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 환자에 HIV 치료에 쓰는 항바이러스제 투여… 증세 호전

동아일보

입력 2020-02-04 03:00 수정 2020-02-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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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확진 환자 15명 치료 상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2번 확진 환자(55·한국인 남성)가 증세가 호전돼 곧 퇴원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그가 퇴원하면 국내 신종 코로나 환자 15명 중 첫 완치자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20일 처음 발생한 1번 환자(35·중국인 여성)는 아직 치료 중이다. 다른 환자들도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아직 퇴원 가능성이 엿보이진 않는다. 확진 환자를 치료 중인 의료진들은 “신종 코로나는 치사율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치료 기간이 길고 질긴 병”이라고 분석했다.

○ 2번 환자 ‘격리 해제’ 수준


2번 환자는 지난달 24일 한국인 중 가장 처음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는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일하다 지난달 22일 상하이를 경유해 김포공항으로 입국했다. 입국 당시 공항검역 과정에서 발열 증상이 확인돼 ‘능동감시 대상자’로 분류됐다. 다음 날 인후통이 심해졌고 24일 오전 확진 판정을 받아 서울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았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전문가들의 사례 검토를 통해 퇴원 여부와 일정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2번 환자는 24시간 간격으로 실시간 유전자 증폭검사(RT-PCR)를 2차례 받아 모두 음성이 나왔다. 이는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기준으로 격리 해제에 해당한다. 국립중앙의료원 관계자는 “원래도 인후통과 발열 정도만 있었는데 지금은 그것도 없어졌다”고 말했다.

의료진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로 쓰이는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해 2번 환자를 치료했다. 정 본부장은 “국내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에서 많이 쓰는 항바이러스제는 HIV 치료제이며 아마 태국에서 썼다는 약과 동일한 약이 아닐까 추정한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는 현재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확진환자들의 개별 증상에 맞춘 대증요법이 행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환자가 열이 나면 해열제를 처방하고, 염증이 생기면 항생제를 처방하는 식이다. 여기에 몸에 침투한 바이러스를 죽이고 증식을 억제하는 항바이러스제도 사용한다. 결국 신종 코로나는 환자가 자신의 면역력으로 병을 이겨내야 한다. 항바이러스제는 오히려 면역력을 감소시킬 수 있어 계속 처방할 수는 없다.


○ 치사율 낮지만 치료 기간 길어

신종 코로나 환자들의 공통점은 초기에 경미한 증상이었다가 점점 폐렴이 오면서 증상이 심해진다는 것이다. 정 본부장은 “확진 환자 15명은 처음에는 기침 등 (가벼운) 증상이었다”며 “엑스레이에 나타나는 폐렴 증상은 훨씬 심각한데 환자들은 호흡기 증상을 심하게 호소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치료 기간이 긴 것이 이 병의 특징이다. 메르스의 경우 2015년 5월 20일 국내에서 첫 번째 확진 환자가 나온 이후 한 달 동안 25명이 사망했다. 메르스의 치사율은 30%, 완치율은 69.9%로 평균 치료 기간은 11.9일이 걸렸다. 신종 코로나는 중국 기준으로 치사율이 2%대로 낮지만, 완치자 비율은 2%대에 머물고 있다. 치료 기간도 11일이 넘는다.

한편 1번 환자인 중국인 여성도 3일 엑스레이 검사에서 폐렴이 많이 호전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지난달 20일 확진 판정을 받을 당시 폐렴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발열과 설사, 폐렴 증상이 순서대로 나타났다. 혈액검사에서도 적혈구와 백혈구, 혈소판이 모두 감소해 고비를 맞았다. 그러나 이 시기를 견디자 열이 떨어지고 폐렴 증상이 호전됐다. 하지만 퇴원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인천의료원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치료 속도라면 최소 2주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 가족 접촉자 중에도 음성·양성 엇갈려

확진 환자와 접촉한 가족 내에서도 양성과 음성 판정이 엇갈려 나온 것도 특기할 만하다. 일본에서 감염된 12번 환자(48·중국인)와 접촉한 그의 부인(14번 환자)은 감염됐으나 딸은 음성 판정을 받았다. 앞서 3번 환자(54)와 함께 식사한 친구인 6번 환자(55)는 감염됐지만 대학 선배는 음성이었다. 3번 환자와 성형외과에 동행한 여성 지인과 그의 모친도 감염되지 않았다. 이상엽 고려대 안암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개인의 면역력에 따라 감염돼도 자연 치유가 가능하다”며 “한 가족이라도 바이러스에 노출된 양과 시간에 따라 검사 결과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강동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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