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부사장에 등 돌린 이명희·조현민 왜?

뉴스1

입력 2020-02-04 14:55 수정 2020-02-04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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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家 3남매. 왼쪽부터 조원태, 조현아, 조현민(뉴스1DB)© 뉴스1

“조현아 전 부사장이 외부 세력과 연대했다는 발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는 조원태 회장 체제 지지를 선언하며 ‘외부세력과의 연대’를 강하게 경계했다.

그동안 조원태 회장과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진 이명희 전 이사장까지 조 전 부사장에게서 등을 돌린 이유는 대한항공을 포함한 한진그룹을 이른바 강성부 펀드(KCGI)에게 통째로 넘겨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더욱이 조 전 부사장은 한진그룹 신뢰위기를 자초한 원인 제공자이기도 하다. 비정상 경영 장본인이 경영개선을 주장하는 일 자체는 명분이 없다. 한진그룹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지자 이명희·조현민 모녀 역시 조원태 회장 손을 들어주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는 분석이다.

4일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현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는 조 회장 중심의 한진그룹 경영체제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지지를 선언한 모녀는 조 전 부사장이 KCGI와 반도건설 등 한진그룹 경영권을 위협하는 외부 세력과 연대했다는 점에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표현은 안타깝다지만 내홍의 주역인 조 전 부사장에 대한 강한 경고로 볼 수 있다.

이명희 전 이사장과 조현민 전무가 현 경영체제를 지지함에 따라 조 전 부사장을 중심으로 한 반(反) 조원태 연합의 뒷심도 빠질 것으로 보인다. 총수 일가가 등을 돌렸다는 것은 그만큼 조 전 부사장의 경영권 위협 시도에 명분이 없음을 방증하고 있어서다.

조 전 부사장은 “경영개선과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을 KCGI와 연대한 이유로 들었다. 조 전 부사장이 아닌 다른 주요 주주였다면 명분이 있을 수도 있다.

문제는 조 전 부사장이 한진그룹 신뢰위기의 시작점이라는 사실이다. 한진가 갑질 논란은 2014년 말 조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태로 전면에 불거졌다. 고 조양호 회장이 직접 사과에 나서며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한진그룹에 큰 생채기를 남겼다.

실제 땅콩회항 사건 이후 대한항공 브랜드 가치는 단기간에 급락하는 부침을 겪었다. 2015년 3월 당시 브랜드 가치평가 회사인 브랜드스탁 조사 결과 대한항공 브랜드 가치는 전년 6위 대비 무려 39계단 떨어진 45위를 기록했다.

땅콩회항 과정에서 발생한 폭언·폭행으로 조 전 부사장은 집행유예 판정을 받았다.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이른바 물벼락 사건이 사법처리 대상이 아닌데도 여파가 컸던 것도 이런 전례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조 전 부사장과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연루된 밀수(관세법 위반혐의) 및 불법가사 도우미 고용혐의가 한진그룹 신뢰위기의 정점을 찍었다. 이를 계기로 11개 정부 부처가 한진그룹을 전방위에서 압박했고 관세탈루, 밀수 등 혐의가 알려지며 기업가치가 급락했다.

2018년 4월 2만5000원선을 오가던 한진칼 주가는 해외명품 밀반입 수사가 본격화된 7월 1만6400원선까지 폭락했다. 같은해 10월까지도 1만8000원 안팎까지 떨어졌고 이는 KCGI가 지분을 매입, 그룹 경영권을 위협하게 된 단초가 됐다.

반면 조원태 회장은 대한항공 사장을 맡으며 갑질 논란에서 한 발 물러나 델타항공과의 조인트 벤처 구성 등 경영 정상화에 힘을 쏟았다. 2018년 1월에는 조종사 노조를 직접 찾아 임금협상 등을 이유로 간극이 벌어진 노사 관계 재정착에 대한 의지도 보여줬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 일반직 노조와 시장에서는 비정상 경영 장본인이 경영개선을 주장하는 일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비판이 감지됐다. 실리와 명분 없는 싸움을 방관만 하다가는 이명희 전 이사장과 조현민 전무 책임론이 강하게 불거질 수 있다는 점에서 서둘러 입장 정리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경제계 관계자는 “오너가 갑질의 중심에 있던 조 전 부사장이 경영개선을 내세웠다는 사실부터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조 전 부사장이 어떤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가족 분쟁은 외부 세력에게 대한항공을 통째로 뺏길 수 있는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등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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