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제성장률 2.0%…금융위기 후 10년 만에 ‘최악 성적표’

이건혁 기자

입력 2020-01-22 10:45 수정 2020-01-2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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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최저인 2.0%에 그쳤다. 정부가 재정을 쏟아 부었지만 투자와 소비 등 민간 분야에서 활력이 나지 않으면서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게 됐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19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경제성장률 속보치에 따르면 2019년 연간 경제성장률은 2.0%로 집계됐다. 소수점 둘째자리까지 따지면 2.01%다. 이날 발표된 속보치는 지난해 10, 11월 경제 활동에 대한 결과는 반영돼 있지만 12월에 대해서는 추정치를 넣어 계산된 것이다.

당초 민간 기관들에서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9% 수준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4분기(10~12월)에 지난해 예산이 이월되는 걸 방지하기 위해 중앙 및 지방정부가 대규모 재정 집행에 나서면서 정부 부문이 성장률을 끌어올렸다. 정부소비가 지난해 6.5% 성장해 2018년 5.6%보다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2009년 6.7% 이후 최대 증가율이다. 정부가 사실상 지난해 성장을 주도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민간 소비 항목은 1.9% 성장해 2018년 2.8% 성장에 비해 둔화됐다. 또한 설비투자가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8.1%로 역성장했으며 건설투자도 ―3.3%로 뒷걸음질쳤다. 수출 역시 2018년(3.5%)보다 낮은 1.5% 성장에 그쳐 민간 부문의 성장동력이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미중 간 무역전쟁의 여파에 따른 세계 경기 침체 및 교역량 감소가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해 10월 미중 무역전쟁이 한국 경제성장률을 0.4%포인트 낮췄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세계 경제 성장률이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게 나타나면서 수출 의존도 높은 한국은 영향을 크게 받았다. 특히 반도체 경기가 위축되면서 더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2%대 성장률 붕괴 위기를 벗어난 건 정부 재정의 역할이 컸다. 지난해 4분기 GDP 성장률은 1.2%로 나타났다. 이 중 정부 기여도가 1.0%포인트인 반면 민간은 0.2%포인트에 그쳤다. 3분기 정부 기여도가 0.2%포인트였던 것에 비하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정부 부분에서는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투자 중심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또한 복지분야 지출 증가세가 지속됐고, 정부 및 지방정부 지출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사실상 정부가 2%대 성장률을 만들어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간 분야 부진이 이어지고 있고, 수출은 물론 설비·건설투자 모두 감소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 등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 성장률 전망을 3.4%에서 3.3%로 낮추는 등 무역전쟁 우려가 여전한 상황이라 세계 경제가 본격 회복하기를 기대하는 건 이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 경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수출이 살아날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폐렴이 확산될 경우 한국 경제를 침체에 빠뜨렸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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