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청약’ 현실화된 강남, 가점 높은 현금부자 몰려

유원모기자 , 정순구기자

입력 2020-01-13 23:02 수정 2020-01-14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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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12·16부동산대책’ 이후 처음으로 서울 강남권에서 청약을 진행한 ‘개포 프레지던스 자이’(개포주공4단지 재건축)의 일반분양 물량 총 232채의 당첨자 청약 가점 평균이 66점으로 나타났다. 최고 가점은 114㎡B(10채)에서 나온 79점(만점 84점)이다.

13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이날 발표된 개포 프레지던스 자이는 전용 114㎡A(1채) 59점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당첨 가점 평균이 60점을 넘었다. 가점이 높은 청약통장들이 대거 몰리면서 당첨 최저 가점도 높게 형성됐다. 전용면적 102㎡B(11채)와 114㎡B(10채)·C(7채)의 커트라인은 69점이었다. 이는 4인 가구가 현행 청약 가점방식에서 얻을 수 있는 최대 점수다. 더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서는 부양 가족 수를 늘려야 한다.

이 아파트는 가장 작은 면적대인 39㎡(31채)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전부 분양가가 9억 원이 넘는 고가 단지다. 분양가 9억 원을 기준으로 삼는 ‘중도금 집단 대출’이 대부분 불가능하고, 입주할 시기에 시가가 15억 원이 넘으면 잔금 대출도 받을 수 없다.

현금부자만 청약이 가능했는데도 평균 10억 원에 달하는 시세 차익이 기대되자 청약 고득점자들이 대거 몰린 것이다. 현금부자를 위한 ‘로또 분양’을 양산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래미안 블레스티지(개포주공2단지 재건축), 디에이치 아너힐즈(개포주공3단지 재건축) 등 인근 아파트 신축 단지의 시세는 전용면적 84㎡가 25억~26억 원으로, 3.3㎡당 7000만~8000만 원에 이른다. 개포 프레지던스 자이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4750만 원으로 책정됐다. 청약에 당첨만 되면 10억 원가량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로또분양에 따른 기대수익은 서울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13일 부동산정보서비스 직방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에 입주한 서울의 1년 미만 아파트의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분양가 대비 평균 3억7319만 원이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분양가 대비 실거래가 상승률은 45%나 됐다.

이로 인해 최근 청약을 진행한 서울 주요 아파트에서 당첨자들의 청약 가점 점수가 고공 행진이다. 이달 3일 발표한 서울 송파구 ‘호반써밋송파’ 1·2차 아파트는 당첨자 최저 가점은 각각 59점, 61점, 지난해 11월 발표된 서울 서초구 ‘르엘 신반포 센트럴’ 아파트의 당첨 최저 가점은 69점이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올해 5월부터 분양가상한제가 본격 시행되면 분양가격은 낮아지고, 고득점 청약자가 몰리는 ‘로또 분양’ 현상이 더 심화될 수 있다”며 “현금부자에게만 기회를 주는 현행 청약제도뿐 아니라 실수요자가 청약으로만 몰리지 않도록 공급 확대 등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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