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부자가 배우는 경제]펭하! BTS 인기 제친 ‘직장인의 대통령’ 펭수

김영옥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 강사

입력 2020-01-22 03:00 수정 2020-01-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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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캐릭터 ‘펭수’의 경제 효과

EBS 캐릭터 펭수가 꽃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펭수는 취업 포털 인크루트가 선정한 방송·연예 부문 ‘2019년 올해의 인물’에 선정됐다. 펭수의 인기가 커지면서 펭수 다이어리(왼쪽)와 티셔츠(오른쪽) 등 각종 상품도 연이어 출시되고 있다. 뉴시스·사진 출처 나무위키
취업 포털 인크루트가 선정한 ‘2019년 방송·연예 부문 올해의 인물’에 깜짝 인물(?)이 뽑혔습니다. 방탄소년단(BTS)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죠. EBS 연습생 신분인 그는 자신이 “남극에서 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직통령’(직장인들의 대통령)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바로 펭수입니다.


○ 너는 누구냐, 펭수!

EBS 홈페이지에 올라온 펭수 프로필에 따르면 펭수의 나이는 10세, 키는 210cm입니다. 남극에 살던 펭수는 우주 대스타가 되고 싶어서 케이팝(K-pop) 등 한류의 중심인 대한민국까지 헤엄쳐왔습니다. 인사할 때는 ‘펭수’와 ‘하이’(안녕)를 합쳐 “펭하”라고 말합니다. 존경하는 인물로는 BTS와 자기 자신을 꼽고 있죠.

펭수는 지난해 4월 EBS 프로그램 ‘톡톡 보니하니’의 코너 ‘자이언트 펭TV’에 처음 출연했습니다. 펭수가 화제가 된 건 9월 ‘EBS 아이돌 육상대회’에 나오면서였습니다. MBC의 아이돌 육상대회인 ’아육대‘를 모티브로 해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인기 캐릭터가 총출동했습니다. 펭수는 번개맨, 방귀대장 뿡뿡이, 뚝딱이, 뽀로로, 당당맨 등 선배 캐릭터 앞에서 주눅 들지 않고 할 말을 했습니다. 당당한 펭수의 모습에 사람들은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죠.

펭수는 기존의 교육방송 캐릭터들과 차별화된 모습을 갖고 있습니다. 선배 캐릭터들은 아이들에게 교훈을 주는 등 교육적인 내용으로 다가섰죠. 하지만 펭수는 소신 있는 직언과 재치 있는 입담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기존의 아담했던 캐릭터들과 달리 펭수는 210cm의 거구이기도 합니다. 독특한 말투로 요들송, 랩, 비트박스까지 소화합니다.

펭수는 사실 방송사의 위기의식에서 등장했다고 합니다. 교육방송인 EBS 프로그램을 주 시청자인 어린이들도 차츰 안 보는 추세이기 때문이죠. 특히 초등학생들은 EBS보다 유튜브, 성인 예능 프로그램을 주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EBS는 아기들, 유치원생들이나 보는 것이다’라는 인식도 한몫했다고 합니다. 위기의식을 느낀 EBS가 기존 캐릭터와 다른 시도를 하게 된 것이죠.


○ 어른이 더 좋아하는 어린이 캐릭터

하지만 펭수의 등장은 EBS의 의도와 다르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어린이 방송용 캐릭터로 만들어진 펭수가 어른들에게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입니다. 뽀로로가 어린이의 대통령이었다면, 펭수는 직장인의 대통령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자이언트 펭TV’ 시청자 연령층은 만 18∼24세(24.6%), 25∼34세(40.2%), 35∼44세(21.8%), 45∼54세(7.8%)로 성인들에게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펭수가 어른들에게 인기가 많은 이유는 뭘까요? 펭수는 20∼30대 직장인들이 직장 내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명확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대신해 할 말을 다 해주고 있죠. 속이 뻥 뚫리는 말이라고 해서 일명 ‘사이다 발언’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펭수는 소속 회사의 눈치도 보지 않습니다. “EBS에서 잘리면 KBS로 가겠다”라고 말하는가 하면 “참치는 비싸, 비싸면 못 먹어, 못 먹을 땐 김명중”과 같이 소속 회사 사장의 이름을 농담에 거리낌 없이 언급하기도 하죠. 할 말이 있어도 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앓는 직장인들에게 대리만족을 주고 있는 것입니다.

수많은 명언도 만들고 있습니다. ‘세상에 친구는 많고 지구는 넓다. 여러분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라’, ‘눈치 보지 말고 살아라’, ‘다 잘할 수는 없다’ 등 펭수의 발언 속에는 뚜렷한 신념이 돋보입니다. 펭수는 비속어나 비하 발언 없이도 과감한 말과 행동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내고 있습니다.


○ 펭수의 경제적 효과

펭수의 인기는 경제적 파급효과도 낳고 있습니다. 이른바 ‘키덜트’의 지갑을 열게 하고 있죠. 키덜트는 아이(Kid)와 어른(Adult)의 합성어로 영화, 만화, 완구 등 어린이들이 주로 좋아할 만한 상품을 선호하는 어른을 말합니다. 펭수의 고향인 남극 여행상품 검색과 예약이 급증하고 있고, ‘오늘도 펭수 내일도 펭수’라는 제목의 에세이 다이어리는 나오자마자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에서는 펭수 이모티콘이 출시 하루 만에 10대부터 40대까지 인기 판매 순위 1위에 올랐죠. 펭수 이모티콘은 카카오의 공식 캐릭터인 ‘카카오 프렌즈’를 제외하고 최단 기간 최고 매출을 올렸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펭수 상표권을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한 일반인이 펭수 관련 상품이 나오기 전에 EBS보다 먼저 상표를 등록하기 위해 상표 출원 신청을 했기 때문입니다. 특허청은 논란 끝에 “제3자의 상표 출원은 불가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자유경제원 기업가연구회가 2015년 발표한 ‘뽀로로 탄생 이전과 이후의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대표 캐릭터 ‘뽀로로’의 경제적 효과는 5조7000억 원, 브랜드 가치는 8000억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제 과연 펭수의 경제적 효과가 뽀로로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2020년은 경자년, 쥐띠의 해지만 각종 쥐 모양 캐릭터보다 펭수 캐릭터가 더 많이 팔릴 것 같습니다.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며 사랑받는 펭수. 펭수의 인기를 지켜나가고 싶은 팬심으로 오늘도 이렇게 외쳐봅니다. 펭하!

김영옥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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