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섣부른 경기 낙관론? 기재부 그린북서 ‘성장제약’ 빠졌다
세종=최혜령 기자
입력 2020-01-17 17:10 수정 2020-01-17 17:17
동아일보 DB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거시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고 언급한 데 이어 기획재정부도 한국 경제가 “부진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체감 경기가 여전히 부진한 상황에서 청와대와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섣불리 경기 낙관론을 강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기재부는 17일 내놓은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서비스업 생산과 소비가 완만히 증가하고 설비투자도 점차 부진에서 벗어나고 있으나 수출과 건설투자의 조정국면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그린북에서 수출과 투자에 대해 ‘부진한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는 표현을 8개월 만에 삭제했다. 대신 ‘성장을 제약하고 있다’는 말로 대체했다. 이번에는 이마저도 ‘조정국면’으로 바꾸며 점차 긍정적 표현을 강화하고 있다.
기재부는 “지난해에 제시한 성장률 2.0% 경로에 여전히 부합한다”면서 “대외 여건에서 추가적인 악재가 없고 동행지수가 선행지수와 약 6개월의 시차를 두고 변화를 보이면 경기가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부정적인 지표들은 적어지고 긍정적인 지표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힌 것고 상통한다.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와 정부가 경제에 대한 희망적인 시각을 전달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각종 경제지표는 여전히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12월 수출은 전년 동월대비 5.2% 감소해 2018년 12월부터 13개월 연속 줄었다. 건설투자도 지난해 3분기(7~9월)에 전년 동기대비 3.7% 줄어 3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했다. 경제를 떠받치는 40대 취업자는 지난해 28년 만에 가장 많이 줄었다.
전문가들도 섣부른 낙관을 경계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12월 “한국경제가 다시 회복세를 탈 가능성이 높지만 중국·인도 성장세 둔화에 수출이 다시 부진해지거나 기업 투자가 늘지 못하면 다시 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달 9일 내놓은 ‘KDI 경제동향’에서 경기 부진 표현은 뺐지만 “아직까지 우리 경제가 낮은 성장세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다.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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