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테크 파워’… 화면속 사물 인식하는 TV, 5분내 얼리는 냉장고

라스베이거스=곽도영 기자 , 유근형 기자

입력 2020-01-09 03:00 수정 2020-01-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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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기업 다수 불참했지만 기세등등

AI TV, 360도 회전 TV, 나뭇잎 디스플레이… 7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0’ 현장에선 여전히 중국 기업들의 기세가 등등했다. TCL의 인공지능 기반 TV 화면 인식·조정 시스템, 하이센스의 360도 회전 TV, 로욜의 나뭇잎 디스플레이(위쪽 사진부터 시계방향). 라스베이거스=곽도영 now@donga.com·유근형 기자

TV에 푸른 하늘이 펼쳐지자 화면 왼쪽 아래에 ‘키워드: 파랑, 하늘, 구름’ ‘장면: 하늘’이라는 글자들이 떠올랐다. 장면이 바뀌어 딸기 페이스트리가 나오자 키워드는 ‘음식, 서양음식’으로 바뀌었다. 글로벌 TV 시장 3, 4위를 다투는 TCL의 인공지능(AI)이 화면에 나온 영상을 스스로 인식해 색채와 오디오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장면이었다.


○ 중국, 신기술 열전

7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공식 개막한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0’에서 중국의 대표 참여기업인 TCL과 하이센스, 화웨이, 레노버 등은 화려한 신기술로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중국 기업들이 올해 CES에 다수 불참했음에도 여전히 기세가 등등했다.

CES 2020의 핵심 테마였던 8K TV, AI, 플렉시블 스크린 등 모든 기술에서 중국 업체들은 한국과 미국을 바짝 추격했다. 중국 기업 중 최대 규모의 부스를 차린 TCL은 삼성과 LG가 주도하고 있는 가전 시장에서 손색없는 기술력을 과시했다. 액자 형태의 ‘프레임 TV by AI’는 디지털 사진을 찍어 TV로 보내면 AI가 사진을 최적으로 보이도록 크기를 조정하고 필터 등을 적용해준다. 이와 함께 5분 안에 음료가 어는 급속냉장고도 선보였다. 삼성과 LG가 주도하고 있는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와 8K TV 등 차세대 TV 모델들도 빠짐없이 내놨다.

경쟁사의 오리지널 제품을 완벽하게 모방한 제품도 있었다. 중국 가전기업 하이센스는 화면이 가로에서 세로 방향으로 자유자재로 돌아가는 TV 모델을 선보였다. 삼성이 지난해 5월 ‘더 세로’라는 이름의 제품을 출시하자 바로 유사품을 개발한 것이다.

2018년 세계 최초의 폴더블폰 시제품 ‘플렉스파이’를 공개했던 중국 디스플레이 전문 기업 로욜은 얇고 휘어지는(플렉시블) 디스플레이 1000여 개를 나뭇잎 형태로 제작한 로욜트리를 전시해 주목을 끌었다. 로욜 관계자는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얇고 자유자재로 휘어지는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디스플레이를 구현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 이미 미국 누른 중국 AI… 적과의 동침도

이번 CES에서 중국 업체들의 대거 불참은 역설적으로 차이나 테크에 대한 미국의 두려움을 반영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지난달 글로벌 AI 평가대회에서 바이두의 AI는 유일하게 90점 이상을 기록하며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미국 기업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이 AI 부문에서 더 이상 추격자가 아닌 새로운 리더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지난해 10월 미국이 중국 AI 업체들을 대상으로 블랙리스트를 확대하자 중국 업체들 사이에서는 CES 참가를 위한 비자 발급이나 현지 사업 확대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따라 중국 대표 IT 기업인 알리바바, 바이두, 샤오미, 오포 같은 제조사나 ‘틱톡’ 운영사인 바이트댄스 등은 일찌감치 CES 참가를 포기했다.

반면 이번 전시에 참여한 중국 기업들은 구글, 아마존 등 미국 기업들과의 협업을 강조하며 ‘적과의 동침’을 도모하는 모습도 보였다. TCL의 별도 부스에는 구글 직원들이 상주하며 구글의 AI 비서인 구글 어시스턴트를 TCL TV에 적용한 서비스를 설명했다. 또 다른 가전업체 창훙도 구글 안드로이드TV와 아마존 알렉사, 넷플릭스 서비스를 활용한 별도 부스를 꾸렸다.

라스베이거스=곽도영 now@donga.com·유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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