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리더의 상상력… 세상을 바꾸는 원동력[광화문에서/신수정]

신수정 산업2부 차장

입력 2020-01-29 03:00 수정 2020-01-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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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산업2부 차장
“롯데월드를 통해 한국의 관광산업은 문화유산 등 있는 것을 보여주는 단계에서 볼거리를 만들어 제공하는 수준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19일 별세한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명예회장)는 1984년 임직원들에게 롯데월드 사업 구상을 밝혔다. 아파트만 간간이 있던 잠실벌에 대형 호텔과 백화점, 실내 테마파크까지 짓겠다는 계획에 당시 롯데 임원들은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관광객 유치는 고사하고 시설 보존조차 제대로 되겠느냐’며 우려했다. 고인은 ‘된다’며 프로젝트를 밀어붙였다. 롯데월드는 1989년 문을 연 이후 30여 년간 국내외에서 1억7000만 명 이상이 다녀갔다. 고인의 바람대로 한국의 대표 관광명소 중 한 곳이 됐다.

세계 최대 규모 실내 테마파크인 롯데월드와 123층짜리 국내 초고층빌딩 롯데월드타워는 고인의 상상력에서 출발했다. 고인은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속 여주인공 이름에서 롯데라는 회사명을 따왔을 정도로 감수성이 뛰어났다. 작가를 꿈꿨던 고인의 상상력이 사업에 적용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들을 선보일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3차원(3D) 프린팅, 가상현실(VR) 등 첨단기술을 융·복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상상력이야말로 세상에 없는 유일무이한 것을 만들어 내는 핵심 경쟁력이다. 애플을 시가총액 1조3800억 달러의 세계 1위 기업으로 만든 원동력은 2011년 별세한 창업주 스티브 잡스의 뛰어난 상상력이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주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주도 우주여행 사업 등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비즈니스로 눈길을 끌고 있다.

경영자의 상상력이 기업 흥망을 좌우할 수 있는 환경에서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공상과학소설(SF)적 상상력까지 동원하고 있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디자인 픽션’이라고 불리는 과정을 도입해 SF 작가를 컨설턴트로 채용하고 있다. 작가인 엘리엇 페퍼는 2017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기고한 ‘비즈니스 리더가 SF를 더 많이 읽어야 하는 이유’에서 “미래에 대한 상상은 현재 우리를 제약하는 여러 조건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며, 올바른 질문을 던지고 있는지 고민하게 한다”며 “종종 상상의 힘이 분석력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고 밝혔다.

미래학자인 피터 슈워츠는 2004년, 1954년부터 발표한 ‘포천 500대 기업’ 100주년이 되는 2054년의 세계 10대 기업을 예측해 포천에 기고했다. 리테일과 금융 서비스를 망라한 회사, AI가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 VR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디어 회사, 줄기세포를 활용한 식품 회사, 양자컴퓨터와 나노 기술 상용화 회사 등이 포함됐다. 16년이 지난 현재 이미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많고, 일부 분야는 예측 수준을 뛰어넘어 더욱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테마파크 개념조차 생소했던 1980년대, ‘휴일에 시민들이 갈 만한 곳이 왜 없을까’를 고민하던 경영자의 상상력과 열정은 대를 이어 즐거움을 주는 공간을 탄생시켰다. 상상력을 바탕으로 과감히 혁신에 나서는 한국의 비즈니스 리더들이 만들어낼 미래가 기대된다.

신수정 산업2부 차장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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