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 일보직전’ 놓인 세계 원유의 동맥…긴박한 호르무즈 해협

뉴스1

입력 2020-01-11 07:32 수정 2020-01-11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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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 뉴스1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일촉즉발의 상황에 놓인 가운데 이란 영해에 위치한 ‘호르무즈 해협’의 전략적 중요성이 주목받고 있다. 충돌이 현실화 돼 이 해협이 막힐 경우 중동으로부터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페르시아만(灣)과 오만만을 잇는 호르무즈 해협은 54km 폭의 좁은 지역으로, 인도양에서 페르시아만으로 진입하는 관문이다. 해협 안쪽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이라크,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등 아라비아 반도 주요 산유국의 항구가 있다.

사우디 등 산유국들은 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생산한 원유 대부분을 수출하기에 교통의 요지로 꼽힌다. 세계 원유 수송량의 30%가 이 해협을 지나 세계 각국으로 운송되고, 한국도 수입 원유의 70%가량이 이 곳을 통과하는 등 지구촌 최대의 전략적 요충지라는 평가다.

문제는 이 좁은 해로에서도 유조선이 지나갈 수 있는 수로가 국제법상 이란의 영해에 속한다는 점이다. 해협의 북쪽과 서쪽은 이란, 남쪽은 오만과 아랍에미리트의 영해인데, 남쪽 해로는 평균 수심이 얕아 대형 유조선은 통행이 불가능해 이란 영해를 지나야 한다.

국제법상으로 영해는 외국 선박이라도 연안국의 안전에 해가 되지 않는다면 주권국의 허가를 얻지 않고도 다닐 수 있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전세계 유조선은 이 무해통항(無害通航) 원칙에 따라 항해하는데, 상대국이 이란에 적대적인 행동을 할 경우 이란은 자국 영해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는 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란은 해협 전체를 막지 않고 단순히 핵심 수로에 대한 검문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도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 가령 해로를 지나는 유조선을 대상으로 무기·마약 운반 등 혐의를 내걸어 해상 검문을 강화해 유조선을 줄줄이 세울 경우 해협에 병목 현상을 발생시켜 전세계 원유 수송을 막을 수 있다.

이렇게 해협을 봉쇄할 경우 수급이 어려워진 원유는 가격이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선박에 대한 운임료·보험료 등 리스크 비용까지 더해져 유가는 더욱 상승할 전망이다. 컨설팅 업체 유라시아그룹은 중동에서 국지전이 발생할 경우 현재 배럴당 60달러대인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해양수산부 종합상황실 직원들이 9일 정부세종청사 해수부에서 미국과 이란의 무력충돌과 관련해 호르무즈 해협 및 페르시아만을 통항하는 우리 국적 선박의 위치를 점검하고 있다. © News1
국제유가 급등과 수급 불안정은 중동 원유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의 경제와 에너지 안보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정유화학은 물론 석유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 전반이 올스톱 되고, 전쟁 위기로 인해 제품에 대한 수요가 감소해 전세계적으로 경기가 후퇴할 것”이라며 “그런 재앙같은 일은 생각하기도 싫다”고 우려했다.

미국은 대응 카드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파병을 꺼내들고 있다. 명분은 해역을 지나는 자국 선박과 국민에 대한 보호다. 실제로 지난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노르웨이·일본 국적 유조선이 피격을 당하기도 했다. 당시 미국은 배후로 이란 혁명수비대를 지목하며 잠재적 위협에 맞서거 위해 파병을 결정했다. 호르무즈 해협에 함대 배치를 통해 미국은 해협 봉쇄를 저지하고 이란의 심장부도 겨냥하려 한다.

다만 이란이 실제로 해협을 봉쇄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과거에도 이란은 해협 봉쇄를 수차례 경고했지만 실제로 실행하진 않았다. 지난 9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 내 군사기지에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당한 직후에도 “군사력 사용을 원치 않는다”며 한발 물러섰다. 게다가 실제로 해협 봉쇄가 이뤄져 원유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 미국의 최대 경쟁국인 중국도 이란에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등 아직은 지켜봐야 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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