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은심기자의 낯선 바람] 가슴 답답하고 소화 안되고… 명절만 되면 왜 이러지?

동아일보

입력 2020-01-22 03:00 수정 2020-01-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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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증후군

#. 꽉 막힌 도로를 뚫고 간신히 도착한 시댁. 하지만 한숨 돌릴 여유도 없다. 산더미같이 쌓인 일거리를 보고 주방으로 향한다. 시댁 식구들과의 미묘한 감정싸움과 눈치 없는 남편의 무관심까지, 결혼한 지 11년이 돼가지만 그는 여전히 명절이 힘들다.

명절이 가까워오면 정신과 병동은 환자들로 만실(滿室)이 된다. 긴장이 심해지면서 심리적 스트레스로 많은 사람들이 병원을 찾기 때문이다. 두통, 요통, 근육통, 어지럼증, 식욕 저하, 소화 장애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다. 돌을 올려놓은 것처럼 가슴이 답답하다는 이도 있다. 증상이 심하면 명절 기간 정신과 병동에 입원하기도 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 성인 남녀 10명 중 6명이 명절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혼 여성이 명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별과 혼인 여부에 따라 스트레스를 느끼는 정도는 차이를 보였다. 기혼 여성은 10명 중 7명(70.9%)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밝힌 반면 미혼 여성 59%, 기혼 남성 53.6%, 미혼 남성 52.4%로 이들은 기혼 여성보다는 상대적으로 명절 스트레스가 덜했다.

기혼자의 경우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도 성별에 따라 갈렸다. 기혼 여성이 꼽은 명절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 1위는 시부모 등 시댁 식구(68.4%). 기혼 남성은 배우자(29.2%)로 답했다.

평소보다 몇 배 많아진 가사 노동과 편하지 않은 환경에서의 정신적 스트레스, 친정에 가지 못하거나 눈치를 보는 상황들, 시댁의 차별 행동으로 여자는 몸과 마음이 지친다.

‘명절 증후군’은 명절 전부터 시작된다. 머리가 아프고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 배가 아프거나 목에 뭔가 걸린 것 같기도 하고 온몸에 힘이 빠지는 등 설명하기 힘든 신체 증상들이 나타난다. 명절 때면 시댁에 빨리 가자고 재촉하는 남편 얼굴을 보면 울화가 치밀고 자꾸 신경질을 부리게 된다. 명절이 끝나고 나서도 몸살에 시달리거나 심한 경우 하혈을 하고 얼굴, 손발에 감각 이상이 생기기도 한다.

명절에 괴롭긴 남자들도 마찬가지다. 예민해진 아내의 눈치를 봐야 하고 오랜만에 만난 가족, 친척들과의 술자리도 힘들다.

특히 극도로 날카로워지는 아내의 기분을 맞추는 것이 무척 부담스럽다. 사소한 일에도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아내와 자꾸 다투게 되고 그러다 보면 남자도 역시 기분이 우울해진다. 명절을 치르고 집에 돌아와서도 아내와의 냉전 상태가 며칠씩 가는 경우가 많아 남자도 명절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hongeunsim@donga.com



▼ “고마워”… 지친 아내에게 따뜻한 위로를 ▼

명절 증후군은 기혼 여성에게서 압도적으로 많이 발생한다. 여성들은 명절 증후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충분한 휴식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몸이 힘들면 짜증도 많아진다. 틈틈이 스트레칭과 휴식으로 육체의 피로를 풀어줘야 한다. 음식 준비를 하면서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심리적 압박감이나 스트레스를 줄여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남편은 힘들어하는 아내를 위해 가사 노동을 적극적으로 분담해 줘야 한다. 아내에게 수시로 ‘고맙다’고 말하고 공감과 지지를 표현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편과 가족들의 이해와 배려다. 명절 스트레스의 주된 감정은 소외감과 분노감이다. 시댁 식구들 사이에서 소외됐다는 생각이 들거나 가사 노동 분담이 불공평하다고 느끼지 않도록 가족 모두가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필요하다.

조성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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