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하면 척’ 현실자매 호흡… 목소리만으로 350만 관객몰이

이서현 기자

입력 2019-12-17 03:00 수정 2020-02-04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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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2’ 더빙판 엘사-안나 역 성우 소연-박지윤

‘겨울왕국 시리즈’에서 엘사 역을 맡은 성우 소연(오른쪽)과 안나 역의 성우 박지윤이 올라프 옆에서 서로 손을 잡았다. 두 성우는 수시로 통화하며 고민을 터놓을 정도로 스크린 밖에서도 자매 같은 사이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언니! 이쪽으로 좀 더 가까이 와∼.”

“이렇게?”

눈을 감고 목소리만 들으면 영락없는 ‘엘사’와 ‘안나’ 자매다. 13일 올라프 인형이 가득한 서울 종로구 윈터하우스에서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시리즈의 한국어 더빙 성우 ‘엘사’ 역의 소연과 ‘안나’ 역의 박지윤을 만났다. 둘은 스크린 밖에서도 자매처럼 서로를 살뜰히 챙겼다.

애니메이션으로는 처음 1, 2편 모두 ‘1000만’ 작품에 등극한 ‘겨울왕국’ 시리즈의 더빙판 인기는 원작이 부럽지 않다. ‘겨울왕국1’ 더빙판의 관객은 약 416만 명에 이르렀고 당시 같은 작품을 여러 상영 버전으로 보는 ‘N차 관람’ 붐을 이끄는 원동력이 됐다. ‘겨울왕국2’ 역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15일 기준 1200만 관객을 넘어섰고 이 중 더빙판 관객만 351만 명. 겨울왕국2를 관람한 관객 4명 가운데 1명은 더빙판을 본 셈이다.

이 같은 더빙판의 인기는 소연과 박지윤 성우의 ‘현실 자매 호흡’ 덕분이다. 각각 1999년과 2005년 KBS 공채로 데뷔한 이들은 베테랑 성우다. 관객들로부터 ‘엘사의 우아함이 목소리에 제대로 표현됐다’ ‘안나의 적극적인 성격이 한국어 대사와 목소리에 녹아들었다’는 찬사를 받는다.

“엘사는 1편에서 불안하고 내면의 갈등을 품은 여왕이었다면 2편에서는 품위와 안정감을 되찾았어요. 이번 작품에서는 목소리로 보다 성숙해진 엘사를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지요.”(소연)

“올여름 속편의 노래를 처음 받았는데 분위기가 전편과 달라 스토리가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어요. 저희도 관객들과 같이 떨리는 마음으로 속편을 기다렸지요.”(박지윤)

더빙 작업이 단지 어린이 관객을 위한 것이라거나 단순히 한국어로 번역한 대본을 읽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들은 더빙이 순발력과 캐릭터에 대한 분석, 고민을 필요로 하는 ‘재창조’ 작업이라고 강조한다. 성악을 전공한 박 성우는 1편에 이어 2편에서 안나의 노래까지 직접 소화했다. 그는 “원곡을 부른 크리스틴 벨의 호흡을 따라 하면서 입 모양까지 맞추고 거기에 제 감정까지 싣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소연 성우는 “작품 초반 발코니의 엘사가 ‘가시죠’라고 말하는 대사가 있어요. 같은 의미라도 엘사의 성격에 비춰볼 때 ‘갑시다’라고 딱딱하게 말할지 아니면 ‘가시죠’라고 어미를 좀 더 부드럽게 바꿀지 더빙 과정에서 수시로 제작진과 상의하죠.”

두 성우는 ‘겨울왕국’ 외에도 여러 인기 외화와 애니메이션의 목소리를 맡았다. 소연 성우는 토이스토리3, 4의 ‘보핍’과 쿵푸팬더 시리즈 ‘타이그리스’뿐 아니라 어벤져스 시리즈의 ‘블랙위도우’도 맡았다. 박 성우는 라푼젤의 ‘라푼젤’, 눈의 여왕 시리즈의 ‘겔다’ 역을 연기했다.

하나의 목소리로 호랑이와 공주를 오가는 비결은 뭘까.

“철저히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해요. ‘블랙위도우’는 저음으로 과감한 목소리를 냈고 ‘보핍’은 7년 만에 우디를 만나는 감정에 푹 빠져서 연기했죠. 그러면 제 안에서 캐릭터에 가장 맞는 목소리와 연기가 나와요.”(소연)

박 성우가 맞장구를 쳤다. “더빙 작업 때도 라디오 드라마에서 연기를 하듯 내 호흡으로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요. 그러면 그 캐릭터의 감정이 자연스레 나오더라고요. 원작 성우들은 작품의 매력을 살리려고 우리가 이런 공을 들여 노력한다는 걸 알까요? 하하.”

최근 국내 창작 게임 산업이 발전하고 오디오 북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전문 성우들이 활약할 무대가 더욱 넓어지고 있다.

“오디오에 집중한 장르는 고유한 세련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영상으로 다 보여주지 않는 ‘목소리’의 매력이 관객들의 상상력을 더욱 자극하길 바랍니다.”(소연)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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