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률 81%는 실무 전문가 키운 덕분… 제2의 창학 새출발”

대구=장영훈 기자

입력 2020-01-15 03:00 수정 2020-01-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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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연속 취업률 1위’ 최재영 영진전문대 총장 인터뷰

최재영 영진전문대 총장은 14일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전문 기술인을 양성해 ‘동량지재’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육의 종착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동량지재는 한 집안이나 나라의 중심이 되는 인재라는 뜻의 사자성어다. 영진전문대 제공
“학생 자율과 조직 혁신이 이뤄낸 값진 성과입니다.”

최재영 영진전문대 총장은 1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꽁꽁 얼어붙은 취업 환경을 뚫고 국내외 일자리를 개척한 비결을 이렇게 말했다. 최 총장은 “기업현장 맞춤형 주문식 교육을 통해 만든 교육 경쟁력의 탄탄한 토대 위에 얻은 소중한 열매”라고 강조했다.

전국 대학 최초로 25년 전 도입한 영진전문대의 주문식 교육은 이제 고유명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대학은 기업이 원하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이 졸업 후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곧바로 실무 현장에 적응하도록 돕는다.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펼치면서 산학이 함께 발전하는 선순환 교육 모델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이 대학은 국내외 1100여 개 기업과 주문식 교육 협약을 맺고 있다.

교육부가 이달 10일 발표한 대학정보공시에 따르면 영진전문대는 2018년 기준으로 취업률 81.3%를 달성했다. 졸업생 2000명 이상 대형 전문대 가운데 유일하게 취업률 80%대를 기록하고 전국 1위에 올랐다. 2015년 81.8%, 2016년 80.3%, 2017년 79%에 이어 4년 연속 1위다. 이 기간 평균 취업률은 80.6%다.

주문식 교육은 취업의 질적 수준도 향상시키고 있다. 2014∼2018년 삼성그룹 350명, LG그룹 413명, SK그룹 234명 등 국내 대기업에 2441명이 취업했다. 최 총장은 “현장 전문가를 꿈꾸는 학생들의 노력이 정말 대단하다. 재학생 58%인 4400여 명이 방과 후 전공 심화 학습, 자격증 취득, 공모 준비, 외국어 공부 등에 골몰하는 영진자율향상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진전문대의 취업률은 지역의 한계를 뛰어넘은 성과라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특히 해외 취업은 독보적이다. 2018년 국내 전문대 중에서 처음으로 100명을 돌파해 157명이 해외 취업에 성공했다. 이 분야 역시 4년 연속 전국 1위를 지켰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621명이 해외에 진출했다. 상당수가 일본 소프트뱅크, 라쿠텐 등 글로벌 대기업에 취업했다.

해외취업반은 2007년 일본IT(정보기술)기업주문반, 일본기계자동차반을 시작으로 현재 전자 전기 경영 관광 등 10개 반으로 늘어났다. 철저하게 현지 기업들의 요구에 맞춘 현지화 전략 덕분에 해를 거듭할수록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최 총장은 “소프트뱅크는 영진 출신 학생들의 실력을 인정해 2007년 3명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28명을 채용했다. 첫 단추를 잘 끼우면서 일본에 영진의 평판이 좋아졌고 이제 일부 기업은 장학금까지 대학에 지원하면서 인재를 확보하려는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취업자가 늘면서 훈훈한 전통과 후배를 응원하는 문화도 생겼다. 최근 일본IT기업주문반 선배들은 올해 7년째 후배사랑 장학금을 모아 기탁했다. 또 주로 일하는 도쿄(東京)에서 동창회를 운영하면서 후배들의 현지 적응을 적극 돕고 있다. 방학기간 모교를 찾아와 일본 기업 문화와 취업 준비 등을 주제로 강의도 한다. 최 총장은 “영진의 유전자(DNA)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며 “해외 취업 경쟁력을 크게 높이고 있다”며 뿌듯해했다.

영진전문대가 취업 강자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글로벌 인재, 명품 인재 양성’에 집중한 것이 주효했다. 우선 재학생들이 세계를 무대로 뛰겠다는 목표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글로벌존과 해외 현지 학기제를 운영하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과 학습공동체를 구성해 한 학기 동안 같이 공부하는 프로그램은 반응이 뜨겁다. 글로벌 마인드를 심어주기 위해 영어 안내표기를 병행하는 캠퍼스 모습도 인상적이다. 최 총장은 “실력뿐만 아니라 인성을 겸비한 인재가 되도록 인문학 특강과 백일장도 매년 열고 있다. 영진 출신은 모든 면에서 뛰어나다는 평가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주문식 교육을 배우려는 연수단도 잇따르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최근 중국 일본 등 아시아에서 벤치마킹을 하려는 사례가 차츰 늘고 있다고 한다. 최 총장은 “교육의 한류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융합과 다양성이 요구되는 시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교육 영토 확장이 잘 연착륙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 진출을 꿈꾸는 학생들을 위해 일본에 이어 중국 미국에도 현지 사무소를 열 계획이며, 이곳을 중심으로 주문식 교육 세계화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영진전문대는 지난해 끊임없는 교육 혁신을 통한 사회적 가치 실현에 기여한 공로로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대학’ 전문대 부문 1위에 올랐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기업 인사 담당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학생 만족도 평가에서 최고 점수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혁신을 잘하는 대학, 인재 육성을 위한 투자와 교육이 잘 이뤄지는 대학이라는 평가도 얻었다.

최 총장은 “대학 구성원 모두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제2의 창학을 위한 새 출발을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무 중심의 직업 교육, 산학 협력을 통한 인재 양성이 전문대의 존재 가치라고 생각한다. 영진의 주문식 교육이 미래 시대 변화를 잘 읽는 혜안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했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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