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메디칼, ‘일회용 의료기기’ 국산화 주도… 의료서비스 질 높이고 국가경제 이바지

박지원 기자

입력 2020-01-30 03:00 수정 2020-01-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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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매출 10%, 연구개발에 투자
우수한 기술-품질-서비스로 경쟁
제품 개발단계서 의료진 의견 반영
시행착오 줄이고 임상 사용성 높여


강원도 원주시에 위치한 ㈜인성메디칼 본사 전경과 내부 모습.
강원 원주 기업도시 내 위치한 ㈜인성메디칼은 30년 이상 우수한 일회용 의료기기의 공급을 목표로 외길을 걷고 있는 강소기업이다. 인성메디칼은 1984년부터 인성교역이라는 이름으로 의료기기 공급을 시작한 업체로 당시 양질의 수입 의료기기를 공급하며 경험과 명성을 쌓았고, 1993년 인성메디칼 법인을 설립하며 사업을 확장한 이래 현재까지 의료기기 공급에 매진하고 있다.

인성메디칼은 의료서비스 및 국가 경제에 크게 두 가지로 기여를 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하나는 재사용 의료기기를 일회용 의료기기로 전환하는 데 앞장서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여 국민 건강증진에 이바지했으며, 다른 하나는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의료기기의 국산화 제조를 이끌고 이를 실현했다는 점이다.

외환위기에 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통감해 외산 의료기기의 판매라는 편했던 길을 일부 포기하고 국산 의료기기의 공급을 사명으로 삼았던 인성메디칼 송준호 대표는 과감한 투자로 생산시설을 마련하면서 2000년부터 의료기기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수액세트, 인라인필터, 기관용 튜브, 혈관삽입용 카테터, 이식형 의약품 주입기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제조하면서 치료 재료의 국산화를 실현하고 대표하는 제조사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인성메디칼이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이유는 ‘국내사는 영세하다’라는 공식을 깨고 기술과 품질로 경쟁하는 정공법을 택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공법은 의료기관과의 협업으로 공격적인 연구개발(R&D) 및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송 대표는 “이러한 투자가 없었다면 인성메디칼의 혈관삽입형, 이식형 의료기기는 세상에 나올 수 없었다”며 “연구에 투자하던 전통은 지금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인성메디칼은 최고의 품질, 최고의 서비스, 신제품 개발이라는 경영이념 아래 기술혁신을 위한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러한 가치를 달성하기 위해 매년 전체 매출의 10%가량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2012년 설립한 전담 연구부서를 2014년 부설연구소로 승격시켜 대표이사 직속기관으로 둘 만큼 연구개발에 공을 들였다.

이중관기관용 튜브.
중심정맥 카테터로 심장 가까운 중심혈관에 삽입하는 튜브.
35년의 전통에 대학병원들이 믿고 구매하는 의료용 소모품 제조업체인 인성메디칼은 의료기관과 협업해 제품 개발 초기 단계부터 의사들의 아이디어와 의견을 반영해 제품화 시행착오를 줄이고 실제 임상에서의 사용성을 높이고 있다. 또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는 다국적기업과의 기술 격차를 줄여 품질로 경쟁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현재 송 대표는 연구개발과 제품 품질이라는 키워드를 넘어 사업 다각화를 꿈꾸고 있다. 그동안 지켜왔던 품질이라는 가치는 기본을 지켜나가는 동시에 새로운 먹거리도 함께 발굴하겠다는 구상이다. 송 대표는 의료기기 관리나 소모품 시장만 하더라도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치열하게 경쟁하며 뛰고 있는데 한국은 이러한 실적이나 성과나 나오지 않고 있다는 문제 의식도 함께 드러냈다.

인성메디칼을 비롯한 굴지의 국내 의료기기 제조사들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국내사는 영세하다’라는 인식이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많은 제조사들이 영세하며 거대 수입 공급업체에 상당한 시장을 내어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시장을 지켜봐온 송 대표의 아쉬움은 특히 짙을 수밖에 없다. 이 시장에서 리딩 기업으로서 고민이 적지 않다. 해당산업이 더 클 수 있는 여지가 있는데 규제 등에 발목이 잡혀 있다는 것이다.

“의료기기용 소모품 시장이 결코 작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까다로운 규제와 특정 산업 지원 치중으로 인해 소모품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했던 게 현실입니다. 소모품 시장이 보다 커지고 활성화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지원정책이 나오길 바랍니다.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도 높아지는 길입니다.”


▼ 송준호 ㈜인성메디칼 대표 인터뷰

“기본기 갖춘 도전정신, 기업의 성장동력”





인성메디칼은 업계에서는 알아주는 의료기 소모품 분야의 강소기업이다. 그럼에도 송준호 대표(사진)는 “강한 2등의 정신으로 사업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지속적으로 도전 정신을 가지고 시장의 변화를 일으키고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 내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도전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는 경영 철학이다.

완제품 수입에서 연구와 제조로 방향을 돌린 것도 이러한 도전정신의 일환이었다. 당시 수입만으로도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때였다. 그러나 제품 국산화를 통해서 더 큰 기회를 노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늘어나는 수요에 발맞춰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건 당시의 결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안정보다는 도전을 중시하는 마인드 덕분에 회사가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오늘날 인성메디칼의 기업정신으로 굳어졌다. 송 대표는 “새로운 도전을 주저하지 말라”고 항상 강조한다. 최근 사업 다각화를 내건 것도 업계 선두권 기업이라는 자리에 안주하지 말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송 대표는 도전을 중시하면서도 한편으론 기본기에도 소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가진 강점으로 ‘안정적인 품질, 낮은 불량률, 발 빠른 사후관리 서비스를 꼽는다. ‘실리콘실-사출실-압출실-금형실’을 자체적으로 운영하며 제품을 생산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외주 물량 생산을 소화하는 방안도 현재 검토 중이다. 그러면서 “4차 산업혁명시대를 선도할 산업분야로 첨단바이오·융복합의료기기가 꼽히고 차세대 동력으로 육성·발전시키자며 의료기기산업육성법까지 등장했지만 정작 기업들은 ‘생존’을 고민하고 있다”며 “정부가 국내 제조사들의 현실과 의견을 반영해 지원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의료기기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 검사, 관리하는 등의 각종 허가·인증·감독 기준은 해마다 강화되는 데다 공산품의 기준에 의료기기의 기준이 복합적으로 적용돼 시설이나 관련 인력의 확보 등에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변화를 요구할 뿐 지원은 크게 이뤄지지 않고, 처벌과 제한은 강화되는 실정이다. 이에 송 대표는 “물건을 생산하는 제조업체 입장에서 적절한 가격을 받는 것은 일견 당연하다. 하지만 건강보험 재정이 한정돼 있다고 병원에서 가격을 조절하거나 의사 인건비 등에 밀려 원가에도 미치지 않는 가격을 받게 된다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의지는 꺾이고 생산을 중단하거나 외국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며 적정 보상을 위한 수가체계 개편을 희망했다.

이어 “물건을 만들고 판매하는 것도 과거보다 어려워졌다”며 “규제혁신은 익숙함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글 한 줄, 단어 하나 바꿔서 될 것이 아니라 사람을 뽑아 교육시키고 시설을 개·보수해야 하는 투자와 변화가 필요한 일이다.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어렵다면 속도라도 조절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박지원 기자 j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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