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에 끼면 아이언맨, 23kg 가방도 ‘번쩍’

라스베이거스=김도형 기자 , 곽도영 기자

입력 2020-01-09 03:00 수정 2020-01-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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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0 사로잡은 이색 기술

본보 김도형 기자가 델타의 보조 로봇을 착용하고 50파운드(약 23kg) 무게의 짐을 한 손으로 가뿐히 들어올리고 있다. 라스베이거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이제 버튼을 누르면서 들어보세요.”

약 23kg 무게의 은색 여행가방이 이번에는 거짓말처럼 쉽게 들렸다. 무거운 가방을 든 채로 팔을 앞으로 뻗은 불편한 자세도 전혀 어렵지 않았다. 처음에는 불과 몇 cm를 들어올리는 것도 힘들었던 가방이 깃털처럼 가벼워진 것은 ‘아이언맨 슈트’처럼 보이는 ‘가디언 XO’를 입은 덕분이다. 수호자 가디언은 산업용 웨어러블 로봇이다. 로봇 전문 미국 스타트업 사코스로보틱스가 개발한 이 로봇을 착용하면 최대 90kg의 짐도 한 손으로 거뜬히 들어 올릴 수 있다.

7일(현지 시간) 개막한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0’에서 이 로봇을 관람객들에게 선보인 곳은 미국의 델타항공이다. 델타항공은 사코스로보틱스와 계약을 하고 이 로봇을 수하물 관리 직원을 위해 도입할 계획이다.

이번 CES에서는 이처럼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기술로 자신들의 사업을 알리는 기업들의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타고 다니는 캐리어, 한번 충전하면 10km까지 이동 모터와 배터리가 달려 있어 타고 다닐 수 있는 모도백사의 스마트 캐리어. 곽도영 기자 now@dong.com
일본의 완성차 기업 닛산이 공개한 ‘알아서 홀을 찾아가는 골프공’도 그중 하나다. 닛산의 자율주행 기술인 ‘프로파일럿 2.0’이 반영된 이 골프공은 퍼터로 살짝 건드리기만 했을 뿐인데도 절묘한 곡선을 그리며 10m 이상 거리의 홀을 향해 굴러가더니 그대로 땡그랑 소리를 냈다. 직접 퍼팅에 나선 관람객들은 저마다 타이거 우즈를 뛰어넘는 퍼팅 실력을 으스대며 즐거워했다. 닛산은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율주행 기술력을 쉽고 재미있게 알리기 위해 목적지(홀컵)까지 자율주행하는 골프공을 동원한 것이다.

무릎을 치게 하는 아이디어를 적용한 제품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여행 부문에서는 미국 스타트업 모도백(Modobag)이 세계 최초로 타고 다니는 스마트 캐리어를 선보였다. 모터와 배터리가 달려 있어 한 번 충전하면 최대 시속 약 13km, 최대 10km까지 이동할 수 있는 상품이다. 미국 스타트업 에이오에어(Ao Air)는 350달러(약 41만 원)짜리 ‘개인용 공기정화 마스크’를 내놓았다. 귀밑 양쪽에 달린 팬을 통해 마스크 안쪽에 깨끗한 공기 주머니를 만드는 방식으로 이번 CES에서 처음 공개됐다.

자동차 업체들이 일제히 전시한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LVCC) 노스홀에서는 완성차 업체들이 그동안 각광받던 자율주행 기술 대신 자동차와는 무관해 보이는 미래 계획을 내놓으면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공기 정화’ 마스크, 귀밑 팬 통해 깨끗한 공기 공급 귀밑 양쪽에 달린 팬으로 공기를 정화하는 에이오에어사의 마스크. 사진 출처 에이오에어 홈페이지
도요타는 사물인터넷(IoT)이나 인공지능(AI) 관련 신기술을 생활 속에서 검증할 수 있는 70만 m² 규모의 도시 ‘우븐 시티’ 조성 계획을 공개하고 이와 관련된 애니메이션 영상을 상영하는 데 부스 대부분을 할애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자동차 기업이 일종의 미래 도시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혼다는 에너지 분야 사업을 염두에 둔 듯 콘센트를 꽂을 수 있는 소형 배터리로 야외에서도 편리하게 전기를 사용하는 ‘혼다 에너지 매니지먼트 콘셉트’를 공개했다.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는 영화 ‘아바타’를 모티브로 친환경적이고 친자연적으로 설계된 차량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번 CES 기조연설에 나선 올라 켈레니우스 다임러·메르세데스벤츠 이사회 회장은 “에너지와 자원 사용을 줄이고 재사용과 재활용을 확대해 친환경적인 차량 생산에 힘쓰겠다”고 밝히면서 자동차 업계에서 ‘친환경’이 새로운 화두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라스베이거스=김도형 dodo@donga.com·곽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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