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윤 요리쌤의 오늘 뭐 먹지?]셰프의 정성 듬뿍 담긴 생선조림 별미

홍지윤 쿠킹클래스 쉬포나드 운영자

입력 2020-01-16 03:00 수정 2020-01-16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서울 신촌 ‘히노키 공방’

요리가 직업이라고 하면 늘 주변에서 받는 오해가 몇 가지 있다.

아침은 브런치처럼, 저녁은 8첩 반상 차려 먹을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상은 남은 재료를 처리하기 위해 대충 만든 한 끼가 대부분이다. 또 한 가지 오해는 식당에 가서 까탈을 부리며 음식을 평가할 거라는 것이다. 매일 식구들의 밥상을 책임지는 이들은 100% 공감할 것이다. 제일 맛있는 요리는 남이 해준 음식이라는 사실 말이다. 요리가 직업이 된 이래, 돈 주고 사먹은 음식이 입에 안 맞거나 서비스가 마땅치 않아 발길을 끊은 적은 있지만 힐난하거나 따져본 적이 결코 없다. 요리하는 이들의 고충을 너무 잘 아는 터라 이러쿵저러쿵 ‘지적질’이 내키지 않는다.

그런 내게도, 누군가 나를 위해 만들어준 따스한 한 끼, 조리법을 분석하고 완성도를 평가하지 않고 맘 편히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다. 오랜 해외생활을 접고 서울로 돌아와 지금까지 10여 년 동안 발길을 끊지 못하는 ‘히노키 공방’(서울 마포구 신촌로 14안길3)이다.

신촌역 근처 작은 골목 한 귀퉁이에 자리 잡은 이곳은 셰프가 홀로 주방을 담당한다. 남도에서 공수한 제철 생선을 직접 손질해 반건조 형태로 말려 굽고 직접 달인 간장을 발라 감칠맛을 더한다. 싱싱한 생물 중 일부는 조림으로 내고 버섯과 우엉, 고추 등 제철 채소를 간장양념에 함께 조려낸다.

조금 더 요리 같은 한 끼를 원한다면 ‘텐동’(덴돈)이 제격이다. 계절에 따라 새우와 아나고에 튀김옷을 입혀 바삭하게 튀겨낸 후 양념을 입혀 고슬고슬한 쌀밥 위에 얹어준다. 특히 마치 살짝 태운 듯 진한 양념에 튀김을 살짝 적시는 침전법으로 만든 덴돈은 요즘 유행하는 덴돈 전문점과는 또 다른 독특한 맛이다. 생선요리가 주 종목이긴 하지만 젊은이들에겐 육류 요리도 인기다. 통삼겹살을 부드럽게 간장양념에 익혀내는 ‘부타가쿠니’(돼지고기 조림 정식)도 좋고 쇠고기를 얇게 썰어 서양식 양념에 익히고 보드라운 수란을 얹어주는 ‘하야시니코미’는 경양식 요리와 진배없다.

바닷가에서 나고 자란 부모님의 유전자를 물려받아 해산물은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편이라 열에 아홉 번은 생선이다. 힘든 수업을 마치고 작은 테이블에 홀로 앉아 오로지 눈앞에 놓인 것에 집중하며 생선 한 마리를 구석구석 발라먹고 있으면 흘끔흘끔 손님들의 동태를 파악한 셰프는 직접 담근 매실장아찌나 우엉조림을 슬며시 놓아두고 가기도 한다. 종일 홀로 주방에 서서 메뉴 하나하나에 에너지를 쏟아 내는 셰프의 소박한 밥상에 기운을 얻고 무뚝뚝한 듯 따뜻한 서비스에 길들여진 듯하다. 남의 손을 빌려 좌석을 늘리고 회전율을 높일 수도 있으련만 고집스레 홀로 주방을 지키며 밤마다 간장을 달이는 셰프의 올곧은 고집과 다짐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곳, 나에게 맛집이란 그런 곳이다.

홍지윤 쿠킹클래스 쉬포나드 운영자 chiffonade@naver.com

○ 아사히 새우 텐동 9000원, 생선구이 정식 1만2000원, 돼지고기 조림정식 1만2000원, 하야시 니코미 정식 1만1000원. 예약 불가, 주차는 근처 공용주차장 이용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