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녀 뽑기’와 ‘저질 광고’ 앞세운 中 게임…국내 게임차트 점령

뉴스1

입력 2020-01-28 10:53 수정 2020-01-28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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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튀어나온 듯한 ‘미소녀’를 앞세운 중국 게임들이 국내 게임 시장을 휩쓸고 있다. 선정적인 저질 광고로 논란이 되고 있는 중국산 ‘왕게임’들도 여전히 득세하고 있다. 중국게임들이 국내 게임시장의 판을 흔들고 있는 사이 국내 게임사들은 ‘판호’에 묶여 3년간 중국 현지에 신작도 못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요스타가 지난 16일 국내에 출시한 ‘명일방주’가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 6위에 안착했다. 이 게임은 지난 19일 10위로 처음 차트에 진입한 이후 ‘리니지2 레볼루션’,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 등 국내 대작 다중접속역할수행(MMORPG) 게임들을 밀어내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명일방주는 미소녀 캐릭터를 배치해 밀려드는 적을 제거하는 ‘타워 디펜스형’ 게임이다. 국내에선 인기 있던 장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출시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마찬가지로 비인기 장르인 ‘방치형 RPG’를 미소녀 캐릭터로 꾸민 중국 이유게임의 ‘샤이닝라이트’도 매출 순위 10위권을 오가고 있다.

미소녀 게임은 주로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를 좋아하는 마니아 층을 노린 장르다. 최근 몇 년간 일본 게임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소녀전선’, ‘붕괴3rd’, ‘벽람항로’ 등 중국산 미소녀 게임들이 국산 대작 게임들 틈새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팬층을 형성했다. 이런 중국산 미소녀 게임들은 일반적인 게임성보다는 ‘확률형 뽑기’로 다양한 여성 캐릭터를 수집하는 데 중점을 둬 고수익을 올린다.

이와 함께 인기 연예인을 앞세운 광고로 이용자들이 중국 게임인지 모르게 즐기고 있는 ‘라이즈오브킹덤즈’(3위)나 ‘기적의 검’(5위) 등도 순위 굳히기 나선 모양새다. 지난해 실적 둔화 등으로 한파를 겪은 국내 게임업계가 고수익을 노린 MMORPG 제작에만 쏠린 사이 장르를 다양화한 중국 게임들이 매출 상위권을 무섭게 파고든 것이다.

10위권 밖으로는 선정적인 게임 광고를 유튜브,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 무차별 살포하며 논란이 된 저질 중국 게임들이 포진하고 있다. 여성을 맛에 비유하는 등 노골적인 성 상품화 표현을 한 데 이어 일본 성인배우를 광고 모델로 기용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왕비의 맛’(36위)을 비롯해 자극적인 광고를 무기로 국내 게임시장에 침투한 ‘황제라 칭하라’(27위), ‘왕이되는자’(30위) 등이 현재 매출 순위에 올라있다.

해당 게임들은 선정적인 게임 광고를 하더라도 게임 내용과 광고 내용이 일치하면 단속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국내 규제 환경의 허점을 노려 시장을 어지럽히고 있다. 국내 게임업계는 자율규제를 추진하고 있으나 중국 업체들은 국내에 지사조차 두지 않는 경우가 많아 저질 광고를 통한 ‘낚시질’이 사실상 무방비로 방치되고 있다.

이처럼 중국 게임들이 국내 게임시장에서 종횡무진하는 사이 국내 게임사들의 중국 수출길은 3년째 막혀 있다. 앞서 중국은 지난 2017년 3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갈등이 불거진 이후 국산 게임에 판호를 내주지 않고 있다. 중국은 게임유통을 당국이 관리하며 판호라 불리는 일종의 허가증을 통해 게임산업을 관리하고 있다.

중국 게임 공세에 손 놓고 시장을 내주고 있는 국내 게임업계는 오는 3월로 예고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에 발맞춰 ‘한한령’ 해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업계에선 한한령으로 인해 연간 국내 게임수출액이 최소 5000억원 이상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은 “판호 이슈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민간시장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결국 외교문제로, 외교적 차원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이번에 반드시 한한령에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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