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 신격호, 평생 숙원 롯데타워 마지막 나들이

뉴시스

입력 2020-01-22 11:43 수정 2020-01-22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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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 매입 후 30년 만에 완성한 역작
"채산성 낮아도 랜드마크로 지어야"
실제 머문 기간은 1년도 안 돼



22일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운구차가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주변을 한 바퀴 돌고 장지인 울산으로 향했다. 롯데타워는 신 회장 평생의 숙원이자 꿈, 역작으로 불린다. 수 십년 지난한 과정을 거쳐 착공, 완공했지만 실제로 신 회장이 이 곳에서 지낸 날은 길지 않았다.

신 회장은 1988년 부지를 매입한 이래 랜드마크가 될 만한 제2롯데월드 건설을 추진해 왔다. 세계에 자랑할 만한 복합관광명소로 키웠다는 원대한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러 정권에서 수 차례 제2롯데월드 건설을 시도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인근 서울공항에서 뜨는 군용기와의 충돌 우려, 교통량 증가, 성남시와의 고도제한 형평성 문제 등이 불거졌다. 꿈을 포기하지 않고 밀어붙인 결과 이명박 정권 시절인 2011년 건축 허가가 최종 승인됐다.

고충은 외부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초고층 빌딩은 건축비가 많이 들고 채산성이 없다는 이유로 그룹 내부의 반대 의견도 많았지만 창업주의 의지가 워낙 확고했기에 진행된 프로젝트였다. 아들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수익성을 문제로 타워 사업을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선 가장, 세계에선 5번째로 높은 지상 123층(높이 555m)의 초고층 빌딩은 이렇게 탄생했다. 롯데월드타워엔 직원 1만명이 상주, 하루 13만명이 방문한다. 4조3000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창출하는 대표 랜드마크로서 관광사업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신 명예회장은 2018년 1월 소공동 롯데호텔이 전면 개보수에 들어가면서 롯데타워 시그니엘 레지던스 49층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이 곳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어했다는 게 그룹 안팎의 전언이다. 그러나 공사가 끝나자 법원은 거소를 다시 소공동으로 옮기라는 결정을 내렸다.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소공동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해 법원이 이를 수락했다.

후견을 맡은 사단법인이 신 명예회장에게 있어 롯데월드타워의 의미와 건강상 이유 등을 들어 계속 머물도록 해야 한다며 법원에 심문기일을 긴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신 명예회장은 결국 지난해 4월 잠실 생활을 정리하고 소공동으로 돌아갔다.

거처를 옮긴지 3개월도 안 된 같은 해 7월 초 신 명예회장은 건강악화로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다. 11월에도 영양공급 차원에서 재차 입원했고, 소공동으로 복귀했다가 불과 일주일여 만에 다시 입원한 뒤 병원 밖을 나오지 못했다.

신 명예회장은 지난 19일 별세했다. 향년 99세. 이날 영결식은 30년 만에 일궈낸 마지막 숙원 사업,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렸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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