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광학 조현일 대표 “국내를 넘어 글로벌 광학기술 선도하겠다”

한여진 기자

입력 2020-01-23 03:00 수정 2020-01-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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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중소기업]
첨단 우주 분야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은 그린광학 100년의 비전


광학은 자율주행,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증강현실용 광학렌즈, 초고속 통신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핵심 기술 분야로 미래 먹거리 산업이다. 1999년 설립한 ㈜그린광학은 국내 광학산업을 이끌고 있는 광학 혁신기업으로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다. 특히 빛을 이용한 광설계와 렌즈·장비 설계, 가공, 코팅, 조립, 검수까지 광학 제품 생산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 전문 기업으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우주항공 산업의 핵심, 광학제품 생산
㈜그린광학 조현일 대표.조영철 기자 korea@donga.com

충북 청주시 오송에 위치한 ㈜그린광학(대표 조현일)에서 조현일 대표를 만났다. 조 대표에게 광학 산업에 대해 물으니 “핸드폰부터 반도체, 인공위성까지 모든 산업에 필요한 핵심 부품이 바로 광학 관련 제품”이라며 “그린광학의 주요 사업은 반도체·디스플레이·레이저 등 일반산업, 방위산업, 우주항공, 신소재, 의료, 스마트 디바이스 등 6개 분야”라고 소개했다.

㈜그린광학은 주요 사업 영역에서 모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지만, 조 대표가 10여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연구개발에 몰두하며 애착을 보이는 분야는 우주항공이다. 현재 ㈜그린광학 전체 매출 중 일반산업 비중이 70%로 가장 높고, 우주항공·원료 소재·의료 등을 합쳐 10%미만이지만 차세대 고부가가치산업인 우주항공에 연구개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것. 조 대표는 “지금까지는 철강, 반도체, 통신 산업이 경제를 이끌었지만, 곧 우주산업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대표에 따르면 우주산업 육성은 지금까지 국가가 주도했지만 앞으로 민간 기업이 주도하면서 고부가 가치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조 대표는 광통신 산업을 그 같은 사례로 꼽았다. 광통신 시대에는 수많은 인공위성을 필요하고, 그에 수반되는 광학제품도 공급해야 하지만 민간 기업에서 대량 생산 설비를 갖추기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유럽에는 최첨단 광학 시설을 갖춘 연구소는 다수 있지만 이곳에서 대량생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동유럽에서도 첨단 시설이 희귀하다. 이런 상황에서 기술력은 물론 대량생산 설비까지 갖춘 ㈜그린광학이 주목 받고 있다.


매출 대비 최대 20% 연구개발 투자

㈜그린광학이 20년이란 길지 않는 시간에 대한민국을 넘어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광학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무모할 정도로 연구개발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1999년 회사를 설립한 이래 매년 매출 대비 15∼20%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전체 직원 220여명 중 연구개발 인력이 80여명으로 30%이상이다. 이것만 봐도 조 대표가 연구개발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 알 수 있다. 조 대표는 “일본 니콘, 독일 칼자이스와 같은 글로벌 업체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에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며 “곧 펼쳐질 우주항공 시대에 확실한 성과를 볼 것”이라고 확신했다. 뿐만 아니라 조 대표는 한 달에 3주 이상은 해외 세미나, 학회, 박람회를 다니며 글로벌 광학 트렌드를 체크하고 한발 앞선 기술력 확보에 앞장서고 있다.


