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몸살인줄”… 증상 미미해 신고 미루다 2차 감염

동아일보

입력 2020-02-03 03:00 수정 2020-02-06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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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다양한 초기증상에 혼란 가중
접촉 5일도 안돼 증상 나타나고 증상 뚜렷한데 음성판정 받기도
잠복기-증상정도 섣부른 판단 금물…사망률, 독감보다 높아 2.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진 환자의 증세와 강도가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잠복기는 최대 14일로 알려졌지만 2차 감염의 경우 접촉 후 3∼5일에 증상을 보이기도 했다. 그만큼 초기 판단이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2일 질병관리본부와 확진 환자가 격리 치료 중인 각 병원에 따르면 발열과 호흡기질환 외에도 여러 형태의 초기 증상이 나타난다. 무엇보다 가벼운 감기 기운으로 착각할 만큼 미미한 경우가 있었다. 증상이 약하면 당사자가 신고를 미룰 수 있다. 지난달 26일 확진된 3번 환자는 역학조사 과정에서 가벼운 몸살 기운만 느껴 병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사이 6번 환자에게 ‘2차 감염’이 이뤄졌다.

증상이 뚜렷한데도 확진이 안 된 경우도 있다. 8번 환자는 지난달 27, 28일 발열과 기침 증상으로 두 차례나 병원을 찾았지만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증상은 나타났지만 양성 판정을 받을 만큼 바이러스가 활성화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초기 증상이 나타났을 때 신종 코로나를 우선 의심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6번 환자의 아내인 10번 환자는 지난달 30일 남편이 확진되기 하루 전인 29일 두통 증상을 느꼈고, 아들(11번 환자)은 처음에는 몸살 기운을 느꼈다고 역학조사에서 밝혔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확진 환자나 중국 사례를 보면 초기에는 몸살이나 열이 나고 목에 통증을 느끼는 등 심한 몸살 기운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올겨울 유행한 독감으로 환자 약 8200명이 사망했다. 반면 신종 코로나는 중국 외 사망자가 아직 필리핀 1명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가 독감보다 사망률이 높아 그만큼 더 위험하다고 볼 수 있다. 올겨울 미국의 독감 환자 발생은 약 1500만 명으로 사망률은 0.05% 수준. 반면 신종 코로나는 2일 현재 1만4635명이 걸려 305명이 숨졌다. 사망률은 2.1%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이날 “중국 내 현황만 보면 신종 코로나 치사율은 4∼5% 수준”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독감은 백신이 있다. 효과는 70∼90%다. 신종 코로나는 백신도, 치료제도 없다. 체내 침투 이후 변이가 잘 일어나는 리보핵산(RNA) 바이러스라 개발이 쉽지 않다. 같은 이유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역시 백신과 치료제가 아직 없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이진한 의학전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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