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디스플레이 감원 한파… 삼성-LG 이어 코닝정밀도 “희망퇴직”

지민구 기자 , 임현석 기자

입력 2020-02-03 03:00 수정 2020-02-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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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發 저가공세에 수익성 악화… 업계 “코닝, 최대 300명 감축 예상”
“LCD 대신 고수익 패널에 희망”… 국내 업체들 구조조정 본격화


새해부터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 감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지난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추진한 패널 제조사 삼성, LG디스플레이에 이어 액정표시장치(LCD) 기판유리를 생산하는 코닝정밀소재도 지난달 희망퇴직 절차를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LCD 업계의 감원은 중국발 LCD 저가 공세에 따른 수익성 악화 탓이지만 산업계는 최근 경기 침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가 겹쳐 국내 제조업 전반에 인력 감축 기조가 확산할 가능성에 주시하고 있다.

2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코닝정밀소재는 지난달 30일 5년 이상 근무한 생산 및 사무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절차를 공고했다. 퇴직자에게는 계약연봉의 약 3∼4년 치를 위로금으로 지급한다. 회사는 6주간 신청을 받고 다음 달 13일까지 희망퇴직 접수를 마칠 계획이다. 코닝정밀소재 측은 “국내 디스플레이 제조 환경에 변화가 생긴 만큼 이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희망퇴직을 진행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희망퇴직 규모를 밝히진 않았지만 업계에선 코닝정밀소재가 최대 300명을 감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인건비를 연간 300억 원 이상 절감한다는 것이다.

삼성과 코닝은 1995년 ‘삼성코닝정밀소재’를 공동 설립하고 합작사업을 벌이다 삼성디스플레이 등이 보유 지분 전량을 넘기는 방식으로 2014년 관계를 청산했다. 현재 코닝정밀소재는 미국 코닝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고, 충남 아산공장에서 LCD 기판유리 등을 생산해 삼성디스플레이 등에 공급한다.

코닝정밀소재는 2010년 만해도 LCD 시장 호황에 힘입어 영업이익률이 67%에 이르는 등 최고 알짜 기업으로 불렸다. 하지만 2014년 무렵 LCD 수익성 악화가 시작되자 영업이익률이 점차 하락해 2018년 22.3%로 떨어졌다. 직원 수는 같은 기간 4000여 명에서 2900여 명으로 줄었고 희망퇴직 절차가 마무리되면 2500명을 밑돌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도 수년 전부터 구조조정을 진행해온 상태다. LG디스플레이는 2018년 10월 LCD 생산직 인력을 대상으로 1차 희망퇴직 신청을 받으며 인력 감축을 시작했다. 당시 3000여 명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하반기(7∼12월)에는 조직과 임원을 기존보다 25% 줄이는 조치를 단행한 데 이어 추가 희망퇴직을 받았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1조3594억 원에 이르기도 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지난해 9월 대형 디스플레이사업부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절차를 진행했다. LG화학은 LCD 유리기판 투자 계획을 철회하고 관련 사업 매각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22년 한국의 대형 LCD 패널 생산량은 중국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며 “국내 업체의 추가 구조조정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LCD 대신 판매 가격이 높은 고수익 패널에 희망을 걸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말까지 LCD TV 패널 생산라인을 대부분 정리하고, 1분기(1∼3월) 중 중국 광저우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양산할 예정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5년까지 아산에 약 13조 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의 ‘퀀텀닷(QD·양자점)’ 발광다이오드(QLED) 디스플레이 생산 설비를 구축하기로 했다.

산업계 일각에선 주요 제조업계 전반으로 인력 감축 기조가 확산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제조업 전반이 침체된 가운데 글로벌 교역량 감소 등 악재가 겹치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지난달 희망퇴직 절차를 진행해 수십 명의 인력을 내보냈고, 신종 코로나 영향으로 최근 공장 가동을 중단한 일부 완성차 업체도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생산량 감소 폭이 커지면 구조조정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민구 warum@donga.com·임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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