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들린 기업, 곳간 푼 정부…‘집 못 산’ 가계는 여윳돈 늘어

뉴시스

입력 2020-01-09 15:35 수정 2020-01-09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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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악화된 기업들 순자금조달 18.9조로 늘어나
정부 곳간 1년 전보다 쪼그라들어 '재정지출' 영향
부동산 투자수요 감소 등으로 가계 여윳돈은 증가



 지난해 3분기 기업들이 수익 악화로 빌린 돈이 크게 늘어나며 7년 만에 최대치를 나타냈다. 부진한 경제 상황에 재정지출을 늘린 정부 ‘곳간’도 대폭 쪼그라들었다. 부동산 대책의 영향으로 집을 사는 데 돈을 덜 쓴 가계의 여윳돈만 다소 늘어 국내 순자금운용 규모는 역대 3분기 중 8년 만에 가장 적은 규모를 기록했다.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3분기중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국내 부문의 순자금운용(자금운용-자금조달) 규모는 16조8000억원으로 2018년 3분기(27조6000억원)보다 10조8000억원 축소됐다. 역대 3분기 중에서는 지난 2011년 3분기(11조2000억원) 이후 8년 만에 가장 적다.

자금순환은 각 주체 간 금융거래(자금흐름)를 파악한 것으로 국가 경제 전반의 재무재표 성격으로 볼 수 있다. 순자금운용은 각 경제주체가 쓸 수 있는 여유자금을 의미한다. 예금이나 보험, 연금, 펀드, 주식 등으로 굴린 돈을 나타내는 자금운용액에서 차입금 등 빌린 돈을 뜻하는 자금조달액을 뺀 수치다.

각 주체별로 보면 기업의 순자금조달 규모는 18조9000억원으로 1년 전 수준(8조8000억원)에 비해 확대되며 지난 2012년 2분기(26조7000억원) 이후 7년3개월 만에 가장 많은 규모를 나타냈다. 통상 기업의 경우 외부에서 자금을 빌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금운용과 조달과의 차액은 순자금조달로 기록된다.

기업의 순자금조달 규모가 확대된건 투자를 늘리기 위해 빚을 낸 측면보다는 글로벌 교역 둔화와 반도체 경기 악화 등으로 수익성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 자금운용과 자금조달 규모를 보면 1년 전보다 모두 큰 폭 쪼그라들었다. 자금운용액은 9조8000억원으로 1년 전(41조6000억원)보다 31조8000억원 줄었다. 자금조달 규모도 금융기관 차입금 등을 중심으로 전년동기(50조4000억원)에서 큰 폭 축소됐다.

정부 곳간도 여유롭지 못했다. 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가 소비와 투자 등 재정지출을 늘리면서 정부의 여유자금은 지난해 3분기 16조6000억원으로 1년 전(17조9000억원)보다 줄었다. 지난해 정부가 하반기에도 재정확대 기조를 유지한 영향으로 풀이됐다. 지난해 3분기 통합재정수지는 11조9000억원으로 1년 전 수준(17조6000억원)에는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의 여윳돈은 늘어났다. 주택구입 등 부동산 투자 수요가 줄어들면서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17조6000억원으로 1년 전(12조원)보다 5조6000억원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부동산 등 실물자산으로 흘러들어간 자금 규모가 축소된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운용 규모는 2018년 3분기 37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39조3000억원으로 늘어났다. 특히 예치금이 25조9000억원에 달했다. 반면 자금조달 규모는 26조원에서 21조7000억원으로 축소됐다. 기타금융기관 등을 중심으로 차입금이 줄어든 영향이다.

국내 비금융부문의 순금융자산 규모는 2761조3000억원으로 전분기말(2767조3000억원)보다 6조원 줄었다. 비금융법인기업들의 금융부채가 금융자산 규모를 뛰어넘으면서 14조3000억원의 순금융부채를 나타낸 영향이 컸다. 주가 하락으로 금융자산이 줄고, 회사채 발행 등으로 금융부채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됐다. 기업들의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배율은 0.99배로 떨어졌다. 순금융부채를 나타낸 건 2016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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