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추워야 포도나무 건강한데…‘봄같은 겨울’ 농사도 걱정
뉴스1
입력 2020-01-09 10:28 수정 2020-01-09 10:28
제주도 일 최고기온이 22.5도를 기록한 7일 오후 서귀포시 사계리 산방산 근처의 밭에 봄꽃인 유채꽃이 활짝 펴 봄 정취를 자아내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0시38분쯤 제주지점(북부)에서는 18.5도의 일 최저기온이 기록되며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따뜻한 날씨를 보였다.2020.1.7/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한겨울 맹추위가 이어져야 할 요즘 제주에는 반팔 차림에도 춥지 않을 정도의 ‘초여름 더위’가 찾아왔다. 내륙에서는 장마와 비슷한 ‘겨울 폭우’가 이어지는 등 이상기온 현상이 이어졌다.
겨울철 난방비가 많이 드는 딸기 등 비닐하우스 농가는 봄같은 겨울이 반갑다. 하지만 포도농가는 겨울철 높은 기온 탓에 번식이 가능해진 외래 병해충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달 7일 오후 1시25분쯤 제주지점(북부)에는 23.6도의 일 최고기온이 기록됐다. 올 들어 가장 높은 기온이자 1월 기록으로는 1923년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97년 만에 최고치다.
올해 전국 대부분 지역의 일 최저기온도 평년보다 10~13도가량 높게 나타나면서 눈보다 비가 많이 내렸다.
최근 이상 고온의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남쪽 대만 인근 바다의 ‘해수면 기온 상승’을 꼽고 있다. 남쪽 해수면 온도의 상승으로 따뜻한 공기가 많이 올라온 이후 수증기 구름이 발달하면서 ‘겨울 폭우’가 내리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겨울철 난방비가 많이 드는 비닐하우스 농가는 따뜻한 겨울을 반긴다. 최근 효율을 높이는 비닐하우스 기술이 발달됐다고 하지만 난방비는 겨울철 농산물 생산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난방비를 아껴야 더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포도농가와 같이 따뜻한 겨울을 반기지 않는 경우도 많다. 최근 포도나무에 피해를 주는 외래종 꽃매미는 과거 추운 겨울 탓에 서식이 어려웠지만 최근 겨울철 이상고온으로 겨울을 나게 되면서 발생지역이 확대되는 추세다.
시금치나 봄동을 재배하는 농가도 따뜻한 겨울을 반기지 않는다. 상품성을 맞추기 위해 재배 시기를 조정하는데 따뜻한 날씨 탓에 노지 작물의 생육이 지나치게 빨라져 상품가치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반도에 겨울이 계속 따뜻해지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에 ‘그렇다’고 쉽게 답하기도 어렵다. 슈퍼 엘니뇨의 영향으로 2015-2016년의 경우 따듯한 겨울이 이어졌지만 2016-2017년 겨울의 경우 한반도에 갇힌 북극의 찬바람의 영향으로 기록적인 한파가 이어지기도 했다.
다만 최근 평균기온의 추세를 봤을 때 겨울에 이르러 추위가 늦게 오지만 빨리 물러가는 특성이 두드러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초상일(첫서리 내리는 날)은 2000년대 11월 초였지만 최근에는 12월 중순까지 늦어졌다. 하지만 만상일(늦서리 내리는 날)은 앞당겨져 겨울이 짧아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수 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최근 한달간 전국 평균기온은 지난해 보다 1.6도 정도가 높았다”며 “작물이 본격적인 생육을 시작하는 2~3월까지 이런 현상이 이어지면 사과나 배 같은 과수 등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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