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 닿으면 이 전시는 꼭…” 놓치면 아쉬워할 2020 국내외 전시 8선

김민 기자

입력 2020-01-17 03:00 수정 2020-01-17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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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의 ‘짚더미 인형’(1791∼1792년). 궁정의 여인들이 짚더미 인형을 던지며 노는 모습 속에 허무가 느껴진다. ⓒMuseo Nacional del Prado. Madrid.
《‘현대의 미술관이 성당의 역할을 대신한다(Art museums are the new churches).’ 스위스 출신 소설가 알랭 드 보통을 비롯한 많은 지식인은 이렇게 말한다. 과거에 교리로 얻었던 깨달음을 이제는 예술 작품이 주는 감각으로 얻는다는 이야기다. 사치나 장식이 아닌 새로운 감각을 일깨워 주는 예술이란 뭘까. 답을 얻고 싶으면 작품을 직접 봐야 한다. 동아일보는 올해 꼭 봐야 할 전시 8개를 엄선했다. 한중일과 영미 유럽권의 현대 미술관을 중심으로 미술사 이해에 꼭 필요한 전시를 골랐다. 미술관들은 크게 △여성 작가 재발굴 △기후 변화 대처 △고야, 라파엘로 등 대가 재조명 등 세 가지 경향을 보였다. 또 미술사적으로 중요하지만 국내에 덜 알려진 작가, 동시대 ‘핫한’ 작가도 고려했다. 감상자별로 즐길 만한 정도는 ‘초심자, 애호가, 덕후(오타쿠)’의 3단계로 표기했다.》

1 고야 ―스위스 바젤 바이엘러 미술관 5월 17일∼8월 16일

어쩌면 피카소보다 더 국내에 소개되어야 할 작가가 프란시스코 고야(1746∼1828)다. 고야는 컬렉터보다 미술가에게 많은 영향을 끼쳐, 근대 미술의 문을 열었다. 스페인 궁정화가였던 그는 왕정 체제가 저물어가는 현실을 그대로 직시했다. 왕족의 허영을 은연중 초상화에 표현하고, 전쟁의 참상을 판화로 기록했다. 유럽 미술사가 이탈리아, 프랑스를 중심으로 알려져 스페인 출신의 고야는 국내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그러나 그의 영향력은 사실주의, 인상주의는 물론이고 20세기 초현실주의까지 뻗는다. 마네와 피카소가 고야의 그림을 그대로 차용해 ‘막시밀리안의 처형’ ‘한국에서의 학살’을 그렸다. 바이엘러 미술관은 “고야는 유럽 왕정의 마지막 궁정화가이자 개인의 주관과 내면 표현의 창시자라는 두 개의 지위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2 게르하르트 리히터: 결국엔 회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3월 4일∼7월 5일

바다풍경(1998년) 구겐하임 빌바오 제공·ⓒGerhard Richter
독일 출신 게르하르트 리히터(88)는 현대 미술의 흐름을 회화로 되돌린 작가다. 작품도 생존 작가 중 최고가에 속한다. 사진을 초점 흐린 회화로 그려 불안한 시대를 표현했다. 이후 다양한 시리즈로 개념을 변주했다. 60년간 여정을 한 번에 볼 기회다. 상반되는 요소로 캔버스를 장악한 ‘기교의 맛’을 감상해 보자.


3 라파엘로 이탈리아 로마 스쿠데리에 델 퀴리날레 3월 5일∼6월 2일

테라누오바의 성모자(1504∼1505년) ⓒStaatliche Museen zu Berlin, Gemaldegalerie, Photo: Jorg P. Ander

라파엘로(1483∼1520) 서거 500주기를 맞아 이탈리아 정부가 기획한 대규모 회고전. 협력 기관 면면부터 화려하다. 이탈리아 우피치 미술관, 바티칸 박물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영국 런던 내셔널 갤러리, 스페인 프라도 박물관…. 시대를 풍미한 거장의 작품들이 한자리에.


4 이불―비기닝 서울시립미술관 12월 15일∼2021년 3월

수난유감-당신은 내가 소풍 나온 강아지 새끼인 줄 알아?(1990년) 이불 스튜디오 제공
국제 미술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동시대 한국 작가를 꼽는다면 단연 이불(56)이다. 백남준과 이우환이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활동했다면, 이불은 한국에 기반을 뒀다는 점도 다르다.

