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시간을 살게요”…이제 편리미엄으로 간다

뉴시스

입력 2020-01-09 10:14 수정 2020-01-09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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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함과 프리미엄의 합성어
편한 게 프리미엄이라는 의미
가정간편식 시장 폭발적 성장
배달 서비스 강화 서빙로봇도
작년에 매출 급증 식기세척기



직장인 김호승(33)씨는 매주 일요일 밤이면 아내와 함께 평일에 먹을 음식을 스마트폰으로 주문한다. 각자 또는 함께 먹고 싶은 가정간편식(HMR·Home Meal Replacement)을 고르는 것이다. 퇴근하면 주문해놓은 HMR을 간단히 조리해 저녁으로 먹는다. 지난해 초 결혼한 김씨는 밖에서 사먹는 것과 집에서 만들어 먹는 걸 다 해봤지만, 이 방식이 가장 좋다고 결론내렸다. 김씨는 “밖에서 먹는 것보다는 집에서 아내와 조용히 먹는 게 편하죠. 집에서 밥을 먹으려면 만들어야 하는데, 맞벌이 하는 입장에서 그건 또 피곤하고 번거러워요. 결국 HMR을 사게 되더라”고 말했다.

식품·외식·유통업계는 올해 소비 트렌드를 ‘편리미엄’으로 꼽는다. ‘편한 게 곧 프리미엄’이라는 의미다. 김씨처럼 음식을 만들고 설거지를 하는 일에 시간과 정성을 쏟느니 돈을 주고 ‘편의’를 산다는 의미다.

이 흐름이 가장 잘 반영돼 있는 대표적인 분야가 HRM·밀키트(Meal Kit) 등 간편조리제품이다. 밖에서 사먹지 않으면 맛볼 수 없던 음식을 적당한 가격에 집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 덕에 시장 규모가 급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이 시장이 지난해 200억원 규모에서 5년 뒤엔 70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CJ제일제당이나 한국야쿠르트 등 식품업계는 유명 셰프와 협업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이마트는 자체 브랜드 피코크에 한식·중식·양식 등에서 오랜 경력을 가진 5명의 셰프를 영입해 품질을 강화하고 있다. 피코크는 최근 냉장 위주 밀키트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냉동 제품까지 내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단 이런 제품을 한 번 경험하면 다시 안 쓸 수 없을 정도로 편하다는 고객이 많다”고 했다.

외식업계에서는 서빙 로봇이 편리미엄 선두 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BBQ는 지난해 12월 문을 연 서울 송파구 카페형 매장에 서빙 로봇 두 대를 도입했다. 태블릿PC로 주문·결제하면 로봇이 음식을 가져다 준다. 직원을 부르는 번거로움 없이 편하게 치킨을 즐길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앞서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11월 풀무원 외식 브랜드 ‘찬장’과 ‘메이하오&자연은맛있다’에 서빙 로봇 ‘딜리’를 들여놨다. 롯데GRS도 지난 10월 롯데월드몰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 ‘빌라 드 샬롯’에 서빙 로봇 ‘페니’를 시범 운영하기도 했다.

편의점까지 배달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도 편리미엄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 이마트24는 올해부터 배달앱 요기요와 손잡고 본격적으로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씨유(CU)는 올해 1분기까지(1~3월) 배달 서비스 지점을 기존 3000개점에서 5000개 점포로 늘리기로 했다.

업계는 지난해 식기세척기 판매가 급증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고 있다. 전자랜드에 따르면 지난해 식기세척기 판매량은 2018년보다 229% 늘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편리함을 무기로 한 건조기와 식기세척기가 서서히 필수 가전으로 자리잡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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