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생존 위한 영역파괴, 경쟁자 먼저 파악하라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 정리=배미정 기자

입력 2020-01-22 03:00 수정 2020-01-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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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노던일리노이大 연구팀 사례 조사
산업-전략 그룹-관리자-소비자… 4가지 관점에서 경쟁자 분석
과거의 틀로 신사업 대비 땐 위험… 4개 관점 아우르며 잠재위협 대처


무한경쟁 시대에 기업 간 경쟁은 더 치열해졌을 뿐 아니라 그 양상도 과거와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생존을 위한 영역 파괴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주류 회사가 공유 오피스 사업에 진출하는가 하면 제과 업체가 생수산업뿐 아니라 다양한 캐릭터 사업에까지 손을 대고 있다. 극심한 불황과 불확실성을 타개하기 위해 기업은 성장 가능성이 보인다면 영역 파괴도 서슴지 않고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새로운 사업 영역에 진출하려면 추진하기에 앞서 우선 경쟁자가 누군지부터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경쟁자를 식별하고 그들의 특성과 전략 프로세스를 파악하는 일은 향후 치열한 경쟁을 예상하고 대비하는 데 기본이다. 하지만 과거의 틀에 박힌 경쟁사 분석틀로는 산업의 변화 속도와 역동적인 경쟁 구도를 따라갈 수 없다. 기술 발전으로 산업 간 경계와 구조가 새롭게 재편되면서 경쟁자에 대한 정의가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노던일리노이대 퍼칸 아밀 교수 등으로 구성된 연구진은 경쟁자 분석에 관한 467여 건의 이론과 연구를 종합해 앞으로 기업이 잠재적 경쟁 기업을 어떻게 파악해 대처할 수 있을지 대안을 제시했다. 이들이 분석한 경쟁자 분석 관점은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산업 중심 관점은 경쟁 업체를 같은 산업군에 있는 기업들로 규정하는 것이다. 둘째, 전략 그룹 관점은 기업 간 전략적, 영업적 특성에 따라 유사한 기업을 경쟁 집단으로 보는 관점이다. 셋째, 관리자 관점은 철저히 관리자의 입장과 인식에 기초해 경쟁 집단을 판단하는 관점이다. 마지막 네 번째, 소비자 중심 관점은 기업이 궁극적으로 충족시키려는 소비자의 욕구가 무엇인지에 따라 경쟁 집단을 분류하는 것이다. 산업 중심과 소비자 중심 관점은 제품 및 시장을 중심으로 산업 또는 기업의 특성을 기술해 경쟁자를 식별하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전략 그룹과 관리자 관점은 시장과 제품의 경계를 넘나들며 관리자나 고객의 인식을 통해 경쟁자를 식별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연구진은 많은 기업이 위의 네 가지 관점 중에서 한 가지 특정 관점에 치중해 경쟁 구도를 파악하려는 경향이 짙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들 한두 개 관점으로는 모든 경쟁사 분석을 완벽히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두 가지 이상의 관점을 서로 인정하고 통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신사업에 뛰어들 때는 과거의 사고방식으로 경쟁에 대비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예컨대 세계 최대 제조 기업인 GE는 소프트웨어 회사이기도 하다. 자동차 업체들은 정보기술(IT), 포털 및 서비스 업체와 경쟁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이 같은 경쟁의 역동성을 파악하려면 위의 네 가지 관점을 상호보완적으로 수용해 경쟁의 역동성을 파악하고 잠재적 위협에 대처해야 한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정리=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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