데 쉽게 사먹을 수 있는 문턱 낮은 든든한 한 끼가 되어주고 싶었던 게다.
이윤화 레스토랑가이드 다이어리알 대표
○ 작은수산시장=서울 용산구 한강대로62가길 4, 붕장어국수 7000원, 장어튀김 1만5000원, 초덮밥 1만 원∼
비즈N 탑기사
- “도박자금 마련하려고”…시험장 화장실서 답안 건넨 전직 토익 강사
- 몸 속에 거즈 5개월 방치…괄약근 수술 의사 입건
- 일본 여행시 섭취 주의…이 제품 먹고 26명 입원
- “1인 안 받는 이유 있었네”…식탁 위 2만원 놓고 간 손님 ‘훈훈’
- 10만원짜리 사탕?…쓰레기통까지 뒤져 찾아간 커플
- 꿀로 위장한 고농축 대마 오일…밀수범 2명 구속 송치
- 송지아·윤후, 머리 맞대고 다정 셀카…‘아빠! 어디가?’ 꼬마들 맞아? 폭풍 성장
- 한소희 올린 ‘칼 든 강아지’ 개 주인 등판…“유기견이 슈퍼스타 됐다” 자랑
- 딱 한 장만 산 복권이 1등 당첨…20년간 월 700만원
- 기존 크림빵보다 6.6배 큰 ‘크림대빵’ 인기
- 공사비 30% 뛰어… 멀어지는 ‘은퇴뒤 전원주택’ 꿈
- “팔겠다” vs “그 가격엔 안 사”… 아파트거래 ‘줄다리기’에 매물 月 3000건씩 ‘쑥’
- 명품 ‘에루샤’ 국내 매출 4조 돌파… 사회기부는 18억 그쳐
- “AI, 유럽 주방을 점령하다”… 삼성-LG 독주에 하이얼 도전장
- “당하는 줄도 모르고 당한다”…SW 공급망 해킹 늘자 팔 걷은 정부
- 빚 못갚는 건설-부동산업체… 5대銀 ‘깡통대출’ 1년새 26% 급증
- IMF “韓, GDP 대비 정부 부채 작년 55.2%…5년뒤 60% 육박”
- 이건희, 19년전 ‘디자인 선언’한 밀라노… 삼성, 가전작품 전시회
- LH 작년 영업이익 98% 급감… 공공주택 사업까지 차질 우려
- 분식점부터 프렌치 호텔까지, 진화하는 팝업스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