2018년 영국 헤이워드 갤러리에서 개인전 ‘크래싱’이 열렸을 땐 관객이 몰려 줄을 섰다. 그의 작품에는 전통적 가치관이 해체되는 사회 속에서 개인이 겪는 감각이 직설적 언어로 펼쳐져 있었다. 그가 대학을 졸업하고 ‘낙태’(1989년) 퍼포먼스를 선보였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특이한 여자’로 치부했다. 이제는 다수가 공감하는 이야기가 됐다. 전시는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조각과 퍼포먼스를 집중 조명한다. 유럽 개인전에서 맛만 봤던 초기 날것의 작업들을 집중적으로 볼 기회다. 이런저런 이유에 앞서 그냥 이렇게 말하고 싶다.

“제발 한국인이면 이 전시 좀 봅시다!”

5 앤디 워홀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 3월 12일∼9월 6일

데비 해리(1980년) ⓒ2019 The Andy Warhol Foundation for the Visual Arts, Inc/ARS, NY and DACS, London.
그 유명한 캠벨 수프 후 ‘팝 아트’는 불멸의 장르가 됐다. 그러나 오해도 많다. 국내 팝 아트에 코카콜라나 미키마우스가 등장하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팝 아트는 세련된 수입 문화가 아닌 평범한 일상과 대중의 욕망을 차용한 예술이어서다. 이 전시로 팝 아트의 진정한 의미를 되돌아보는 건 어떨까.


6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애프터 라이프 영국 런던 로열아카데미 9월 26일∼12월 8일

초를 든 예술가의 초상(C)(2013년) ⓒMarina Abramovic


세르비아 출신 마리나 아브라모비치(74)는 ‘핫한’ 동시대 퍼포먼스 예술가다. 관객과 지그시 눈을 맞춘 ‘The Artist is Present’(2010년)는 뉴욕 현대미술관의 최고 ‘히트’ 쇼였다. 그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만한지, 샤먼을 자처한 요제프 보이스의 퍼포먼스와는 어떻게 다른지 ‘매의 눈’으로 보자.


7 구사마 야요이 독일 베를린 그로피우스 바우 9월 4일∼2021년 1월 17일

Pollen(1986년) ⓒYayoi Kusama; Collection of Ota Fine Arts


‘땡땡이’ 호박으로만 구사마 야요이(91)를 기억한다면 그녀를 반의 반도 모르는 것이다. 초기 드로잉부터 퍼포먼스, 설치, 회화까지 다양한 여정을 따라가면 누구보다 자신에게 솔직했던 예술가를 만나게 된다.

8 저드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 3월 1일∼7월 11일

무제(1991년) ⓒ2019 Judd Foundation/ARS, New York. Photo: JohnWronn
도널드 저드(1928∼1994)는 미니멀리즘 예술의 대표 작가다. 미니멀리즘 예술은 작가의 의도보다 같은 사물도 달리 보는 다양한 관객에게 방점을 둔다. 현상학, 구조주의 등 철학과 맞물려 역사적 가치를 획득했다. 작품이 의도를 제거한 단순한 사물이기에 재미가 떨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작품은 직접 보고 판단해야 하기에.

▼그 밖의 국내 전시

‘임동식 개인전―일어나 올라가’―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6월 18일∼8월 16일

임동식은 1980년대 국내 최초 자연미술그룹 ‘야투(野投)’를 창립하고 ‘1991 여름 금강에서의 국제 자연 미술전’을 개최했다. 백지숙 서울시립미술관장은 그를 “저평가된 작가”라고 말했다. 임 작가가 지난해 서울시에 기증한 1970∼2000년대 자료 1300여 건을 토대로 하는 전시다.


‘탄생 100주년 기념―박래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7∼10월

운보 김기창의 아내이자 한국화가인 박래현(1920∼1976)의 작품은 화려한 색채가 특징이다. 50세에 미국 유학을 떠나면서 판화, 태피스트리, 파피에 콜레 등 기법을 익혀 한국화에 결합했다. 작품 100여 점을 선보인다.


‘새로운 시(詩)의 시대’ ―경남도립미술관 2월 20일∼5월 17일

3·15 의거 60주년을 맞아 3·15 의거를 과거의 사건이 아닌 현재의 삶과 연결된 현상으로 접근해 기획했다. 서용선의 신작을 비롯해 홍순명, 박찬경 등 예술가 7명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현재와 다음 세대를 전망하는 기표로서 역사를 바라본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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