해외도 인정하는 첨단 설비 갖춰
통신위성 광 렌즈 ㈜그린광학

연구개발과 더불어 최첨단 연구장비와 생산설비도 ㈜그린광학의 큰 자산이다. 사업 초반부터 적게는 1∼2억부터 많게는 40억까지 하는 광학장비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한 결과, 선진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도 뒤지지 않는 최첨단 시설을 갖췄다. 연마 장비로는 슈나이더사의 최신 그라인딩, 폴리싱, 센터링 장비를 갖추고 있으며, 5축 초음파 가공기, 초정밀 평면연삭기 등도 보유하고 있다. 세분화된 10대의 코팅장비를 보유해 최대 3.2m까지 코팅이 가능하다. ㈜그린광학은 이런 최첨단장비를 활용해 광학 시장의 다양한 요구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해외에서 찾아오는 기업으로 성장
㈜그린광학에서 생산하고 있는 SiC. ㈜그린광학

㈜그린광학 제품이 알려지면서 국내 대기업뿐 아니라 미국, 일본, 이스라엘, 인도 등 해외 유수의 기업과 기관이 이 회사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조 대표는 “해외 기업으로부터 신뢰를 얻었기에 제품 문의는 물론, 스스로 방문을 요청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린 광학은 지난해부터 까다롭기로 유명한 인도우주국에 인공위성에 사용되는 1.6m 대형 반사경을 공급하고 있다. 또 유럽 항공우주컨소시엄에 레이저 광통신 부품인 비축비구면 렌즈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도 이뤘다. 조 대표는 “올해가 한 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국내외에서 많은 수주를 받았다. 지난해는 300억 정도 매출을 올렸는데, 올해는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술력과 최첨단시설을 두루 갖춘 ㈜그린광학의 강점은 어떤 시장의 요구를 언제든지 맞출 수 있다는 점, 제품 품질을 이미 해외에서는 인정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토대로 올해에는 해외 매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신소재 개발로 경쟁력 강화
대형 비축비구면 미러. 신소재 개발 중인 ㈜그린광학 연구소. 최첨단 광설비 시설을 갖춘 ㈜그린광학 (왼쪽부터).

㈜그린광학이 도전하고 있는 또 다른 분야는 신소재이다. 지난해부터 첨단 광학소재인 징크설파이드(Zinc Sulfide)를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다. 징크설파이드는 적외선 및 레이저에 사용되는 소재로,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 빛을 감지해 물체를 정확히 식별하는 렌즈를 만들 때 사용된다. 징크설파이드가 사용되는 대표 제품으로는 미사일 앞에 장착된 카메라 렌즈. 현재 징크설파이드를 생산하는 기업은 미국 투식스, 롬앤드하스 등 세계적으로도 다섯 곳 정도다. 이 징크설파이드를 국내에서는 최초로 성공적으로 제작한 공로를 인정받아 산업부장관 상을 받았다. 국내에서 기술력을 인정 받자 해외 수주도 늘고 있다. 첨단 기술력을 자랑하는 이스라엘에서도 징크설파이드 대량 주문이 들어왔다. ㈜그린광학은 이 제품을 양산할 수 있는 시설도 확보했다.

중소기업의 난제 중 하나인 젊은 인력 확보다. ㈜그린광학은 조 대표만의 방법으로 이를 극복하고 있다. 조 대표는 “밀레니얼 세대의 연구원들은 회사를 선택할 때 급여나 복지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동기부여 가능한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가를 첫 번째로 고려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린광학은 2030 세대 연구원들에게 다양한 프로젝트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회사는 밀레니얼 세대의 성향에 맞춰 태양관측 망원경을 만들어 남극에서의 관측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또 미국 나사나 미국국립천문대와 함께 대형망원경 측정기술 개발, 달 탐사위성에 들어가는 고해상 카메라를 제작·평가하는 과정에서도 젊은 연구 인력을 보내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 연구원들이 직업적인 성취감을 쌓을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젝트를 연구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현재 밀레니얼 세대 연구원들처럼 그들의 자녀들도 꿈을 펼칠 수 있는 그린광학이 되길 원한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기술과 설비에 아낌없는 투자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키워 온 ㈜그린광학. 앞으로 100년간 젊은 연구원들이 이 회사에서 광학에 대한 꿈을 키운다면 조 대표의 희망이 현실에서 구현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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