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식빵세대’를 구하라[Monday DBR]

이경민 마인드루트 대표

입력 2020-02-03 03:00 수정 2020-02-03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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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에 태어난 40대는 흔히 말하는 ‘X(엑스)세대’다. 그런데 이들은 요즘 자신들을 ‘식빵세대’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동일한 모양으로 잘려 있어 서로 구별이 되지 않고, 주어진 목적에 매우 충실하게 자신을 맞춘 기능적인 사람들이란 생각에서다. 실제로 조사를 해보면 40대는 현재 기업이나 여러 조직에서 관리자 위치에 있으며, 새로운 시도나 변화를 좋아하기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문제는 이들을 바라보는 다른 세대 사람들의 태도다. 기업을 돌아다니며 이야기를 들어보면 20, 30대 밀레니얼 세대 직원들은 직속 관리자인 40대 선배들을 가장 불편해한다. 자신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위계적이고 관료화된 조직문화를 강요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위쪽에서의 압박도 있다. 50대 이상 베이비붐 세대는 40대 후배들이 맡은 팀을 잘 이끌지 못하고 밀레니얼 세대와 갈등을 보인다면서 못마땅해한다.

사실 40대야말로 1990년대엔 “난 나야”라는 광고 카피와 함께 사회에 나온, 촉망받는 혁신 세대였다. 그런데 20대 때 1997년 외환위기 사태를 겪으면서 취업문은 급격히 좁아졌고, 어렵게 입사한 회사에선 구조조정으로 선배들이 짐을 싸는 모습을 목격했다. 점점 외부 환경에 몸을 낮춰야 하는 생존의식이 생기면서 수직적 위계질서에 빠르게 순응하게 됐다.

이런 성실함과 조직 순응적 태도는 더 이상 직장에서의 경쟁력이 되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의 고용률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전반적으로 고용률이 상승했지만 유독 40대의 고용률만 0.6%포인트 하락했다. 40대 취업자는 16만 명 이상 줄어 1991년 이후 감소 폭이 가장 컸다. 게다가 디지털 기술의 확산으로 40대의 업무 경쟁력은 더욱 낮아지고 있다.

40대는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먼저 자신들이 조직에서 어떻게 비치고 있는지를 인식하고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본인은 혁신적이고 열정적인 세대라고 생각하지만 남들 눈에는 이미 조직에 순응한 구세대로 보이고 있다는 걸 말이다. 또 자신의 경력과 경험을 맹신해선 안 된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려 노력해야 한다. ‘슬랙’이나 ‘구글시트’ 같은 정보기술(IT) 업무 도구를 쓸 줄 모르는 것은 자랑이 아니다. 오늘 배우지 않으면 내일은 더 힘들어질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업무와 연관이 없어 보이는 분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수평적 인간관계의 매너를 장착해야 한다. 내 입장, 내 경험만 중시해선 안 된다. 다른 사람을 내 기준으로 재단하고 비난하거나 권위적인 행동을 반복한다면 조직에서의 고립은 피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조직 차원에서 이들을 도울 방법은 없을까.

첫째, 조직은 직원들의 개인적 삶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일과 삶의 균형을 회복할 수 있도록 ‘PC-OFF’제(근무시간이 지나면 컴퓨터가 자동으로 꺼지는 기능) 등을 시행하고 주말 및 야간 연락을 자제해야 한다. 휴식 및 가족과의 에너지 재충전은 창조성을 발휘할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둘째, 경력 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이는 20, 30대 젊은 직원들에게도 중요한 문제다. 자기계발의 기회 제공은 조직에 대한 충성심과 업무 몰입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커리어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 조직일수록 직원들은 부품처럼 이용당한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 셋째,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과거에는 선배들로부터 보고 배운 대로 조직을 운영해도 별문제가 없었지만 지금은 감성 리더십, 세대별 감수성을 고려한 리더십, 코칭 리더십 등 구성원을 관리하는 방식도 변하고 있다. 거기에 더해 디지털 혁신 등 따라잡아야 할 내·외부의 변화가 폭넓고 급박하다. 현업에만 치여 살다보면 1970년대생은 짧은 시간 안에 조직에서 불필요한 경제적 부담이 돼 버릴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성장과 생산성을 보이기 위해선 충분한 경험과 실무역량을 갖춘 1970년대생 X세대가 앞으로도 주도적 인재로 계속 헌신해줘야 한다. 이들이 옛 시대의 화석으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새 시대를 선도하는 인재가 될 것인지는 개인과 기업의 노력에 달려 있다.

※ 이 원고는 동아비즈니스리뷰(DBR) 289호에 실린 ‘산전수전 70년대생을 조직 성장 활력소로!’의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이경민 마인드루트 대표 kmlee@mindrou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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