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구조조정’ 또 WTO 제소한 日

세종=최혜령 기자

입력 2020-02-03 03:00 수정 2020-02-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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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위반’ 1년만에 다시 딴지… 한국 정부에 양자협의 요청해
현대重-대우조선 합병 막으려는듯… “수출규제 근본적 입장변화 없단뜻”


일본이 한국 정부의 조선업 금융 지원이 보조금 협정 위반이라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이 건은 2018년 11월 일본이 제소한 것과 사실상 같은 내용인데 1년여 만에 추가 제소를 했다.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등 한일 관계가 개선되는 듯 보였지만 한국에 대한 강경 태도가 여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일본이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한국 정부의 조선산업 구조조정 관련 조치에 대해 WTO에 제소하고 양자협의를 요청해 왔다고 밝혔다. 양자협의는 분쟁 해결 절차의 공식적인 첫 단계다. WTO 분쟁해결양해규정(DSU)에 따라 양국은 양자협의 요청이 접수된 지 30일 이내 또는 양국이 별도로 합의한 기간 내에 양자협의를 개시해야 한다.

산업부에 따르면 일본은 한국 정부가 보조금 협정을 위반했으며 이로 인해 일본 조선산업이 피해를 보았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이번 제소 내용에는 2018년 11월 일본의 첫 번째 제소 이후 한국 정부가 추가로 지원한 사항을 덧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세한 내용은 향후 WTO가 공개할 예정이지만 선수금반환보증(RG) 발급과 신규 선박 건조 지원 프로그램 등을 문제 삼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제소가 궁극적으로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해 6월 일본 조선업을 대표하는 사이토 다모쓰(齋藤保) 일본조선공업회 회장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에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압도적인 조선그룹이 탄생하는 것은 매우 위협적이다. 각국 공정거래위원회가 그냥 지켜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일 양국은 앞서 일본이 이 건으로 한국을 처음 제소하자 그해 12월 19일 서울에서 양자협의를 했지만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일반적으로 제소국은 양자협의에서 결론을 못 내면 WTO에 재판부 격인 패널 설치를 요청하고 본격적으로 절차를 진행해야 하지만 일본은 그동안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물론 일본 경제산업성이 지난해 6월 한국 조선업을 WTO 제소 우선순위에 두겠다고는 했지만 한국 내에선 일본이 제소 보류를 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있었다. 같은 건을 다시 제소한 건 이례적이다.

이번 일본 조치는 한국에 대한 일본의 집요한 수출 보복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음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일본 정부는 반도체 등 핵심 3대 소재 중 포토레지스트에 대한 수출 규제를 일부 완화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일본이 수출 규제에 대해 근본적인 입장 변화가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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