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도 통제되는 ‘은밀한 그곳’…양조장과 술 문화

뉴시스

입력 2020-01-16 18:19 수정 2020-01-16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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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조장은 외부인들이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폐쇄적인 공간이다. 특히 술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과정인 덧술과 발효가 이뤄지는 ‘발효실’과 발효제를 만드는 ‘국실’은 술의 성패를 좌우하는 곳인 만큼 직원들의 출입까지도 통제하는 가장 은밀한 양조장의 내부 공간이다.

이처럼 지난 100여년간 국내 술 문화의 근간이 돼온 양조장을 중심으로 우리 술 문화를 연구한 조사보고서가 나왔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최근 ‘양조장과 술 문화 조사보고서’로 1권 ‘우리 술 문화의 발효 공간, 양조장’, 2권 ‘양조장의 시간·공간·사람’을 발간했다고 16일 밝혔다.

2017년 국립민속박물관이 마련한 ‘근현대 생활문화조사 중장기 계획안’의 첫 전국단위 조사 주제로 양조장을 선정해 지난 2년간 전국 54곳의 양조장을 방문해 양조장과 근현대 우리 술 문화를 기록·정리해 보고서를 펴냈다.

1권에는 근현대 시기 이후 우리 술 문화의 산실이자 주요 공간으로 자리 잡아 온 양조장의 등장과 성장 등 역사적인 맥락부터 양조장의 공간과 구조, 지역사회와의 관계와 역할, 술의 생산과 소비 등의 내용이 수록됐다.

양조장은 1909년 주세법과 1916년 주세령으로 인해 탄생한 공간이다. 전통적으로 한국 사회에서 술은 가양주(家釀酒) 형태로 전승됐지만 일제강점기부터 주세의 대상이 되면서 가양주 제조를 합법적으로 할 수 없게 됐고 1934년 자가용주 면허 제도가 완전히 폐지되면서 1995년까지 약 60년간 모든 술은 양조장에서만 만들 수 있었다.

이로 인해 양조장이 등장한 이후 100년여 동안은 우리나라의 술 문화 양상 전반이 변화하는 중요한 지점이 됐다.

또 현재 일반화돼있는 쌀막걸리는 1977년부터 2년간 일시적으로 허용된 것을 제외하고 1966년부터 1990년까지 전혀 맛볼 수 없는 술이었다. 1960년대 적극적으로 추진한 양곡관리법으로 인해 쌀로 술을 빚지 못하게 되면서 가격도 싸고 수급률도 높은 밀막걸리가 등장했다.

증류식 소주 역시 양곡관리법으로 인해 생산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그 자리를 희석식 소주가 대체하게 됐다. 현재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우리 술은 양조장이 국가의 정책과 규제 아래 다양한 양상으로 적용해 만들어진 결과물이라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보고서는 외부인들이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폐쇄적인 공간인 양조장을 발효실과 국실을 비롯해 구석구석 들여다보면서 분석했다.

양조장은 일반 가정집과는 다른 구조와 건축적 특징을 갖고 있다. 발효실은 술을 원활하게 발효하기 위해 온도 관리가 중요한 만큼 벽체를 500∼800㎜ 정도로 두껍게 하고 그 안에 왕겨나 수수깡 등을 넣어 단열효과를 높인다.

1962년 이후 입국을 막걸리에 본격적으로 사용하게 되면서 양조장에 등장하게 된 국실 역시 온습도 관리를 위해 벽체를 두껍게 하고 환기창을 두는 한편 지속적인 관리를 위해 사무실이나 숙직실 근처에 증축한 특징을 지닌다.

2권에서는 양조장의 시간(물건)·공간(지역사회)·사람(양조장 운영자) 이야기를 현지조사 내용을 중심으로 담았다. 물건이야기를 통해 양조장마다 남아 있는 물건을 통해 과거 양조장의 모습과 에피소드를 풀어냈으며 양조장과 관계된 특별한 마을이야기 등도 소개했다. 양조장 운영자들의 생애를 중심으로 양조장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담았다.

민속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보고서는 양조장을 통해 근현대 시기 급격히 변용된 우리 술 문화의 양상과 양조장의 보편성과 지역적 특수성을 살펴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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