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5%룰’ 완화…어떤 변화

뉴시스

입력 2020-01-21 15:56 수정 2020-01-21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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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연기금 5%룰 보고 간소화 방향으로 개정
배당, 보편적 지배구조 개선 등 '일반투자'로 공시
"보고 간소화로 연기금 유연한 투자 전략 가능해"
"남양유업도 해제하는데…큰 변화 없을 듯" 의견도



 공적 연기금의 주주활동 ‘걸림돌’인 지분 대량보유 공시의무(5% 룰)가 완화되면서 국민연금 등이 국내 상장사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주주활동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연기금이 포트폴리오를 내보이지 않고도 주주제안을 할 수 있어 배당 요구 등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국민연금의 특성상 재계가 우려하는 만큼 ‘과도한 주주권 행사’ 카드를 꺼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금융위원회는 21일 5%룰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5%룰이란 상장사의 주식 등을 5% 이상 보유하게 되거나 보유 지분율에 1% 이상 변동이 생기면 이를 5일 이내에 공시하도록 강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제도다.

금융위는 5%룰의 보유 목적을 세분화해 기존 경영 참여, 단순 투자 2가지로 분류돼 있던 보유 목적을 경영 참여, 일반 투자, 단순 투자 3가지로 늘렸다.

앞으로는 ‘임원 선임·해임 등에 대한 주주 제안 등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를 경영 참여로, ‘경영권에 영향을 줄 목적은 없으나 적극적인 유형의 주주 활동을 펼치는 행위’를 일반 투자로, ‘단독 주주권만 행사하는 행위’를 단순 투자로 보게 된다.

◇“5%룰 보고 간소화로 유연한 투자전략 가능해져”

경영에 영향을 주려는 목적은 아니지만 적극적인 유형의 주주활동이 ‘일반투자’로 편입하면서 연기금의 보고의무가 간소화됐다.

구체적으로 ▲배당 관련 주주활동 ▲사전에 공개한 원칙에 따른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관 변경 추진 ▲회사 임원의 위법행위에 대한 상법상 권한 행사 등은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의 활동 범위에서 제외될 예정이다.

그동안 단순 의결권 행사가 아닌 배당 증액을 주주제안으로 요구하거나 보편적 지배구조 개선을 하라는 주주활동은 경영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보고의무가 복잡했다. 앞으로는 월별, 약식으로만 공시하면 돼 기존 5일 이내에 상세 보고보다 완화될 방침이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강한 5%룰로 인해 대규모로 보유하고 있거나 경영 참여 목적으로 분류돼 보고 의무가 많아져 주주제안이 어려웠다”며 “5%룰이 완화해 그때그때 자기 포트폴리오를 공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연기금의 투자전략에 상당히 유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기관은 대규모 보유 공시 등 주주권 행사를 위해 액션을 취할 때마다 시장가격에 영향을 준다”며 “간소화된 보고로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가 충분히 늘어날 수 있으리라고 본다”고 예측했다.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배당을 늘려달라는 요구도 경영 참여로 봤던 건 사실 너무 ‘빡빡’했던 것”이라며 “이번 개정으로 스튜어드십 코드 활동을 부드럽게 해주는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조명현 교수는 “물론 국민연금이 정치적으로 움직이지 않겠지만 지배구조 개선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전문가로 구성된 인력이 결정하고 왜 그러한 판단을 했는지 추후 명확한 근거를 자료로 만들어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큰 개선 없어도 중점관리기업서 제외…“5%룰로 큰 변화 없을 듯”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개정으로 주주권을 강화하는 방향의 제도 개선이 이뤄지더라도 일각에서 우려하는 만큼 이사 해임 등을 남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일례로 국민연금은 지난 20일 배당 확대 등을 이유로 남양유업을 공개 중점관리기업으로 올려두고 있었으나 남양유업이 배당과 관련해 큰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중점관리기업에서 해제했다. 남양유업은 이번 공개 중점관리기업 해제로 비공개 중점관리기업, 비공개 대화 대상기업에서도 벗어나게 됐다.

중점관리기업은 국민연금이 일정 기간 기업과의 대화에도 불구하고 개선이 없는 경우 비공개를 원칙으로 지정하는 상장사다. 중점관리기업 지정 후 이듬해 정기 주주총회까지 개선이 없는 경우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대상 명단 공개여부 결정한다.

한 수탁위 위원은 “국민연금은 배당을 늘리라는 요구라기보다 배당 정책을 수립하라는 요구를 해왔다”며 “배당과 관련해 의견이 분분했지만 향후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남양유업과 같이 배당을 엇비슷하게 유지해오고 있는 기업도 공개 중점관리기업에서 제외했다”며 “시장에서는 5%룰이 변경되더라도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연금은 조직 특성상 논란을 일으키는 행위를 상당히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에 이사 해임과 같은 행위를 지금보다 크게 늘려나가진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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